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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형해화는 방송장악 노림수
[김영호 칼럼] 정치권력은 권력은 방송에서 나온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김영호   기사입력  2013/02/22 [23:32]

정보의 유통경로를 장악하는 자가 권력을 장악한다. 그 까닭에 이 나라에서 두 차례나 쿠데타를 일으킨 군벌은 방송사 마이크부터 잡았다. 그 후에도 역대 정권은 방송장악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취임하자마자 촛불집회에 데인 이명박 정권은 작심한 듯이 방송장악을 밀어붙였다. 비판적인 방송기자-PD들한테서 마이크를 뺏은 데 이어 친정권 신문인 조-중-동-매에게 불법상태에서 종합편성채널 방송사업권을 나눠줬다. 여론독점-여론조작을 통해 통치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부는 한 걸음 더 나가고 있다. 방송정책에 관한 전권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넘긴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2009년 7월 22일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재투표, 대리투표를 통해 방송법-신문법 개정안을 날치기했다. 헌법재판소가 절차상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국회가 재논의하도록 결정했다. 재입법하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이 언론악법에 근거하고도 모자라 온갖 탈법-특혜를 동원해 종합편성채널을 허가했다. 생산유발효과 2조9,000억원, 취업유발효과 2만1,400명이란 터무니없는 엉터리 예측으로 포장한 산업논리를 내세워 방송장악을 강행했던 것이다. 그 결과는 참혹하여 방송 개시 첫날부터 0%대 시청률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영난이 가중되자 종합편성채널이 아닌 사실상 정치전문채널로서 명맥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새누리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의 핵심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상파방송 허가권, 공동체라디오 방송허가권, 홈쇼핑 방송승인권, 유료방송사업자 채널구성-운용과 약관 승인권을 갖는다. 또 8,000억원 규모의 방송통신발전기금도 넘어간다. 미래부가 방송정책과 관련한 법령의 제정권-개정권, 주파수정책, 방송정책, 방송광고정책을 관장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래부가 방송정책주무기관이 되어 입법권도 행사한다. 반면에 방송통신위원회에는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인허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권, 통신사에 대한 일부 규제업무만 남는다. 법적지위도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에서 일반 행정위원회로 격하된다. 업무 연관성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실상 미래부의 하부 기구로 전락하는 꼴이다.

방송을 언론보다는 산업으로 보니까 이런 위험한 발상이 나온다. 새누리당이 방송의 기능을 진흥과 규제로 분리해서 전자를 미래부로 이관한다고 주장하나 두 기능은 표리관계에 있어 분리가 용이하지 않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방송-통신이 하나의 수신망과 단말기를 통해 제공된다. 방송-통신융합에 따라 영역구분이 모호하다. 하지만 통신은 통신이고 방송은 방송이다. 통신은 방송이란 내용(contents)을 실어나는 도구이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다매체-다채널 시대가 열렸지만 방송의 내용인 보도-논평을 정부가 주도하여 진흥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방송장악을 노린 불순한 의도 이외에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방송광고업무의 관장도 광고통제를 통한 방송통제의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류를 타고 해외에서 한국 드라마가 뜨지만 정부개입으로 진흥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문화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과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합의제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을 보장하고 방송의 가치인 공익성-공공성을 실현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서계제(序階制)와 독임제(獨任制)에 의해 운영되는 정부부처가 맡을 경우 예상되는 정권의 전횡을 막기 위한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명박 정권도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통합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를 합의제로 존치했다. 김종훈 미래부 장관 내정자가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지만 그는 미국 해군장교로 7년간 복무한 사실상 미국인이다. 그는 또 미국 CIA(중앙정보부)가 운영하는 정보기술육성기업에서 7년이나 근무한 사실도 논란의 대상이다. 방송주권과 미국의 이익이 충돌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또한 심각하다.

전파는 국민의 재산이다. 어떤 정파도 전파를 자기이익을 위해 이용해서도 안 되며 이용할 수도 없다. 특정정파가 전파에 대해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하면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이 실종되고 방송의 가치인 공공성-공익성이 소멸되기 때문이다. 다매체-다채널 시대를 맞아 인터넷,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유투브가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진실과 정보를 급속한 속도로 유통시킨다. 이런 현실에서 정치권력이 권력은 방송에서 나온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니 이런 정략적 법안이 나온다. 개편방안 대로라면 방송통신위원회가 형해화되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면서 존치시킬 가치가 없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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