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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盧 불러낸 문창극 인사…'적재적소' 맞나
 
김진오   기사입력  2014/06/12 [01:32]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두 가지 면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첫째는 그의 극우성이요, 둘째는 적재적소 인사인지에 대한 적격성 여부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중앙일보 재직 시절 정치부 기자와 정치부장을 끝으로 현장 기자를 떠났으나 논설위원과 주필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기명칼럼을 썼다.

그의 이념적 잣대로 재단하고 개인적 성향을 담은 글들이 청문회를 앞둔 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용산 참사 때는 과잉진압 책임론이 거세지자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을 옹호하는 글을, 이명박·박근혜 전·현 대통령에겐 애정을 표출하면서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극도의 반감을 드러내는 이중성을 보였다.

또한 이건희 회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극도의 존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전쟁을 해야 한다"거나 "무상급식은 북한식"이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문 후보자의 지인들까지 수구적 형태의 우익성을 우려하고 있다.

야당의 '결사 반대' 당론은 차치하더라도 세월호 참사 이후의 쇄신과 통합, 상생을 요구하는 정치 경제 사회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야당에게 도지사 인수위원장을 넘긴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와 도정의 2인자인 정무부지사 자리를 추천하라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의 상생과 통합의 정신, 소연정 태도와는 너무 동떨어진 처사다.

문창극 후보자의 성향을 모르고 총리에 지명했다면 '무능'이요, 알고도 내정했다면 국민의 요구인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오기'의 인사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조직을 단 한 번도 이끌어본 적이 없고 국정운영 경험, 행정경험이란 전무한 인물을 국정의 최고 수장 자리에 발탁했으니 적재적소 인사인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일고 있다.

보수 신문의 한 고위 언론인은 "문 후보자의 보수적인 기명칼럼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적재적소 인사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평생을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비평해온 사람으로 어떤 이유에서든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하지 못했다"면서 "조직의 이름으로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인물을 조직의 이름으로 일을 해야 하는 국무총리에 쓰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 문 후보자를 직접 상대했다는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문 후보자는 행정경험과 조직을 이끌어본 적이 없는 부분이 다소 염려된다"고 평가했다.

여권은 청문회 통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기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충북 출신인 그의 출신지와 보수적 논객에 대한 박 대통령의 긍정 평가가 작용했으리라고 본다.

◈ 여당 인사, "문창극 논조 윤창중과 비슷한 보수 논객"

한 여당 인사는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이 충청권 달래기 차원에서, 보수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처럼 보수적인 칼럼을 써온 문창극이라는 인물을 등장시킨 것 같다"고 진단했다.

문창극 후보자와 동향인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도 "문창극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주 잘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념적 편향성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인사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화합보다는 돌파를 택한 인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의 보수편향적인 성향의 논설과 기명칼럼 내용 중 몇 가지만을 소개한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지난 2009년 2월 용산참사 과잉진압 책임이 일자 "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두고두고 이 나라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김석기 청장을 살려야 한다'고 적극 옹호론을 폈다.

용산참사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주민과 경찰 6명이 변을 당했으며 김석기 서울경창청장(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경찰청장에 내정되자 성급하게 성과를 내려다가 무모하게 농성 현장에 대한 진압작전을 폈다가 희생자를 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 문, DJ와 노를 끊임없이 공격한 언론인

문 후보자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데도 앞장섰다.

문 후보자는 2009년 8월 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바로 직전 기명칼럼 '마지막 남은 일'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 도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이상한 점은 많은 의혹제기에도 불구 검찰은 물론 당사자 쪽에도 일절 반응이 없다"고 썼다.

이어 "사경을 헤매는 당사자에게 이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짧은 시간 내에 밝혀질 문제도 아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바로 얼마 전 우리는 한 명의 대통령을 불명예스럽게 떠나보냈다. 나라의 명예를 위해서도 더 이상 불행한 대통령은 없어야 한다"며 "그렇다고 이런 제기된 의혹들을 그대로 덮어두기로 할 것인가. 바로 이 점이 안타까운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사실로 드러나지 않은 것들을 조각조각 모아 칼럼에 쓴 것이다.

이에 최경환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이 반론 성명을 냈고, 결국 중앙일보는 같은 달 12일 반론 보도문을 게재했다.

그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아주 컸다고 한다.

96년 정치부장 시절 김대중 당시 아태평화재단이사장이 국민회의를 창당 할 때 언론 중에서 가장 세게 비판했으며 DJ의 행보를 쉼 없이 겨냥했다.

DJ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얼마나 많이 당했다는 판단이 들었으면 "문창극만은…"이라는 말을 되뇌었다고 한다.

DJ에 대한 그의 과도한 비난과 비판으로 말미암아 그는 편집국장을 하지 못하고 미국 지사장으로 유배성 특파원으로 발령나기도 했다.

