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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대격돌'…MB는 왜?, 박근혜는 왜?
둘 다 '손해볼 것 없는 싸움'
 
김재덕   기사입력  2010/01/14 [14:58]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여권 내분의 대척점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너무 정치논리로 가고 있다"고 했고, 박 전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고 한 것인데 말뜻을 못알아듣고 있다"고 되받았다.
 
서로 상대를 겨냥한 발언들이다. 사생결단식으로 충돌했던 지난 2007년 경선 때로 되돌아간 듯한 양상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왜 상대의 퇴로마저 차단한 채 이토록 대립하고 있는 걸까.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정면충돌하는 배경에는 '손해볼 것 없다'는 계산이 바탕에 깔려 있다.
 
◈ MB, 안돼도 손해볼 것 없다
 
이 대통령으로선 박 전 대표에게 밀려 세종시 수정을 접으면 향후 국정 장악력에 큰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여권내 힘의 균형추가 급속히 박 전 대표에게 쏠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세종시 수정추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도 외길로 밀어부칠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 점이 수정추진의 불가피한 측면이라면 적극적으로 고려할만한 측면도 있다.
 
자신에 대한 높은 지지율과 충청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수정안에 대한 찬성 의견이 높게 나오고 있는 점은 이 대통령을 강행추진으로 기울게 하는 요인이다.
 
여권 주류 일부에선 세종시 수정이 무산되더라도 이 대통령이 손해볼 것은 없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선택'이었는데 박근혜 전 대표의 고집 때문에 무산됐다는 여론이 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친이계 의원들이 "최선을 다하다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을 하는 이면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세종시 수정입법이 친박계와 야당의 반발로 어차피 국회 통과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청와대, 정부, 한나라당내 친이 주류가 세종시 여론전에 올인하고 있는 점은 그래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일부에선 퇴로를 위한 명분쌓기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 박근혜, 승산있는 싸움에 충청권 중요
 
세종시와 관련한 박근혜 전 대표의 선택은 차기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영남에서 부동의 입지를 갖고 있는 박 전 대표에게 충청권은 차기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다.수도권은 어차피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기도 전에 '수정안이 당론으로 돼도 반대'로 못박은 것도 다분히 충청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
 
친이계는 박 전 대표가 수정안에 대한 찬성여론이 형성될 기회를 원천 차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덕분에 충청권은 수정안 반대 여론이 타 지역에 비해 요지부동이다.
 
여기에 세종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일관되게 '국민과의 약속','정치는 신뢰'를 강조함으로써 '약속을 어긴 이 대통령'과 '약속을 지킨 박근혜'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효과도 노렸음직하다.
 
박 전 대표가 예상외의 초강수를 던진 이면에는 무엇보다도 세종시 수정 입법의 국회 처리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깔려 있다.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라는 얘기다.
 
친박계 중진들로부터 다른 얘기가 나올때마다 그가 잇따라 '한마디'로 단속에 나선 것도 수정무산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세종시 수정이 무산될 경우 차기를 향한 '박근혜의 힘'은 위력을 발휘하겠지만 수정이 관철된다면 박 전 대표는 중대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문제가 여권의 진로와 관련해 절체절명의 이슈가 된 이유도 두 대주주간 권력투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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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14 [14:5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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