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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 4대강 사업의 성역화
[김영호 칼럼] 강바닥에 돈 쏟아붓는 MB…사회간접자본 투자확대 필요
 
김영호   기사입력  2009/08/28 [15:17]

 MB의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집착은 거의 편집광적이다.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여론의 향배에 따라 ‘한다’, ‘안 한다’를 반복하더니 투자재원을 ‘재정’이니, ‘민자’니 하며 말을 예사로 바꿔 국민을 혼란케 했다. 또 ‘물류’라더니 ‘관광’과 ‘환경’으로 말을 뒤집었다. 사업비도 고무줄처럼 멋대로 늘렸다, 줄였다 한다.
 
 그래도 반대여론을 의식했던지 작년에는 4월 총선거가 가까워지자 대운하를 관련부처 업무보고에서도 빼고 공약집에서도 감췄다. ‘운하’라는 말을 숨기고 ‘치수’로 호도하더니 결국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어코 10월에는 착공한다며 막무가내로 나간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신뢰는 추락하고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증폭되고 있다.
 
 그 사업이 운하이든 치수이든 한반도 남쪽의 물줄기를 바꾼다는 점에서 역대최대의 국책사업임에 틀임없다. 한번 파괴된 자연은 복구가 불가능하다. 이 점에서 구간별-단계별-사업별로 면밀한 환경적 타당성 조사가 중요하다. 대운하를 추진하던 시기와는 달리 세계적 경제위기가 내습해 집단도산과 고용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투자효율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타당성 조사도 필수적이다. 
 
▲ 운하백지화국민운동본부의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기자회견 모습.     © CBS노컷뉴스

 올해 재정적자가 51조6,000억원에 달해 국가부채가 366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재정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자면 먼저 국책사업의 완급을 조정해야 한다. 과연 토목사업인 4대강이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지 면밀한 분석-검토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4대강과 같이 시급하지 않은 사업은 후순위로 정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생산적 토론이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MB는 대선후보 당시 한반도 대운하를 100% 민자로 추진하며 사업비는 10조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민자로 재원을 조달한다더니 어떤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재정으로 바뀌었다. 사업비 계산도 주먹구구식인지 사업규모를 대운하에서 4대강으로 축소했는데도 22조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여기에다 연계사업인 유람선, 문화공간, 자전거길, 산책로, 체육시설, 관광시설 따위를 더하면 사업비는 30조원으로 불어난다.
 
 당초보다 사업규모가 축소되었는데도 공사비가 3배 가량 증액됐다. 그 산출근거의 과학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계산법이라면 과연 이 사업비를 가지고 임기내에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느냐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경부고속철도, 새만금사업 등 독단적으로 추진한 대형 국책사업의 공사기간이 몇 배로 늘어나고 소요예산도 3∼4배나 증가하여 국민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1989년 노태우 정권이 불쑥 5조8,462억원을 투입해 경부고속철도를 1998년까지 완공한다고 발표했다. 설계도면도 없이 땅 한 평도 수용하지 않아 하천부지에서 착공식을 가질 만큼 졸속사업이었다. 결국 잣은 설계변경과 공사차질로 당초 계획보다 6년이나 늦은 2004년 그것도 부분적으로 개통했다. 서울∼대구 구간만 완공하고 나머지 대구∼부산 구간은 기존 철로를 전철화해서 달리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주∼부산 구간은 지금도 공사를 하고 있는데 2010년에야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완공시기보다 무려 12년이나 늦은 것이다. 공사비도 당초 계획보다 3배 이상 많은 18조4,358억으로 늘어난다. 이 수치도 2004년 발표한 것이니 완공하려면 또 공사비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완공시기는 또 얼마나 더 늦어질지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MB정부는 대운하가 아니라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강변하나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판과 함께 운하로 가려는 술수라는 전문가들의 질타가 그치지 않는다. “홍수피해는 주로 하천에서 일어나는데 4대강에 보(洑)를 설치한다고 홍수를 막을 수 있느냐?”, “낙동강에만 8개의 보를 설치하는데 여기에다 갑문만 달면 운하가 된다”,
 
