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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구제금융 지원, 호재서 악재로 돌변, 왜?
단일통화 사용이 유로존 경제 상호의존성 높여...그리스 위기, 전파 우려 증폭
 
김학일   기사입력  2010/05/07 [23:25]
지난 2일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은 그리스에 대해 2012년까지 3년 동안 1100억 유로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그리스 경제위기의 핵심은 재정적자가 너무 커 국가부채를 갚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에있는 만큼, 그리스가 이처럼 천문학적인 구제 금융을 받게 된 것은 굿 뉴스임에 틀림없다.

구제 금융으로 2012년까지 도래하는 800유로의 국채를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이다.

그러나 세계 금융 시장은 거꾸로 반응하고 있다. 그리스 문제가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인근 국가는 물론 영국을 거쳐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그리스가 1100억 유로의 구제 금융을 받기로 하면서 약속한 재정적자 감축안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즉 그리스는 앞으로 3년간 300억 유로의 고강도 재정긴축에 나서 지난해 13.6%에 달했던 국내 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014년까지 3%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여기에는 물론 엄청난 내핍 등 국내적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런 고통을 민간에 관철시킬 능력이 없고, 민간 역시 이런 고통을 감내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리스 내 주요 노조와 시민들은 긴축안에 반대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요인은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사용하는데 따른 구조적인 문제이다.
물론 단일통화의 사용은 상당한 이점이 있다. 실제 유로존 국가 내 단일 환율이 적용됨에 따라 환리스크가 소멸됨으로써 자본이동이 자유로워지고 교역이 크게 확대 것은 중요한 성과로 지적된다.

그러나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유로존의 태생적인 한계가 부각되고 있다. 1999년 EMU(유럽통화동맹)체제의 출범 당시 ‘하나의 강력한 유럽’을 만든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그리스 등 경제 체질이 허약한 국가들도 유로지역에 포함시킨데 따른 부작용인 셈이다.

각 국가별로 경제의 수준이 다른데 동일 통화를 사용하다보니, 회원국 간에 경상수지 흑자 국가와 적자 국가의 교역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된 것이다.

실제 문제가 되고 있는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3개국의 상품수지는 2008년 한 해 동안 독일을 상대로 400억 달러를 넘는 적자를 봤다. 역내 교역에서 본 적자는 총 800억 달러에 달했다.

독자적인 통화-금리 정책을 시행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경기가 나빠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면 마땅히 돈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있지만,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만큼 그럴 수단이 없는 것이다. 금리 역시 ECB(유럽중앙은행)이 결정하는 만큼, 국내 거시정책의 필요에 맞게 조절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단일 통화의 사용으로 역내 경제의 상호의존성은 갈수록 높아져, 한 나라가 파산하면 다른 나라 역시 위험해지는 ‘위기의 전염효과’도 커진다.

실제 상품 교역량이 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EMU 출범 당시 28%에서 10년 만에 33%로 높아졌다. 남유럽 4개국에 아일랜드를 포함한 `PIIGS' 국가들은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이 전체 차입금의 48%에서 많게는 72%에 달한다.

한국은행 이흥모 해외조사실장은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미국은 대외 불균형이 심해도 당장 문제가 불거지지 않지만, 남유럽 국가들은 그럴 수 없다”며 “동일 환율 적용과 재정통합을 배제한 화폐 통합 등 EMU 체제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들은 해결이 쉽지 않아 앞으로도 그리스 사태와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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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07 [23:2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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