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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정운찬 총리 왜 자꾸 말실수 하나?
박근혜 전 대표 관련 말실수 잦아…'세종시 총리' 꼬리표, 교체설도
 
권영철   기사입력  2010/05/18 [11:10]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정운찬 국무총리의 말실수가 도를 지나쳤다는 비판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운찬 총리가 취임 이후 잇따른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계산된 말실수인지 아니면 교수 시절의 스타일을 버리지 못해 발생한 일인지 구구한 해석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운찬 총리는 왜 자꾸 말실수를 하나?' 그 속사정을 알아 본다.

▶정운찬 총리의 말실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은가?

= 정운찬 총리가 지난 13일 고 한주호 준위의 가족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 "잘못된 약속조차도 막 지키려는 여자"라고 발언해 파장이 크게 일고 있다.

정 총리의 말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총리 취임 이후 말실수 한 것만 모아도 책을 한권 쓸 정도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로 잦은 말실수를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고인이 된 민주당 이용삼 의원의 빈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4선 의원을 초선으로 부르고, 독신인 이 의원을 두고 '자제들이 어린데' 라는 말을 해서 주위를 당황하게 했다.

4대강과 관련해 경남 양산의 물금취수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4대강 사업이 완료되면 우리 강들은 큰 어항이 된다"라며 "어항이 커야 물고기들이 깨끗한 물에서 자랄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 과정에서는 인간생체실험으로 악명을 떨친 일본군 '731부대'를 '항일 독립군 부대'로 잘못 말하기도 했다.

개봉중인 '아바타' 영화를 집에서 봤다'거나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이 궁핍하게 살지 말라며 소액을 준 적이 있다고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등 말실수가 너무도 많았다.

▶정운찬 총리가 말실수가 잦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건가?

= 총리 본인의 주장은 '실수였다'거나 '준비가 부족했다' '농담이었다'는 해명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국의 국무총리로서 잦은 말실수는 총리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공직의 무거움을 잘 모르는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 총리가 대학교수로서 자유롭게 살면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하고 살다 보니 너무 쉽게 말을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총장이 공직이긴 하지만 교수의 연장선상이고 당시에도 정부의 정책에 반발하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혀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민주화 운동이라도 했다면 어려운 상황이나 여건을 헤쳐 나가는 고민을 했을 텐데 그런 경험도 없다. 그러다 보니 말을 너무 쉽게 한다는 것이 말실수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한 때 대선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는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노린 계산된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 정치권에서는 워낙 총리의 존재감이 없다 보니 존재감 부각을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 총리의 평소 발언 스타일을 볼 때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평소 정 총리가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잘못된 약속도 막 지키려는 여자'라는 식의 말은 공적인 자리가 아니라 사적인 술자리에서도 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를 두고 '방배동 카페 용어'라고 했다.

정 총리가 서울대 재직시절 방배동 카페를 자주 들렀는데 그런 자리에서 편하게 얘기하던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이런 말실수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자신의 존재감 부각을 위한 정략적 발언이라면 자신의 발목을 잡는 무모한 발언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독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관련해 말실수가 많은 것 같은데?

= 몇 차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잘못된 약속조차도 막 지키려는 여자"라는 발언이 대표적이지만 지난 2월 임시국회 답변에서도 박 전 대표 측을 자극 하는 발언을 했다.

당시 정 총리는 "세종시는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만든 아이디어이고 정치인들이 지역에 내려가 하는 말도 표를 많이 얻을 것이냐에 따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 총리는 이어서 "자기가 속한 정당·계파 보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분들이 국민 목소리보다 (계파 보스 목소리를) 앞세우기에 정쟁을 야기한다"며 "자기 정치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동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를 '보스'에 비유하고 친박계를 '보스를 무조건 따르는 집단'으로 매도 한 것이다.

▶박 전 대표를 주로 겨냥한 것은 '세종시 수정안' 때문이라고 봐야하는 것인가?

= 그렇게 해석해야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박 전 대표의 원칙 고수 때문에 세종시 수정안은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정운찬 총리를 '세종시 총리'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니 속이 달았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박 전 대표를 겨냥해 잦은 실수를 하게 된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 총리가 충청도를 자주 방문하고 있지 않은가?

= 그렇다. 취임한지 8개월이 채 안됐는데 12차례나 방문했다.

사실 특정지역을 이렇게 꾸준하게 방문하는 것은 국무총리로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국무총리가 국정을 통할해야 하는데 한 곳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 '세종시 총리'임을 인정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종시 문제의 돌파구를 연 것도 아니고 충청도 민심을 돌린 것도 아니다.

정운찬 총리는 취임 당시 "필요하다면 대통령에 할 말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취임 8개월 동안 대통령에게 어떤 소신 있는 발언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정운찬 총리가 교체될 것이다라는 말들이 많은 것 같은데?

=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을 하지는 않고 있지만 총리 교체설이 떠돌고 있다.

지방선거 후 민심수습용 개각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부터 경질성에 이르기까지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의 교체가 기정사실로 굳어져 가는 분위기다.

사실 청와대나 한나라당에서도 정 총리 카드를 더 이상 고집하기 어려운 상태에 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종시 문제는 정체 상태이고 잦은 말실수는 총리 자신의 입지 차원을 넘어서서 오히려 대통령과 여권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찬 총리가 대학교수로 재직할 때는 비판적 지식으로 상당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 사실 그렇다. 비판적 지식으로서 날카로운 분석과 지적을 하고 서울대 총장시절에는 나름대로 소신 있는 발언을 해서 유력한 대권후보로까지 거론되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런데 유능한 비판적 지식인이 곧바로 훌륭한 공직자 내지는 훌륭한 정치인이 되는 것이 아님을 정운찬 총리가 잘 보여줬다는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식인으로서의 정운찬은 '훌륭'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정운찬은 '글쎄'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정 총리는 교수시절 뛰어난 화술과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개혁적인 엘리트의 이미지로 대중적 인기까지 누렸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 총리의 그런 이미지는 '험한 정치판'에는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총리를 두고 '과 포장된 대표적 인물'중 하나로 꼽고 있기도 하다.

정 총리는 국정을 계속 수행하면서 논란을 일으키기 보다는 본연의 '비판적 지식인'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오히려 사회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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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18 [11:1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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