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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불패’를 깨는 전략
[김영호 칼럼] 중산층 끌어안는 정책개발이야 말로 선거에서 승리하는 길
 
김영호   기사입력  2011/04/19 [03:31]

중간선거의 성격을 지닌 4-27 재보선은 정치풍향을 재는 의미를 지닌다. 특히 분당을 보궐선거는 앞으로 정치지형을 가르는 분수령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고학력-고소득-전문직의 밀집지역인 분당을은 서울 강남에 버금가는 이른바 보수세력의 집결지이자 한나라당의 본거지다. 민주당으로서는 사지라는 이곳에서 잠재적 대선주자인 손학규 후보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이것은 일개 선거구의 승리로 끝나지 않는다. 민주당이 지지판세를 바꾸고 나아가서 내년 4월 총선, 12월 대선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정당지지판도의 변화를 보면 그 가능성이 엿보인다. 1944~2010년 의원선거가 34차례 실시됐다. 이 기간 2차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의 와중에도 공화당이 상-하양원의 다수의석을 차지한 것은 6차례뿐이다. 그나마 4차례는 1994년 이후이다. 같은 기간 민주당은 22차례나 상-하양원을 지배했다. 그것도 1954~1980년 민주당이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뉴딜정책의 성공이 중산층, 빈민층, 유색인종의 지지를 견인해내 26년간 민주당에게 승리를 안겨줬던 것이다.

1980년부터는 민주당의 우위구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199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1952년 이후 처음으로 양원우위를 탈환했다. 민주당의 각종 복지정책이 유색인종을 겨냥했다는 보수세력의 이념공세가 남부 백인이 공화당으로 돌아서게 만든 것이다. 그 까닭에 존슨 대통령의 의료개혁이 수혜계층인 백인 빈민층의 반발에 의해 좌절됐던 것이다. 남부 백인이 공화당의 주요정책인 감세정책, 규제완화에 따라 얻을 혜택이 없음에도 말이다. 그 까닭에 1990년대 이후 정당의 지역적 지지기반이 민주당=동부, 공화당=남부로 고착화되었다.

공화당은 본래 노예해방과 소외계층의 권익을 대변하는 정당이었다. 1860년 대선에서 당선된 공화당 최초의 대통령 링컨이 그것을 말한다. 그 후 북부의 신흥자본이 공화당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50년 넘게 다수당의 지위를 지켰다. 하지만 1929년 대공황이 공화당의 지지기반을 붕괴시키는 틈을 타 민주당이 노동자-소외계층 복지를 내세워 공화당의 지지기반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결국 민주당은 진보, 여성, 복지, 유색인종 위주의 정책을 펴는 정당으로 진화했다. 공화당은 보수, 부자, 기독교, 백인, 대기업의 위주의 정책에 역점을 둔 정당으로 변신했다.

서울 강남지역은 오늘날처럼 한나라당의 아성이 아니었다. 강남지역 분구 이전인 1984년 12대 총선에서 강남구, 강동구 의원 4명 중에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정당은 1명만 당선되었다. 6월항쟁 이후 강남구에서 서초구, 강동구에서 송파구가 분구된 다음 처음 실시된 1988년 13대 총선에서 4개구 8명 중에 민정당 당선자는 2명뿐이었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자당은 2명만 살아남았다. 1996년 15대 총선부터 신한국당이 강세를 보이더니 2000년 들어 강남지역이 한나라당의 요세로 변해버렸다.

그 원인은 다각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1970년대 후반 아파트단지가 조성되면서 고학력- 고소득-전문직의 중산층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출신지역은 영남이 호남보다 수적우세를 보였으나 집권세력에 대해 비판적이었음을 역대 총선이 말한다. 전환점은 1997년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이었다. 이른바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친북좌파정권이라는 이념공세가 영남출신의 결속력을 촉발했다. 이어 노무현 정권이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고 이에 맞선 보수신문과 한나라당 연대세력의 징벌적 세제라는 반격이 강남지역의 응집력을 강화시켰다.

강북은 전통적 야당우세지역이었다. 그런데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서울 48개 의석 중에 40석을 싹쓸이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한나라당이 아파트 소유심리를 자극하고 보수언론이 가세한 결과이다. 뉴타운개발을 통한 계층이동욕구를 충족시켰던 것이다. 또 정권심판론이 주효해 노 정권의 전위대였던 386의 몰락을 가져왔던 것이다. 하지만 2010년 지자체 선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권이 부자정권을 표방했지만 중산층이 비우호적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독선적 국정운영과 양극화 심화에 대한 반발도 컸지만 야당의 무상급식이 승기를 잡았다.

손학규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것은 수도권 중산층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보편적 복지정책을 이념-계층의 문제가 아닌 정의의 문제로 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산층을 끌어안는 정책개발이야 말로 총선, 대선에서 승리를 이끄는 첩경이다. 고학력-고소득-전문직의 밀집지대인 미국 동부가 민주당의 후견세력이라는 점이 그것을 말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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