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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불 시대’ 문수스님의 소신공양
[김주언의 뉴스레이더] 국민은 불통, 불안, 불만, 불신, 불임속에서 살아가
 
김주언   기사입력  2010/07/02 [05:36]
후세의 역사가들은 이명박 정부 시대(MB시대)를 ‘5불(不)시대’로 부를지도 모른다. MB시대에 대한민국 국민은 불통, 불안, 불만, 불신, 불임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5불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의 고통은 이루 말하기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한 채 오만과 독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 촛불집회 때 광화문 네거리에 쌓아 올렸던 ‘명박 산성’은 불통의 상징이었다. 이 대통령은 그 이후에도 세종시 수정안이나 4대강 삽질에 대해 많은 국민이 몸을 던져 반대하는 데도 불구하고 귀를 막아 버렸다.

6.2지방선거에 나타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의 심판은 그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말로 대신하면 된다. 국민의 반대여론은 홍보부족 탓이므로 일방적 광고가 최선이다. ‘불통’은 MB시대의 키워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화해에서 대립으로 전환했다. 평화롭던 한반도 상공에 전쟁이라는 먹구름이 몰려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 불사론’을 외치며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병역의무’도 치르지 않은 이명박 정부의 고위층은 전쟁의 위험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는 선언규정으로 전락했다. 미네르바는 구속됐고 천안함 사건에 의혹을 제기하는 인터넷 글은 마구잡이로 삭제됐다. 이 대통령을 풍자하는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총리실은 민간인을 불법으로 사찰했다. 독재시대의 유물인 고문도 되살아났다. 박원순 변호사가 폭로했듯이 국정원은 과거 독재정권의 영화를 그리워 하는 것같다. 국민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 ‘불안’을 조성하는 것은 독재정권의 통치수법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 감세’로 대표되는 ‘강부자 정부’이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다며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MB시대에서 경제성장의 혜택은 대기업이나 토건업자에게만 돌아갈 뿐이다.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 건설이라는 이른바 ‘747공약’을 내세웠지만 ‘강부자 정부’의 헛소리였을 뿐이다. 부자감세와 부동산 정책으로 소득 상위 10%계층은 사상 최초로 월 소득 1,000만원대를 돌파했다. 

반면 하위 10%계층의 소득은 바닥 모르게 떨어져 차디찬 반지하 월세방에서 바퀴벌레와 씨름하며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 서민이 매일 밥상에 올려야 하는 채소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서민의 삶은 고되기만 하다. 이명박 정부는 틈만 나면 서민과 중도를 내세운다. 목도리와 떡볶이 생쇼로 서민중심 중도실용을 외치지만 명불허전일 뿐이다. 서민의 ‘불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폭발할 지 모른다. 

이명박 정부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 금방 들통 나더라도 위기의 순간만 모면하면 될 뿐이다. 취임 초 국민의 반발에 억눌려 한반도 대운하를 포기한다고 선언했지만, ‘4대강 삽질’이 운하의 전초전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은 아직도 남아 있다. 국토를 마구 파헤쳐 생명의 길을 가로막는 ‘4대강 죽이기’를 ‘4대강 살리기’로 위장한다. 

이명박 정부의 거짓말이 탄로난 것은 셀 수 없이 많다. 미디어악법 제정의 근거로 제시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는 1차 보고서에 이어 수정보고서까지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는 ‘에릭슨이 향후 5년간 약 2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브리핑했지만 에릭슨은 3일 만에 “구체적인 투자규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이어진 부시 대통령의 발언으로 거짓말이 탄로났다. 이제 국민은 이명박 정부를 믿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와 국민 사이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갈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마음먹고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의 반대로 폐기됐다. 참여정부가 수도권 과밀방지와 국토 균형개발이라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추진한 세종시를 이명박 정부는 껍데기뿐인 수정안으로 탈바꿈하려 했다. 충청도 민심을 헤아리지 않은 채 오로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수도권 민심에 영합하려 한 시도였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세종시 총리’로 불렸던 정운찬 총리가 “책임지겠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총리의 사퇴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싸고 지난 9개월 동안 대한민국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여당은 계파별로 나뉘어 소모적 갈등을 빚었다. 국민은 지역별 찬반의견 대립으로 찢겨졌다.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 건설을 멈춰 버려 당초 계획에 엄청난 차질을 빚었다. 더구나 수정안 추진을 위해 대기업과 대학을 구워 삶기 위해 엄청난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고 수정안 홍보를 위해 엄청난 돈을 썼다. 그러나 결국엔 여당의 분열과 6.2지방선거 민심의 심판으로 세종시 수정안은 폐기되고 말았다. ‘불임’ 정책에 불과했던 세종시 수정안으로 대한민국은 갈기갈기 찢겨질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소신공양을 한 문수스님은 이러한 유언을 남겼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뜨거운 화염 속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문수스님의 외침이다. 불교계는 오는 17일 서울광장에서 문수스님 소신공양 국민추모제를 갖는다. 문수스님의 마지막 외침이 ‘5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문수스님,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언론광장 감사, <시민사회신문>(http://www.ingopress.com)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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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7/02 [05: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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