"내 눈의 들보는 보지 않고 남의 눈의 티만 본다"는 성경의 구절과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독실한 기독교인, 기독교 근본주의자라로 알려진 그에겐 전혀 스며들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 사후에도 그는 DJ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곤 했다.

◈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그에겐 예수의 용서와 사랑이…

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자신의 기명칼럼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자연사한 최규하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민장 형식으로 치러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문 지명자는 2009년 5월26일 기명칼럼 '공인의 죽음'에서 "자연인으로서 가슴 아프고 안타깝지만 공인으로서 그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며 "그 점이 그의 장례절차나 사후 문제에도 반영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는 북한의 1차 핵실험 뒤인 2006년 10월엔 "포용이다. 햇볕이다 하며 너무 오래 참았다.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전쟁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문 후보자는 지난 2010년 12월 28일 '햇볕정책 실패를 선언하라'는 기명칼럼에서 "햇볕정책의 실패를 선언해야 한다. 평화는 햇볕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힘을 바탕으로 지켜진다. 자유의 빛을 북한 주민에게 비추어야 한다"고 썼다.

'두꺼운 외투를 벗기기 위해선 햇볕뿐'이라는 이솝우화를 모른 것인지, 아니면 햇볕정책이 실패한 대북정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평화는 햇볕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무리한 논리를 동원한 것인지, 그의 칼럼에는 논리의 비약과 비논리성이 너무 많다.

중앙일보 논설실에서 그를 주필로 모셨다는 한 중견 언론인은 "그의 기명칼럼은 다소 일방적이고 치우친 편향성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무상급식 등 복지확대정책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거부감을 보이며 보수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2010년 3월 '공짜 점심은 싫다'는 칼럼에서 무상급식을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싶다"며 "심하게 비유하자면 우리 아이들이 공짜 점심을 먹기 위해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는 것과, 식량 배급을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북한 주민이 그 내용 면에서는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비유했다.

특히 북한 인권문제에 관해서는 극도의 보수성을 드러냈다.

◈ 박정희·박근혜·이명박·이건희엔 무한 애정 보인 문창극

반면 삼성에 대해서는 '무한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2011년 7월 '이건희 회장의 눈물'이란 칼럼에서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 울먹이고 있는 모습이었다"며 "기업인들의 수고를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된다"고 이 회장을 치켜세웠다.

문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엔 박근혜 대통령을 맹비난하는 글을 여러 차례 썼다.

2011년 4월 칼럼에서 박 대통령을 '그녀'로 지칭했고, "만약 권력의 자리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고, "박 대통령의 행정수도 원안 고수와 영남국제공항 주장은 지역이기주의"라고 몰아세웠다.

그런 그가 지난 2012년 대선 직후인 12월25일 '하늘의 평화'라는 칼럼에서 박 대통령의 당선을 '신의 축복'에 비유했다.

"반대의 결과가 되었을 때 지금 이 나라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역사의 신은 늘 우리 일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베일 뒤에서 지켜보고 있기만 한다. 우리 역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대한민국을 지켜 주었던 그가 나타난 것은 아닐까?"라며 박 대통령의 당선을 칭송했다.

그는 2011년 12월 23일자 '위대한 시대 그 정점에 박정희'라는 칼럼에서는 "나라마다 위대한 시대가 있었다"며 "우리 현대사에서는 박태준이 일했던 60, 70년대가 바로 이런 시대였다. 그 시대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인재가 쏟아졌다. 그 정점에 박정희가 있었으며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등이 일찍이 다른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개척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 예찬론을 폈다.

이 밖에도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칼럼과 사설에서 편벽된 그의 성향과 보수를 넘어 때론 수구적인 논조를 거침없이 쏟아냈던 논객이 문창극 후보자다.

지난 2012년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자 "야당이 과반을 차지했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 이 나라는 얼마나 어지럽겠는가"라는 기명칼럼을 썼다.

또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했을 당시, "국민의 역사인식이 승리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를 잘 안다는 중앙일보의 한 고위 간부는 "한마디로 너무 보수적인 사람이다. 언론인이라면 모름지기 객관적인 사실을 갖고 평가하고 분석해야 하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의 시각을 가지고 사람과 사물, 사안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습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앙일보 간부도 "상당히 보수적인 칼럼니스트"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에서 재직하다 직업을 바꾼 한 관계자는 "문창극 후보자는 정치부장 시절 정치인들 만나는 것을 아주 꺼려했다"며 "그는 맘에 맞는 사람만 찾는 경향이 강하며 싫은 사람에 대해선 말도 건네지 않는 편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소통을 잘 하지도 않고, 본인 주장이 너무 강해 독선적이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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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6/12 [01:3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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