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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석, 국회의원은 '개그맨' 사칭마세요!
남희석과 한선교의 차이, 연예인이라고 다같은 연예인인가?
 
황진태   기사입력  2004/01/06 [22:31]

연예인과 정치는 어떤 함수관계?

연예인과 정치는 어떤 함수관계가 성립될까. 아니 과연 정치와 연예인이 관련이 있기는 할까 하고 질문하는 이도 적잖이 있을 듯하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 연예인과 정치는 밀접하긴 했으나 그 관계가 다분히 부정적이었다. 아니, 정치와 밀접했다기보다는 정치‘인’들과의 육체적 접촉이 밀접하다고 말하는 게 옳을 듯하다.

박정희 관련 비사를 읽어보면은 ‘색마’ 박정희가 들락날락하던 요정에 투입되던 인기 연예인들의 이니셜을 훑어보면 알 수 있다. 특히, 죽는 날까지도 인기 연예인이 술을 따르고 있었으니 안 봐도 비디오다. 이밖에도 연예인들이 새마을 운동대회로 체육관 앞 좌석을 채우면서 동원기제로 이용되었던 것도 기억할 수 있겠다.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는 과거 때문일까.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화 정권이 들어선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연예인은 정치와는 무관한 존재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대선을 계기로 연예인의 정치기피는 서서히 사라지고 연예인의 정치참여도는 공개적으로 부쩍 높아졌다. 헐리우드 인기 영화배우인 팀 로빈스처럼 드러내놓고 공화당을 비난하며 매체에 오르내리는 연예인을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 줄 알았으나 문성근 씨, 명계남 씨 등의 걸출한(?) 인물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의 정치참여는 정치냉소주의에 젖은 시민들이 비록 연예인을 통한 정치의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냉소주의를 극복해주는 데 일조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싶다.

▲개그맨 남희석    
기자의 눈에 그러한 사회참여형 연예인 중에서 단연 개그맨 남희석 씨가 두드러진 활동이 눈에 띤다. 그간 남희석하면 떠올랐던 단상은 공중파 3사를 종횡무진하며 연예오락프로그램에 잘 나가고, 잘 웃기는 인기 연예인 정도였으나 이번 글은 ‘남희석’이란 프리즘의 상당히 풍부한 스펙트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독자들도 ‘인기 연예인’ 그 이상을 알게 되었음 한다. 

불법 이주 노동자로 인하여 웃음을 잃은 남희석

효순이,미선이 사건으로 촉발된 2002년 촛불시위에서 이정현, 윤도현 씨 등 인기 연예인들이 두각을 나타냈었다. 당시 효순이,미선이 사건이 전 국민적인 관심의 초점이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국민을 사랑을 받고 있는 공인들이 그러한 행사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자연스런 일이었다.

하지만 불법 이주 노동자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촛불시위처럼 그렇게나 많은 연예인의 참여와 관심이 있었던가. 이주노동자 문제는 촛불시위에서의 시민들의 폭 넓은 공감대는 크게 축소되었으며, 그 축소판에서도 찬,반세력이 확연히 구분 될 정도로 미묘하고 뜨거운 감자다. 그래서 혹, 촛불시위처럼 연예인이 참여한다 하더라도 反세력에 의해서 욕을 먹을 지도 모른 상황이라 국민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에게 이는 위험한 배팅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방송활동과 인기의 부담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희석의 ‘꾸준한’ 불법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일련의 활동은 당연히 세인의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다.       

남희석이 처음 불법 이주노동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떠한 행사나 쇼 프로그램의 미필적 연결이 아니라 뉴스를 통해서 이주노동자들의 처참한 근로 상태를 보고서 자발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센터를 찾아가서 자원봉사자가 된 것이었다. 이후 “그는 지난 (2003년) 2월 자신의 팬클럽인 NHS 회원과 외국인노동자간의 체육대회를 열었”고 “3월에는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 ‘미잔’의 치료비를 위해 모금운동을 벌였고 노동자 센터의 웬만한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으며 지난 7월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허가제를 주장하는 국회 앞 농성장을 지지 방문했고, 지난 2일 종묘공원에서 있었던 외국인 노동자 관련 집회에도 팬클럽 회원들과 참여했다” (경향신문 2003년 11월 18일자)

이러한 남희석의 불법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그를 봉사자에서 홍보대사까지 맡게 하였는데 참으로 훈훈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단순히 연예 프로그램의 행사적인 측면에서 타자에 대한 미필적 연결 사례는 많았으나 자발적으로 앞장서서 보통 시민도 보여주기 힘든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더구나 국회 앞 농성장에 참가한 것은 사회참여적인 연예인에 대해서 꺼려 하는 방송국 관계자들에 대한 부담마저 짊어진 것은 그러한 부담이 없는 촛불시위에 참가한 연예인과는 보다 다르게 보아야 할 것이다.   

