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언론시평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뜻도 모를 공기업 영어이름
[김영호 칼럼] 해외거래 없는 공기업도 영어명, 상호도 국민과의 약속
 
김영호   기사입력  2009/10/02 [13:59]

 신문을 뒤지다보니 K-WATER란 이름으로 광고가 났다. 생수업체인가 싶어 읽어보니 임진강 참사에 대한 사과광고라 수자원공사임을 알 수 있었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인들 어찌 수자원공사라고 알까 싶다. 업종도 기능도 알 수 없는 회사명이니 하는 말이다. 아무리 영어유행 시대라고 하지만 국민을 상대로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공기업이 이래도 되는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영어를 모르는 국민은 몰라도 된다는 영어남용이다.
 
 전매청을 민영화해서 태어난 담배인삼공사는 KT&G라고 한다. 그런데 홈페이지에도 담배인삼공사라는 한국어 회사명은 아예 없다. T가 tobacco(담배), G가 ginseng(인삼)인 줄 알았더니 T는 tomorrow(내일), G는 global(세계적)의 약자란다. 아마 담배를 수출한다고 영문 이름을 붙인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구체적인 업종도 상품도 나타내지 않는 회사명이니 처음 대하는 외국 수입업자라면 무슨 회사인지 어찌 알까? 미국의 GE도 GM도 편의상 원래의 회사명을 줄여서 쓸 뿐이다. 
 
 농민을 상대로 하고 대외거래도 없는 농협이 한국명의 영문표기 두자인 NH을 병행해 쓴다. 계열 생명보험회사 이름은 NH생명이다. 또 농수산물유통공사는 회사명으로 aT를 더 즐겨 쓰고 건물명은 aT센터이다. 한국전력의 정문에는 한국전력이란 회사명은 사라지고 그 대신 영문표기의 이니셜인 KEPCO가 커다랗게 자리 잡았다. 그 곳이 한국전력 건물이란 사실을 모른다면 영어를 잘 안들 어찌 알겠는가? 그 관계사인 한국전력기술은 KOPEC이라고 부른다.
 

 SH공사는 2004년 서울시가 도시개발공사를 바꾼 사명이다. SH는 Seoul Housing(서울주택)의 두자로 짐작된다. 그런데 SH공사가 선전하는 사업내용을 보면 SHift가 왜 장기전세이고 SH Vill이 왜 국민임대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홈페이지는 SHift는 무엇을 바꾼다는 뜻이고 중산층, 실수요층을 위한 신개념 주택이라고 말한다. SH Vill은 그나마도 설명이 없다. 수수께끼 같은 영어장난이다.
 
 서울지하철공사를 왜 서울메트로로 바꾸었지도 모르겠다. 메트로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시민도 많을 텐데 말이다. 외국인이 많이 이용한다면 Seoul Subway(서울지하철)은 안 되는지 묻고 싶다. 남한에서만 운행하는 한국철도가 한국명은 버리고 영문합성어인 KORAIL을 달고 달린다. 미국철도(Amtrak)를 흉내냈는지 몰라도 모를 사람은 몰라도 괜찮다는 소리로 들린다. 공항철도는 A'REX라는 이름을 달고 인천공항을 오간다. 외국인인들 무슨 말인지 알지 모르겠다.
 
 서민금융 취급금융기관인 국민은행이 KB라는 영문두자를 은행명으로 열심히 선전하고 있다. 중소기업은행이 설립취지를 어긋나게 ‘중소’를 버리더니 은행명을 IBK와 병용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KDB라는 이름을 붙였다. 돈 빌리는 일 말고는 대외거래가 거의 없는데 남이 하니까 열심히 따라하는 꼴이다. 외국인인들 간판을 보고 은행으로 알지 모르겠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마저 BK라고 달고 나올까 걱정이다.   
 
 민영화한 한국통신이 KT로 이름을 바꾼 데는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AT&T(미국전화전신), FT(프랑스통신), DT(독일통신) 등 세계적 통신사업자들이 국명과 통신의 영문두자를 합성해 쓴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또 중국과 일본에서는 뉴스도매업을 영위하는 통신사로 오해 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한국통신이란 한국명을 버릴 필요는 없을 것같다. 알파벳 2자 짜리 회사명이 워낙 많아서 하는 말이다.
 
 우리말은 받침과 복모음이 많아 영문자로 표기하면 외국인의 입장에서 생소한데다 발음하기도 어렵다. 삼성만 해도 샘성, 샘숭으로 읽는다. 현대도 히운다이로 발음한다. 그 까닭에 현대자동차가 1986년 미국시장에 진출할 때 Hyundai를 Sunday처럼 발음해달라고 광고하면서 진출했다. 같은 이유로 해외소비자들이 쉽게 익히고 발음하도록 영어 이니셜로 상호를 쓰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신문사가 조사한 바로는 코스피 상장기업 1708개사 중에 18.1%인 310개사가 영문 이니셜로 회사명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많으니 그것이 그것 같아 혼란스럽다. 그런데 해외거래도 없는 공기업까지 멀쩡한 이름을 버리고 따라하니 더 정신이 없다. 상호도 국민과의 약속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9/10/02 [13:5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