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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출범했는데 '권력공백'은 왜 계속되나?
 
안성용   기사입력  2013/02/28 [14:38]
* 첫 수석회의에서 서민생활, 안보위기 대처 강조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취임 사흘만에 처음으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물가인상으로 인한 서민생활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북한 핵실험 등 국가 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됨으로써 국가안보실장이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이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서민생활과 국가안보를 챙기고 나선 것은 취임식에서 역설한 '희망의 새시대'를 위한 4대 전제조건 가운데 2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호'가 닻을 올렸지만 정부조직개편과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인선이 지연되면서 서민생활과 국가안보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역설적으로 박근혜 정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여야의 정부조직개편안 협상이 한치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걱정하면서 하루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의 큰 책임...박 대통령에게 있어

그러나 박 대통령 자신도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찌보면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야당과의 공감대는 물론 여당과의 사전 조율없이 군사작전 펼치듯이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고, 국회 협상 과정에서도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운신의 폭을 거의 주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야당이 거수기 역할을 할수는 없다고 반발하는 것은 물론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겉으로는 민주당의 발목잡기를 비판하지만 속으로는 청와대의 비타협적인 태도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도 이날 당내 회의에서 "인수위가 정부조직안을 짧은 시간 내에 만드느라 당의 의견도 수렴되지 못했는데 여당이 무기력하게 끌려간 것이라고 본다"면서 "행정이 정치를 주도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부분은 박 대통령에 대한 고언이기도 하다.
 
청와대 참모진 인선이 늦어지는 것도 박 대통령의 신속한 국정 장악을 가로막는 요인이지만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인수위 시절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 방식이나 '만만디' 인사 스타일의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과도 인선 협의가 전혀 없어 여당 내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 청문회 일정에 들어간 장관 후보자들에게서 이런 저럼 흠이 발견되는 것이나, 관료 위주의 장관.청와대 수석 비서관 인사도 새정부 출범을 지켜보는 서민들이 마냥 즐거워 하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 정무기능 실종...여당 발묶고, 야당 볼멘 소리 나오게 해

무엇보다 지난 두 달 가까운 정권 인수기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 측의 정무기능 미비와 여당의 존재감 상실이 부메랑이 돼 당당한 정권 출범을 가로 막고 있다.

야당은 물론 언론인들에게도 신망이 높은 이정현 현 정무수석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무팀장을 맡고 있었지만 당시 그의 정무 기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새누리당내 이른바 친박 실세 의원들이나 여당내 실력자들도 친박 2인자를 두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허락없이 삼청동과 여의도를 넘나들며 여야 의원들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런 과정이 쌓이다보니 야당은 야당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축적되고 있고, 그 결과가 박근혜 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정부 이양기'(윤창중 대변인)라는 말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이후 "국회를 존중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약속이 초반부터 지켜지지 않다보니 국회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정치라는게 첨예한 갈등 속에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며 서로 상생하는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 한동안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박근혜 스타일'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이 당장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데 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인사지연 등으로 인한 업무공백 등을 우려하는 질문에 "지금 최선을 다해서 비서실을 꾸리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잠시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기술적 측면의 보완에 노력하겠다는 뜻이 강해 보인다.

청와대 비서실 인선-장관 취임-차관 인사- 산하기관 인사 등을 거쳐 박근혜 정부가 본궤도에 오르려면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새정부 출범 초기의 어수선함과 이로인한 안보 위협, 서민생활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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