대선 이후 끊임없는 일상 정치의 관심이 돋보인다

▲방송에 출연중인 남희석    
이러한 사회참여적인 남희석의 행보는 기성정치에서도 관여를 하는 듯하다. 얼마 전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의 후원자로서 유 의원 후원회에 참가한 남희석은 다음과 같은 위트 있는 발언을 했다. “정치인들에게 부탁하나 하겠습니다. 국회에서 회의하다가 상대방이 자신을 공격하거나 불리한 이야기를 하면 "당신 코미디언이야? 개그맨이야. 코미디 좀 그만해"라고 말하는데 제발 그런 말을 이제부터는 하지 마십시오. 코미디언 자존심 상합니다. 누가 코미디를 하는지는 국민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정청래,‘개그맨 남희석 자존심 상하다’, 마포참여개혁포럼)

그의 재치 있는 촌철살인도 이채롭지만 여기서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연예인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해서 후원회 같은 작은(?) 행사에 후원자로서 참석하는 것이다. 그런 일상의 정치와 열성은 반길만한 일이다. 특히 보통의 연예인이 정파를 떠나 대선과 같은 큰 행사에서만 홍보대사를 자임하는 것은 연예인 자신의 홍보 효과란 반대급부가 있었음을 감안하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뜻깊은 일이다.

혹시 여기서 독자들이 그가 총선출마를 노리는 게 아닌가 해서 벌써부터 가상 시나리오를 짜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최근 어떤 방송인이 어떠한 검증도 받지 않고 단순히 아침마다 아줌마들로부터 인기 있는 MC라는 이유로-한국사회에서 아줌마 표밭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은 인정하지만-총선출마가 되는 어이없는 상황도 있음을 상기한다면, 연예인 누구가 하루 아침에 정치인으로 돌변할 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남희석은 꾸준히 사회참여의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 주목해서 앞으로도 상당시간을 이러한 과정의 축적을 다진 후에 정치진입을 노린다면 마땅히 성원을 보내줬음 한다. 아직 이러한 축적을 거친 후에 정치권에 입문한 연예인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남희석은 귀한 존재다. 부디 괜한 바람 넣어서 정치인 입문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보다는 보다 당분간은 팬의 입장에서 쓰디 쓴소리를 보내야 겠다.

정치인 남희석 보다는 정치적인 연예인 남희석이 더 좋다

이는 기자의 개인적인 ‘호불호’지만 연예인을 하다가 뜬금없이 금뱃지를 찬 정치인들은 그동안 많이 보아왔었다. 그런데 그들이 그 구정물에 빠져서 자신을 구정물에 염색을 했는지 아니면 구정물을 얼마나 맑게 정화 했는지에 대해서 점수를 매기고자 한다면 그다지 좋은 점수를 받을 연예인출신 정치인은 없는 듯하다. 변희재 씨의 말대로 “필리핀의 독재자 에스트라다는 영화에서의 '의적' 이미지로 집권에 성공했다. 그의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농촌의 상당수의 필리핀 국민들은 그의 이미지에 빠져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정치나 운동의 경력이 전무한 브라운관 스타의 정치권 입성은 그야말로 후진정치의 표본”인 것이다.(브레이크뉴스 1월 2일자)

혹시나 남희석이 현재 정치적인 소신을 감추고서 후에 정치권에 진입하기 위해서 유 의원의 후원회를 가는 거라도 기자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 소신과 더불어 우선은 하나하나 계단을 밟아야 할 것이다.

지금 기자의 바람은 정치인 남희석 보다는 ‘정치적인 연예인’ 남희석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현재 한국의 연예인들 중에서 사회참여적인 의식화된 연예인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연예인에서 정치에 진출한 사람은 흔하다. 하지만 남희석처럼 이주노동자란 한국사회에서 ‘타자 중의 타자’로 놓여지는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보이면서 기성정치에 관심을 갖는 자는 흔치 않다. 지금 기자가 남희석이 정치를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김칫국부터 마시는 오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충고가 후에 혹시나 남희석이 정치인이 될 의향이 있다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로운 장사가 아닌가. 혹시 정치인이 될 의향이 없다면 기자 혼자 오버로 끝나면 그뿐이다. 어쨌든 아직은 30대 초반이고, 정치인이 안되더라도 아니 더 좋은 사회공익적인 일을 추구하는 연예인으로서 남기 위해서라도 보다 많은 계단을 오르길 부탁 드리고 싶다.

생계와 의식화된 고민 사이의 긴장감을 잃지 말아야

기자가 ‘정치적인 연예인’이 될 것을 주문하면서 꼭 정치참여, 사회참여만을 바라는 뜻은 아니다. 바로 당신이 활동하고 있는 방송국이란 사회에서 연예계 금품비리, 계약비리 등의 그간 ‘관행’으로 여겨져 왔었던 개선,개혁 시켜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 않은가. 어쩌면 기자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요구가 분명 남희석의 연예인으로서의 행보에 족쇄로 작용할 것이다. 흔히 말하는 방송국의 ‘윗분’들에게 눈 밖으로 나 연예인 활동이 어려워진다면 이주 노동자에 대한 홍보대사의 효과도 반감될 거 아닌가.

