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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적'된 정동영…DJ와 노무현의 벽 넘을까
지도부에 대한 '극심한 배신감'…신건 카드로 '정세균 대 정동영' 싸움
 
김진오   기사입력  2009/04/16 [09:08]

정동영(DY)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민주당 부수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DY는 당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뒤 16일 시작된 재보궐 선거운동에 본격 착수했다.
 
DY는 또 공천에서 자신을 내친 민주당 지도부를 겨냥, 전주고 선배인 신건 전 국정원장에게 출사표를 요구해 전주완산갑 출마를 성사시켰다. 신 전 원장은 15일 오후 전주 완산 무소속 출마를 위한 후보 등록을 마쳤다.
 
신 전 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전주가 위기에 처한 모습을 보고 출마를 결심했다. 386들이 전주까지 깃발을 꽂으려고 한다. 전주의 자존심을 세우려 한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신 전 원장은 DY와의 무소속 연대를 염두에 두고 출마했다. DY와 교감을 갖지 않고서는 감행할 수 없는 정치적 행보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DY는 무소속 출마를 망설이던 신 전 원장에게 직접 무소속 동반 출마를 요구했다"고 DY측 한 관계자는 말했다.
 
따라서 전주 지역 선거는 민주당의 김근식(덕진)-이광철(완산) 후보 대 무소속의 정동영(덕진)-신건(완산) 후보간 대결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여기에 김형욱, 오홍근씨 등 김대중 정부 측 인사들도 출사표를 던졌다.
 
DY가 '배은망덕'하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60대 후반의 고령에다 △국정원 도청 사건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개혁성도 뚜렷하지 않은 '신건 카드'를 꺼내든 까닭은 무엇일까.
 
더욱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측이 신건 전 원장의 무소속 출마를 극구 만류했는데도 정 전 의장이 밀어붙인 배경은 또 무엇일까.
 
DJ의 복심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신 전 원장에게 여러 차례 출마하지 말라고 했다"며 출마 보류를 종용했음을 인정했다. DY는 일단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극도의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실제로 DY의 한 측근은 "정 전 의장이 민주당으로부터 버림 받고 현 민주당 지도부를 그냥 묵과할 수 없다는 결단을 한 것 같다"며 "이제 민주당 부수기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DY측 한 국회의원도 "정동영 전 의장이 지금 싸우지 않고서는 정세균 대표와 386 정치인들로 대표되는 민주당 기득권 세력에 마냥 눌려 지낼 수밖에 없는 만큼 신건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 가운데 한 곳인 전주는 이번 4.29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 대 민주당 구도'가 아닌 '정세균 대 정동영'의 싸움으로 귀결됐다.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16일 정동영-신건의 무소속 바람을 차단하고자 전주에 총출동한다.
 
정동영의 당선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신건의 등장만큼은 차단해보겠다는 것이 지도부의 판단이다.
 
민주당은 이날 전주 지역 유세에서 정동영-신건 출마가 '배신의 정치'이자,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인 DJ로부터 버림 받은 카드라고 공격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DJ에게 신건 전 원장의 출마를 만류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DJ의 뜻이 신건 후보에게 있지 않음을 알려, DJ의 간접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소문을 내고 있는 신건 후보 측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정동영 전 의장이 전주의 정치적 맹주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호남 다른 지역에서도 자신이 미는 후보를 여의도에 입성시키려고 하거나 독자적 정치적 행보를 하려면, 여전히 호남 지역에서 위력을 갖고 있는 DJ의 벽을 돌파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을 깨고 새로운 야당을 건설하려거나 더 큰 판의 정계개편을 추진하려면 DJ의 벽을 넘어야 한다.
 
DJ가 야당인 민주당을 은연중 떠받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민주당에 대한 애정도 너무 강해, 그 누군가 민주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구성하려 하는 데 대해선 분명하게 반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DJ가 정 전 의장의 전주 무소속 출마를 은근히 반대했던 것도 민주당이 깨져선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DJ측 한 관계자는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DY를 포함해 그 누군가 야당 체제를 재편하려거든 DJ가 세상을 떠난 뒤 추진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난 2003년 집권하자마자 'DJ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민주당과 결별, 열린우리당을 창당했지만 결국 민주당에 도로 흡수 통합됐다.
 
DY가 넘어야 할 벽은 비단 DJ뿐이 아니다. 또 하나의 장벽을 돌파해야 야당의 지주로 우뚝 설 수 있는데, 바로 '친노'(親盧)다.
 
박연차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 등 친노세력이 초토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민주당의 중.하부 구조는 친노세력에 의해 장악돼 있다.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이광철 전 의원이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 등 기라성 같은 후보들을 물리치고 전주 완산구 후보를 거머쥔 것도 친노세력의 전폭적, 결사적인 조직력이 동원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이후 친노의 결집력이 눈에 띄게 확연해지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DY에 대한 친노의 반감은 아주 깊다. 그들이 결코 같이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만큼 DY가 가는 길목마다 막아설 개연성은 아주 크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DY측에서도 "지난 대선 때 친노의 대표적인 인사들은 선거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공공연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양측 모두 상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지난 1995년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정계은퇴를 번복한 DJ. 그 전철을 밟겠다며 '친정' 민주당을 버린 DY의 1차 당면 목표는 물론 재보선 당선이다.
 
하지만 재보선 직후 DY의 당면한 고민거리는 곧바로 민주당 지도부, DJ, 친노세력 등 '3중 장벽'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될 것이다.
 
그에게 이러한 벽을 정면 돌파할 정치적 힘이 있는지가 일단 의문이다. 그가 만약 차단막을 걷어내고 정치 결집체를 만든다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측에서도 그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야당발 정계개편이 미풍일지라도 여당 역시 그 바람에서 완전히 자유롭긴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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