 “낙동강에서 4.2억㎥의 엄청난 물량을 준설하는데 이것은 수심 6m를 확보해 화물선을 띄우려는 것이 아니냐?”, “물은 산간지방이나 도서지역에서 부족한데 낙동강에 보를 설치해 13억㎥의 물을 확보하려는 것은 운하로 가려는 것이다” 등등 운하에 대한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보로 물을 막으면 저수량이 늘고 용존산소 공급이 느려져 조류가 발생한다.”, “보를 건설해 악화된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3조4,000억원을 따로 투입한다는데 이것은 예산낭비다.” “초대형 공사임에도 4개월만에 마스터플랜을 확정하고 9개월만에 착공하는데 이것은 졸속공사이다, 또 공사기간도 너무 짧다.” 등등 수질악화와 졸속계획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는 4대강 사업을 불촉의 성역으로 아는지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계획안이 나오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예산편성 당정회의에서 계파와 지역을 떠나서 “4대강 때문에 지역SOC예산, 민생예산이 초토화됐다”, “4대강 사업을 대통령 임기내에 끝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등등 그동안 억눌렸던 불만의 소리를 쏟아냈다.   
 
▲     ©청와대

 이것은 10월 재보선, 내년 6월 지방선거, 2012년 4월 총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란 위기감의 표출이다. MB정부의 지지율이 출범초부터 줄곧 역대정권의 말기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초초한 터에 4대강 편중예산이 발화점에 달한 당내불만을 폭발시킨 것이다. 이른바 지역숙원사업의 예산이 줄자 표 떨어질까 두려워 입을 연 셈이다. 하지만 곧 이어 함구령이 내려져 4대강 사업이 성역임을 다시 확인했다. 위에서 한마디 떨어지기가 무섭게 차렷 자세를 보이며 입을 다무는 것이 집권당이란 정당의 모습이다.        
 
 내년도 4대강 사업 예산규모를 8조6,000억원이나 책정했다. 이것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26조2000억원의 1/3에 이르는 수준이다. 따라서 다른 부문 예산의 잠식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이 분석한 바로는 도로, 철도 예산이 올해보다 4조6,000억원이 감소한다. 또 교육예산이 3조5,000억원, 중소기업 에너지 관련예산이 7조2,000억원, 기초생활보장 등 취약계층 관련예산이 4천300억원가량 준다. 특히 4대강 예산의 60%를 낙동강에 집중편성함으로써 지역편중이란 논란마저 일으키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해 세수감소가 예상되는데 재정수요는 늘어난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도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확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성역화한 4대강 사업이 돈 먹는 하마로 떠올라 다른 부문의 예산을 마구 먹어치운다. 강은 태고 적부터 아무 탈 없이 흘러왔다. 그런데 투자 효율성도 따지지 않고 강바닥에다 돈을 몰아 붓겠다는 형국이다. 그것도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쟁력을 갖자면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가 시급한 상황에서 말이다. 강바닥 말고 미래를 먹고 살 성장동력을 찾자는 소리다.  
 
 하지만 국회에서 심도 있는 예산심의란 기대난이다. 국회는 입법권 못지않게 중요한 예산의정권을 가진다. 이 권한은 예산상의 세입의 범위와 세출의 용도를 밀도 있게 심의함으로써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시녀로 전락했으니 국회한테 그 같은 역할과 기능을 기대하기란 무리다. 민주당은 4대강의 허구성을 질타하나 역부족일 테고 한나라당은 성역불가침을 옹호하고 나설 것이 너무 뻔하다.
 
 언론법 파동에서 보듯이 한나라당은 다수의 힘으로 예산안도 무수정 날치기를 획책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지난 환경파괴, 식수원 오염, 문화재 손실, 혈세낭비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터이니 말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설혹 몸을 던져 저지하려고 시도한들 소수당의 한계를 또 다시 체험하는 무력감만 느낄 것같다. 세수는 줄어들고 돈 쓸 곳은 늘어나는데 강바닥을 파내고 산책로, 자전거길 따위를 만드는 일이 그리도 시급한가? 4대강에 돈을 몰아줘서 강은 강대로 망치고 국민은 더 큰 고통과 부담만 떠안을 판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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