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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에는 접근도 못하고 무산된 남북당국회담, 왜?
 
임진수   기사입력  2013/06/12 [01:12]
남북이 수석대표의 급(級)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던 남북당국회담이 북한 측의 대표단 파견 보류 통보로 결국 무산됐다.

남북간 회담이 수석대표의 급을 놓고, 그것도 회담 하루 전에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무산 책임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회담 하루 앞둔 11일 저녁, 北 무산 통보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11일 저녁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당국회담이 6월 12~13일 서울에서 개최 예정이었으나, 북측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 삼으면서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통보해왔다"며 회담 무산 사실을 밝혔다.

양측은 이날 오후 1시 판문점 연락관 접촉에서 대표단 명단을 동시에 교환했으며, 우리측은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북측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각각 5명의 대표단 명단을 통보했다.

이에 북측은 오후 7시 5분쯤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으로써 엄중한 도발로 간주하고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며 "회담 무산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 당국에 있다"고 통보했고 김 대변인을 설명했다.

북한은 회담 무산 통보 이전부터 우리 측이 수석대표의 급을 높이지 않는다면 회담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시사했고 남북은 7~8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국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 수석대표 '급'이 뭐길래? 청와대까지 나서 상향 요구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데는 수석대표의 급이 가장 큰 이유가 됐고 이같은 기류는 이미 남북 실무접촉 과정에서 감지됐다.

지난 9일에 열린 실무접촉에서 우리측은 남북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서야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회담에 임할 수 있다고 요구했지만 북측은 이에 난색을 표했다.

노동당 비서를 겸하고 있는 김 부장은 우리측의 부총리에 해당하는 직책을 맡고 있어 통일부 장관보다 급이 높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000년부터 21차례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실제로 북한이 통전부장급의 인사를 보낸 적이 한번도 없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실무접촉과정에서 우리측이 통일부 장관과 실질적 협의를 할수 있는 인사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고 그런 과정에서 북한은 통전부장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시사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당초 순조롭게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실무접촉은 10일 새벽까지 이어졌고 남북은 합의문이 아닌 발표문 형식을 통해 각기 다른 내용으로 수석대표의 급을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당국은 포기하지 않고 북측에 김 부장을 포함해 우리측이 인정할 수 있는 장관급의 인사를 보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심지어 10일에는 청와대까지 나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 박 대통령 주재로 외교안보장관회의가 열린 뒤 기자들과 만나 "격이 맞아야 신뢰가 생긴다"며 북측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조평통 국장급 인사를 보내려 하는 움직임이 포착되자 10일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급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 남북 모두 회담 무산책임 피하기 힘들 듯
 
하지만 북측이 끝내 이같은 요구를 들어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우리측도 급을 한단계 낮춰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웠고 북측이 이에 반발해 대표단 파견 보류를 선언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 결과 남북 당국간 회담이 하루 전날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 등 본질적인 문제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됐고 그에 대한 비판은 남북 모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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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6/12 [01:1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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