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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단일화의 성공조건
[김영호 칼럼] 정치쇄신과 정권교체 명분보단 경제민주화로 감동줘야
 
김영호   기사입력  2012/11/14 [21:01]

18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판세가 요동친다. 지지세 분포는 대체로 박근혜 후보가 40%대이고 나머지를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양분한 형세다. 돌발변수가 터지지 않는 한 박근혜의 당선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안이 후보 단일화를 잡음 없이 전격적으로 합의함으로써 모든 선거쟁점을 소멸시키며 그 성사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제부터는 문-안의 치열한 경쟁관계가 형성된다. 박근혜는 부동의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정수장학회, 인혁당, 유신체제가 불러일으킨 논란은 컸지만 그의 지지층에는 별다른 변동이 없다. 이 점에서 양자가 박근혜의 표를 끌어올 자력은 한계가 있다. 결국 양자는 단일화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고 나머지를 놓고 지지세 확장에 나설 것이다.

첫째 공략대상은 비박성향의 부동층으로 중첩된다. 둘째는 상대방의 지지층이다. 양자간의 접전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양측은 단일화 과정에서 작은 마찰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벌써부터 대변인의 발표내용을 놓고 미묘한 기류가 흐른 것도 그 까닭이다. 따라서 협상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낙관적인 전망 또한 가능하다. 단 한차례의 단독회담이 일궈낸 전격적인 합의가 그것을 말한다. 과거 정치인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신사협정으로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두 정치신인이 대통령의 입지를 세운지는 1년 남짓이다. 문재인은 친노세력이 숱한 설득을 거쳐 세운 인물이다. 안철수는 새로운 정치지도자를 갈망하는 국민이 만들어낸 증후군이 찾아낸 인물이다. 그 까닭에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을 것 같다.

문-안의 단일화는 1997년 김대중-김종필의 DJP연합과 2002년 노무현-정몽준의 단일화와는 성격이 다르다. DJ는 호남이란 확고한 지역연고를 가졌지만 거부세력 또한 만만찮았다. 군사정권이 덧씌운 용공분자라는 허울 탓에 4차례나 대권에 도전한 끝에 성공했다. DJ는 충청권과 연대하지 않으면 야망을 이룩할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JP는 또한 직선을 통해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었다.

민주화 투사 DJ와 유신잔당 JP의 정치연대는 정적간에 권력을 나눠먹는 전형적인 야합이었다. 두 노련한 정치인은 1년 이상 ‘지역등권론’, ‘지역연합론‘이라는 다양한 논리를 내세워 그 난관을 극복했다. JP는 또한 제왕적 대통령의 보완이라는 의미에서 ‘의원내각제‘로 명분을 찾았다. JP는 3당합당에 이은 DJP연합을 통해서도 의원내각제를 성취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터득하고 있었을 것이다. 알고도 속은 그는 공동정부 수립에 성공했고 국무총리를 지냈다.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는 즉흥적이었다. 빈농의 아들, 상고출신 변호사 노무현과 재벌2세 정몽준은 성장배경과 교육환경이 너무나 달랐다. 그 이질성과 정치력 부족으로 인해 이념적-정책적 연대가 불가능했다. 이회창을 꺾어보자고 던진 노무현의 승부수에 정몽준이 동조했을 뿐이다. 정몽준의 일방적 파기에 충격을 받은 네티즌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열성적으로 지지세력을 규합해 노무현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문-안의 7개항 공동합의문에 나오는 ‘정치혁신’, ‘정치권의 기득권 포기’, ‘새 정치’는 동의어 반복이다. 안철수의 요구가 강해 강조하는 뜻에서 되풀이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정당기반이 없는 안철수의 입장에서 민주당에 잘못 들어갔다가는 친노계파에 포획되어 정치적 입지를 잃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 동안 제기해온 민주당의 인적쇄신론이 그것을 말한다. 4-11 총선은 민주당이 다 이긴 선거라는 판단이 우세했는데 민주당이 패배했다. 당권을 장악한 친노세력의 득세가 국민적 거부반응을 부른 것이다.

손학규를 대표로 한 민주당이 이해찬이 이끈 ‘혁신과 통합’과 결합해 민주통합당이 태어났다. 합당의 주역인 손학규가 대선후보 경선과정에 “친노 패권주의가 당을 공중분해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당권파를 공격했다. 김두관 또한 손학규 못지않게 당권파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안철수 진영이 민주통합당의 역학구조를 훤히 파악하고 있기에 환골탈퇴를 주문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 후보가 지닌 최대의 장점은 진정성이다. 술수와 식언을 능사로 아는 구정치인이라면 일거에 단일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을 실무회담에만 맡겨서는 미세한 자구에 매달려 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 두 후보가 통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려면 획기적인 민생복리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경제민주화이다. 지금 논의되는 정치쇄신과 정권교체라는 명분만으로는 1+1=2+α(알파)라는 승수효과를 내지 못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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