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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일 "이젠 '복지대통령' 뽑을 차례"
[나는 왜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말하는가③] 복지국가가 시대정신이다
 
편집부   기사입력  2011/05/16 [15:11]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왼쪽)가 묵념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대자보 박진철


보편적 복지가 포퓰리즘·경제의 적? 거짓말입니다!
 
교수가 정치연설을 하려니 좀 당황스럽습니다. 박용진 공동본부장이 연설을 아주 멋있게 하시던데, '아, 정치연설을 저렇게 하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렇게는 못하구요. 그냥 교수니까 발제하는 형식으로 간단하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국민은 정말 온갖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산업화도 이뤄내고, 민주화도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에게 안정된 생활, 행복한 삶은 아직도 요원한 꿈입니다.

혹독한 경쟁교육 탓에 우리 어린이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꼴찌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학등록금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습니다. 학업을 마쳐도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우리나라 일자리의 반 이상이 비정규직입니다. 이러니 젊은이들은 결혼을 망설입니다. 결혼을 해도 보육 걱정, 교육 걱정에 애 낳기를 꺼려 합니다. 직장인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서민들은 주거 불안에 시달립니다. 노후 불안은 우리 모두의 걱정거리가 됐습니다. 노인 빈곤률, 자살율이 OECD 국가 중 최고입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참으로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한심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제 우리 국민은 변화를 요구합니다. "더 이상 힘들어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입니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이 모순을 이제는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겁니다.

우리도 남들처럼 복지국가 좀 하자고 합니다. 가혹한 경쟁만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따뜻한 연대가 모두를 감싸는 그런 사회를 갈구합니다. 출생 배경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소망합니다.

▲유종일 KDI 교수가 '복지국가가 시대정신이다'는 주제로 발언을 하고 있다.    ©대자보 박진철
있는 사람 편만 드는 국가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재벌만 살 찌고 민생은 쪼그라드는 경제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국가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합니다.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고 공교육에 투자해야 합니다. 대학등록금 문제 해결하고, 노동시장의 차별을 없애야 합니다. 의료보장을 실질화하고, 주거 안정, 노후 보장을 실현해야 합니다. 이것이 보편적 복지입니다.

돈이 없어서 복지를 못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거짓말입니다. 복지는 4대강 사업이나 아니면 무슨 신형 무기를 구입하는 것처럼 안 써도 되는 일에 생돈을 쓰는 일이 아닙니다. 어차피 해야 할 일, 어차피 써야 할 돈을 사회적으로 부담하는 것일 뿐입니다. 복지는 곧 나누는 것입니다. 연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입니다.

보편적 복지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경제의 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거짓말입니다. 온 국민을 가혹한 경쟁의 바다로 내몰고, 자신들은 기득권의 울타리를 둘러 특권을 유지하려는 소수 특권층의 기만적인 언술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고, 가장 행복도가 높고, 가장 부유한 측에 속하는 나라들이 바로 보편적 복지를 실시하는 나라들입니다. 복지국가는 누가 뭐래도 이제까지 인류가 발명한 사회제도 중에서 가장 정의롭고, 가장 인간다운 제도입니다. 맞습니까, 여러분?

우리 사회는 수많은 개혁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고쳐야 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보편적 복지가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입니까?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민생을 일으켜 세우고, 우리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 이 시대 국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그 요구가 바로 '보편적 복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는 오늘날의 시대정신인 것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 대통령'을 뽑았다가 낭패를 본 우리 국민들이 이제는 '복지 대통령'을 뽑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는 이제 이러한 국민들의 염원을 모아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고, 정의로운 역동적인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의 지혜와 열의를 모아 주시길 당부 드리고 또 모든 국민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본 기사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가 지난 5월 12일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서 한 정치연설 전문입니다. 유종일 교수는 현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이며,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 공동본부장입니다. 유종일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 경제학 박사를 거쳐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역임했고, 2006년~2009년까지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에는 노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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