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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파동, MB 집권기간 내내 간다
[김영호 칼럼] 원주민 쫓아내는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재검토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9/11/04 [14:44]

 전세대란이란 언론보도가 잠잠하다. 하지만 전세파동이 가라앉은 것이 아니다. 비슷한 기사를 반복적으로 쓰기 어려우니 언론보도가 줄었을 뿐이다. 전세파동이 더 싼 셋집을 찾아 서울, 수도권을 넘어 경기도 일원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강남 지역의 전세수요만 해도 안양, 군포, 의왕, 과천 등지로 몰려 안양권에는 매물이 바닥났다.    

 문제의 심각성은 전세파동이 내년, 내후년에도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집권기간 내내 전세파동이 극성을 부린다는 소리다. 무분별-무계획한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멀쩡한 집들을 마구 헐어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엉터리 뉴타운 공약으로 당선의 단맛을 즐겼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낙선의 쓴맛이 기다릴 줄도 모른다.  

 2001년 전세파동으로 김대중 정부가 혼쭐났다. 5만가구 규모의 강남구, 강동구 5개 저밀도 아파트 재건축 허가가 전세파동을 촉발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최소한의 수급예측도 없이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19차례에 걸쳐 각종 건축규제를 완화하고 대규모 도심재생사업을 밀어붙인다. 여기다 중-대형 위주의 공급정책이 소형 부족을 부추겨 수급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킨다. 사상최대의 전세파동은 필연적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추진되는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모두 247개 지역 23만가구가 넘는다. 이에 따라 멸실가구가 2008년 4만2,670가구에서 올해는 1만806가구로 크게 줄었다가 내년에는 3만4,407가구로 크게 늘어난다. 2011년에는 전년에 비해 2배 가까운 6만6,932가구로 급증하고 이어서 2012년에도 5만1,903가구로 높은 증가세를 나타낸다.
 
▲ (자료사진)     © CBS노컷뉴스

 이에 반해 공급물량은 2008년 2만8,729가구, 2009년 2만2,301가구, 2010년 3만5,251가구, 2011년 2만9.585가구, 2012년 3만6,893가구로 멸실물량에 비해 크게 줄어든다. 장기적인 전세파동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단순집계일 뿐이다.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에는 옥탑방, 지하방, 단칸방이 있어 얼마나 많은 세대가 세 들어 사는지 파악조차 어렵다.

 왕십리 뉴타운지구의 경우 주민 4,275가구의 84.6%인 3,620가구가 세입자이다. 그런데 임대 아파트는 909가구만 들어선다. 2007년에만 해도 4,000만원을 주면 방 두 칸에 화장실 달린 집을 세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인근에서 1억원을 줘도 어림도 없다는 것이다. 전세파동으로 수도권에서 1억원 이하의 전세 아파트 10만 가구가 사라졌다는 한 부동산정보업체의 조사가 실감난다. 그 숱한 세입자들이 쫓겨나니 전세파동이 경기도 일원으로 파급되는 것이다.

 뉴타운 지역의 원주민 재정착율이 너무 낮다. 입주가 완료된 길음 뉴타운 4구역의 경우 재정착율이 17.1%에 불과하다. 가재울 구역 48.2%, 전답-답십리 구역 57.1%, 신길 구역 58.8%로 예상된다. 2002년 7월 이후 재개발 사업이 완료된 서울시내 50개 구역의 재정착율은 44%이다. 원주민의 절반 이상이 원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소리다. 이것은 곧 전세수요를 의미하다.

 전세품귀로 인해 전세가격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개건축 아파트 114㎡의 전세값이 상반기에는 2억∼2억5,000만원이었는데 하반기에는 5억7,000만원∼6억5,000만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올랐다하면 억 단위로 오른다. 세입자들이 미친 듯이 뛰는 전세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월세로 돌아선다. 같은 지역 84㎡의 경우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180만∼200만원에 이른다. 웬만한 봉급생활자는 월세 내고나면 손에 몇 푼 남지 않을 것같다. 자녀교육, 출퇴근 탓에 멀리 가지 못하니 통곡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린벨트를 헐어내고 보금자리주택을 짓는 공급확대정책은 해답이 아니다. 짓는 기간도 길지만 아무리 많이 지어도 돈이 없어 못 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 전세값 상승은 집값을 끌어 올린다. 이대로 가면 전세파동이 더욱 극성을 부려 정권안보를 위협한다. 뉴타운 지구의 노후불량건축물의 비율이 60%미만이다. 40% 이상은 멀쩡한 집인데 헐어내는 꼴이다. 원주민을 쫓아내는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진정으로 친서민 중도실용을 표방하는 정부라면 더 싼 셋방을 찾아 전전하는 집 없는 서민의 슬픔과 설움을 생각해야 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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