이러한 기자의 말이 그저 기자의 욕심으로 들릴 지 모르겠지만, 연예인 활동으로서 걸린 생계와 남희석 자신이 의식화된 고민과의 긴장이 팽팽하게 풀리지 않길 부탁 드린다. 생계를 놓으면서까지 남희석이 당면한 사회문제에 앞장서지 않더라도 그러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곧, 국민들의 검증을 받는 계단이며 사회에 검증받는 단계라 본다. 아줌마에게서 이미지가 좋아서 정치인으로 출마하는 낙하산시대는 한물 갔다.  
 
남희석이 제 2의 전유성?

조선닷컴 북스(books)란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유명인사가 읽은 책’이란 코너에 유명인사로 남희석이 선정된 기사를 읽었다. 여성조선의 전영미 기자에 의하면 남희석은 “제2의 전유성이라고 할 만큼 책을 많이 읽기로 소문났다”고 한다.

보통 SKY까지 나왔던 국회의원들에게 흔히들 ‘꼴통’이란 딱지를 붙이는데 솔직히 SKY까지 나왔으면 유식한 인간으로 분류되지 않은가. 그러한 엘리트들이 꼴통이란 소리를 듣는 이유는 기자는 사회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과 그러한 고민의 생활화가 부재한 것이 한 원인이라고 본다. 이러한 측면에서 남희석의 “책은 여유 있을 때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 반드시 생활화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책의 맛을 하루빨리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남희석의 사회 참여적인 행보를 상기하면 그러한 행보의 근원은 지식의 샘터인 책의 생활화가 깊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보좌관을 7명을 두고서 일은 몽땅 그들에게 맡기고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해서 일절 공부를 안하는 정치인이 너무 많다고 한다. 얼마 전 MBC에서 방영된 특집기획에서 네덜란드 국회의원들은 보좌관이 없었다. 의원들은 특히 유념하시고, 남희석은 앞으로도 꾸준히 책의 생활화와 고민의 생활화하기 바란다.

‘유명인사가 읽은 책’에서 남희석이 추천하는 책 중에서 진중권 씨의 ‘폭력과 상스러움’이 있었던 것은 솔직히 기자의 예상을 벗어난 한편 반가웠다. 여기서 한가지 더 남희석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폭력과 상스러움’에서 진중권 씨가 화두를 놓지 않았던 ‘안티조선’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느냐다. 아무렴 지각머리 있는 지식인들조차 조선일보의 막강한 매체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하는 데 하물며 연예인의 입장에서 조선일보의 막대한 대중매체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 명계남 씨처럼 이미 조중동의 눈 밖으로 난 연예인이 아니라면 공개적으로 안티조선을 표명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진 씨의 책을 읽었다면 그리고 지식이 단순히 알고 있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천을 병행해야 함을 직시하고 있다면 안티조선을 공개적으로는 지지하지 못하더라도 조선과의 인터뷰 거절 정도는 가능하지 않은가 묻고 싶다. 솔직히 기자는 조선닷컴 <북스>란에서 남희석 이름 세글자를 발견한 것도 짜증났고, 안티조선 논객의 저서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조선을 통해서 소개되는 것도 개운치 못했다.

남희석에게 바라는 것만 많고

남희석에게 너무 바라는 것만 많이 나열해서 미안한 감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가 다 주목 받고 있는 연예인임을 반증하는 게 아닌가. 진보개혁매체의 주목을 받는 것은 기성매체와는 다른 솔솔한(?) 즐거움을 받을 것이다. 독자들이 한국 연예계에서 남희석과 같은 표본이 워낙 희귀하기 때문에 이번 글이 다른 방송 관련 사안으로 옆길이 새고 본의 아닌 중구난방 되었던 점은 독자들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중구난방하자면 남희석과 함께 이주노동자에 대한 행사에 적극적인 활동을 했던 남희석의 팬클럽 NHS는 기성세대로부터 학생들이 공부는 안하고, 방송국만 들락날락하는 개념 없는 행위라는 등으로 부정적으로 비춰진 팬클럽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타파해주는 순기능이 있었다고 본다. 이러한 팬클럽의 긍정적인 사례로서 H.O.T 팬클럽을 들 수도 있겠다. H.O.T란 인기 아이돌 그룹이 해체된 지 수년이 지난 지금, ‘반짝가수의 팬클럽’이란 예단을 불식시키고 최근에 불우이웃성금을 기부하는 등의 지속적인 사회공익적인 활동을 보면서 기성세대들에게 팬클럽에 대한 부정적으로 박혀있는 고정관념을 허무는데 일조하였다. 이러한 팬클럽의 활동은 다른 연예인들도 고민했음하는 기대되는 사안이다.

그럼. 앞으로도 남희석의 활발한 방송활동과 사회활동을 기대하며, 브라운관에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하회탈을 보면서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놓칠 않기 바란다./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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