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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시민연대, '성공한 철새'는 처벌할수 없다?
낙천명단은 '살생부' 총선시민연대 불공정한 잣대비판
 
장신기   기사입력  2004/02/05 [13:57]

총선시민연대의 17대 총선출마자에 대한 낙천 명단에 대해 정치권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2000년에도 큰 영향을 주었었고 현재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매우 고조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보면 총선시민연대의 이번 발표는 2000년 총선에 버금가는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 따른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시비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만일 이것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에 대해서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게 되고 특히 정파적 불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게 된다면 총선시민연대 자체가 정쟁에 말려들게 되면서 자칫 잘못하면 시민단체의 활동 전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등 아주 우려스러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낙천 명단은 그 자체가 국민을 향한 ‘살생부’로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그 기준은 최소 수준에서 합의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소위 말하는 시민단체의 정치적 순수성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번 명단 발표는 명백하게 불공정한 잣대를 가지고 평가를 한 부분이 있고 이것이 열린우리당에 편향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럽다.

이번 총선시민연대의 발표 내용 중에서 당적 이탈과 관련된 부분은 대단히 이중적인 잣대라는 점에서 대단히 심각한 문제점을 가진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모당(母黨)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다른 당으로 옮겨가는 행위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본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앞으로 최소화되거나 없어져야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적극 동의한다.

그런데 이 부분을 낙천 명단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면 대단히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정치적 이동은 한국정당정치의 불안정성에 기인하는 사안이므로 이것을 비판할 수는 있으되 ‘시민단체’가 담보해야 하는 보편적 기준에는 적용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민단체의 기준을 원리원칙대로 따지자면 한나라당에서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간 이부영 의원 등 '5인방'과 개혁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간 유시민, 김원웅 의원 등도 모두 해당된다.

그런데 총선시민연대는 이들을 제외했는데 총선시민연대가 이들에 대한 편향적 입장을 가지지 않고서야 다른 정치인들은 명단에 넣고 이들은 뺄 수 있겠는가?

물론 정치적 이동에 있어서 권력이 있는 곳으로의 이동을 소위 ‘정치 철새’라는 규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정치인들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보고 있고 이는 당연하다.

그런데 이와 다르게 심증적으로 정치 철새라고 규정하고 싶은 경우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못했거나 혹은 정치적 격변 상황에서 누가 진짜 철새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운 곳이 현재의 정치판이다.

그러므로 시민사회에서 정치권을 비판할 때 ‘진흙탕’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는 경우처럼 정치권의 극심한 이전투구 상황에서 발생한 정치적 이동에 대해서 모두를 적용시킬 것이 아니었다면 이 항목은 제외하는 것이 옳았다.

그럼에도 총선시민연대는 이 항목을 넣었고 지금 보듯이 정파적 논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지금 총선시민연대처럼 성공한 철새는 처벌하지 못하고 실패한 철새들은 처벌하면 누가 인정하겠는가? 이부영과 김원웅 등은 자신들이 옮겨간 정당이 여당이 됨으로 해서 결국 힘있는 여당의 지위를 얻게 되었는데 이들은 이번 명단에서 제외된 것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는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서 개혁이고 국민통합의 선택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이미 다른 세력들은 이미 이들에 대해서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총선시민연대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친열린우리당적 당파성에 치우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총선시민연대의 입장은 '실패한 철새는 처벌할 수 있되' '성공한 철새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정치권이 참으로 잘못된 모습을 많이 보여 주고 있으므로 정치적 권위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 개입은 공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권 자체도 제대로 개혁되지 않고 시민단체 역시 부담을 안게 된다.

이번 경우처럼 누가 보아도 불공평한 잣대를 들이대면 정치권의 논쟁이 격화되는 것은 뻔한 일이고 시민단체 역시 이 논쟁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정치사회든 시민사회든 지나치게 과열되고 제어되지 않는 열정과 욕망으로 인해 합리적 리더십이 손상되어 가는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곧 중립적 통합 세력이 그 영향력을 잃어가고 죽어가는 것을 의미하며 그 결과는 극단의 소용돌이와 그 뒤에 남는 파괴뿐이다.

그런 면에서 정치권에 대해서 합리적 개입을 통한 조정 능력을 가져야 하는 시민 단체가 그 역할을 포기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시민 단체는 시민 단체 스스로 과도한 열정과 욕망에 의해서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어선 것이 아닌가하는 자성을 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정치권의 지나친 약화가 시민단체의 오만과 과잉을 초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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