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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가계부채 1000조원
[김영호 칼럼] 유로위기보다 더 치명적, 정권말기 위기관리 능력 안보여
 
김영호   기사입력  2012/07/04 [16:08]

가계부채 1,000조원이 언제 폭발할 모를 시한폭탄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라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졌다. 주택거래가 끊겨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은행 빚을 낸 자영업자들의 상환능력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생활에 쪼들린 일반 대출자들도 은행 빚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 당장은 빚을 내서 은행 빚을 갚지만 언제까지 갈지 모를 일이다.

작년말 가계부채가 912조8,810억원이다. 2007년의 665조2,950억원에 비해 4년간 무려 37.2%인 247조586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빚 갚을 능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이 2010년 103.4%에서 작년에는 109.6%로 1년 새 6.2%p나 높아졌다. 가계부채나 다름없는 자영업자 대출잔액이 작년말 102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은행 빚을 못 갚으니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적금-보험 해지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생명보험의 경우 매달 50만명이 2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형편이다.

가계부채의 1/3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뇌관이다. 금년 1/4분기 주택담보대출은 306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에서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대출이 전체의 76.8%인 235조4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또 이 중에서 42%에 해당하는 128조원이 분할상환대출의 거치기간이 끝나거나 일시상환대출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 늦어도 내년부터는 이자와 함께 원금을 갚거나 원금을 일시에 상환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가는 뛰고 소득은 줄고 실업이 늘어나니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판이다.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자만 내던 가구가 원금상환에 들어가면 소득 중에서 원리금 상환에 쓰이는 비율이 평균 49.1%에 달한다. 원금을 갚기 시작하면 번 돈의 절반은 은행 빚 갚는 데 써야한다는 뜻이다. 지난 5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85%로 4월보다 0.06%p나 뛰어올랐다. 이것은 5개월 연속 오른 것으로 2006년 10월의 0.94% 이후 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앞으로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을 예고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의 불씨는 집단대출이다. 집단대출은 은행이 신규아파트의 입주자들을 상대로 분양가의 일정액을 융자해 주는 것을 말한다. 상당수가 투자이득을 노렸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거나 팔리지 않으면 연체위험이 커지기 마련이다. 그 집단대출이 지난 4월 102조원으로 주택담보대출의 33.5%에 이른다. 지난 5월 연체율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2배나 되는 1.71%이다. 집단대출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높은 아파트가 58.7%나 되어 연체급증이 우려된다.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은 자영업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자영업자 부채를 전체 가계부채의 1/3 수준인 320억원으로 추산한다. 심각한 문제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는 작년말 560만명에 달한다. 그 중에서 179만명이 소득수준 하위 20%에 해당하는 생계형 자영업자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9년 생계형 자영업 종사자의 개인소득은 707만5,000원에 불과하다. 빚 갚을 여력이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대책은커녕 실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계부채 구조가 50대 이상 고연령화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그 비율이 작년말 46.4%로 2003년의 33.2%보다 13.2%p나 높아졌다. 이것은 같은 기간 50대 이상 인구비율 증가폭 8.0%보다 훨씬 높다. 이들은 대부분이 2005~2007년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에 아파트를 비싸게 사서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집값이 떨어지는 가운데 퇴직시기가 앞당겨져 상환능력이 위태로워졌다는 점이 심각하다.

이보다 더 위험한 문제는 3군데 이상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182만명으로 4년 새 30만명 이상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연체율이 4.15%로서 2010년의 2.41%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것은 전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에 비해 무려 4.9배나 높은 것으로 이미 위험신호를 울리고 있다. 다중채무자의 연체는 전체 금융계에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그 충격파가 심각하게 우려된다.

부동산 투기의 후유증이 스페인 경제를 삼켰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도 부동산 값 폭락이 도화선이 되었다. 스페인 사태가 강 건너의 불이 아니다. 그런데 정권말기와 맞물려 위기관리능력이 보이지 않는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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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7/04 [16: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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