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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브랜드 제고? 이명박 대통령의 오판
[하재근 칼럼] 실천적 뒷받침 없이 말로만 하는 브랜드 타령, 비웃음 사
 
하재근   기사입력  2009/03/19 [14:55]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브랜드위원회 1차 보고대회에 참석, 국가브랜드 제고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한국의 국가브랜드 문제는 나도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는 부문이다. 그래서 기사를 읽었는데, 이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나와 대체로 일치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3만 달러, 4만 달러가 되더라도 다른 나라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국민이나 국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고 한다. 난 꼭 그 점이 가장 두렵진 않으나 국격이 떨어지는 것, 특히 자국민이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나라가 돼가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자국민조차도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나라를 남들이 존경해줄 턱이 없다.  

이 대통령은 "선진일류국가는 단순히 1인당 소득이 얼마냐 하는 것보다 모든 분야에서 선진일류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잘 사는 나라도 중요하지만 존경받고 사랑받는 나라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 지난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브랜드위원회 1차 보고대회 모습.     © 청와대

또 "한국이 짧은 기간에 급성장하면서 어두운 면도 좀 있긴 하지만 이것을 걷어내기 시작하면 이른 시간 내에 좋은 국가의 이미지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배려하고 사랑받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국가브랜드위의 과제"라고 역설했다고 한다.  

이것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말 ‘급성장하면서 생긴 어두운 면’을 걷어내기만 하면 한국은 이른 시간 내에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급성장하면서 생긴 어두운 면이란 무엇일까? 세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천박한 경제개발제일주의.  

국가 전체가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으로 전력투구했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돈은 좀 모았으나 사회의 문화적 품격이 극히 천박해졌다. 게다가 근시안적인 돌격적 개발주의로 국토의 생명력이 고갈되고 도시경관이 획일화돼 장기적 경제성마저 무너지고 있다. 이젠 일차원적인 경제개발 전투시대에서 인간과 문화와 생태를 함께 생각하는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으로 갈아탈 때다.   

둘째, 경제개발 속도전의 그림자인 빈곤의 고통.  

국가 전체적인 경제수치에만 집착해 그 그늘에서 신음하는 서민의 고통을 방치했다. 그 결과 양극화 정도는 해마다 심해지고 있으며, 쌓이고 쌓인 민생의 고통이 일제히 터져 나와 신음하고 있다. 자살이나, 빈민의 항거, 우울증, 저출산 등은 그것을 나타내는 징후이고, 이렇게 피폐해진 민생은 곧바로 한국 문화의 척박함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흔히 남미의 빈민가를 비웃는데, 한국이 지금 그렇게 변해가고 있으며 이것은 평균적인 국민소득이 아무리 늘어나도 국가브랜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셋째, 경제개발 속도전의 빛인 소수 집단의 발호.  

경제개발은 민생파탄에 신음하는 일반 서민과 전혀 다른 소수의 세계를 만들었다. 바로 명품과 고급주택을 소유한 부자집단이다. 이들의 부가 빛나면 빛날수록 민생의 그림자는 짙어지며, 그 명도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남미나 동구권의 모습이 된다. 정치적으로 이 빛에 해당하는 집단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 자신이다.  

이 대통령은 국가브랜드를 위해 ‘급성장하면서 생긴 어두운 면’을 걷어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위에 열거한 세 가지 부문을 개선하는 것이며, 정치적으로 한나라당 해소와 이명박 정부 해산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혹시 중대결단이 임박한 것일까?  
 
▲     © 청와대

이상한 건 대통령이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실제로는 위에 열거한 ‘어두운 면’들을 모두 심화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대통령의 우려대로  ‘1인당 GDP가 3만 달러, 4만 달러가 되더라도’ 존경 받는 나라가 되긴 힘들다. 정치적, 문화적으로 정체된 어떤 산유국이 일인당 국민소득이 많다고 해서 우리가 존경하진 않지 않은가. 
 
대통령의 국가브랜드 걱정이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그에 따른 실천이 필요하다. 당장 해산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지금까지의 정책 전면중지와 거국내각구성 정도는 필요해보인다.  

위기를 맞아 대통령이 당리당략을 떠나 거국적 통합을 끌어내는 리더십을 보인다면 한국사회는 극적으로 통합될 것이고, 일거에 정치선진국으로서 세계적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을 본받자‘라는 아우성이 일어날 것이다.  

반대로 지금처럼 대통령이 자신이 속한 당파의 이익만을 위한다면, 사회는 분열되고 투쟁과 민생파탄으로 인해 문화는 후진화 될 것이다. 국민과 경찰이 극렬히 대치하는 사회를 선진사회라 하기 힘들다. 경제위기 국면에서조차 소수만을 위한 정책이 추진되는 나라를 세계는 비웃을 것이다.  

아무런 실천적 뒷받침도 없이 말로만 하는 국가브랜드 타령은 우리 국가를 더 웃음거리로 만들 뿐이다. 대통령의 진정성과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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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3/19 [14:5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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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말로 2009/03/20 [06:52] 수정 | 삭제

  • 하 선생님, 좋은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제 생각과도 똑 같습니다. 네 쪽, 내 쪽, 좌 파, 우 파, 따지지 말고 진정으로 나라를 살릴 행동과 실천이 절실합니다. 생각은 제대로 된 거 같은 데 실제로 실천할 의지도 없고, 태도도 안 보입니다. 한국어를 세계의 자랑거리로 만들겠다면서 [국가 브랜드 제고]란 우리말답지 않은 낱말을 내세우는 것이나 제 편만 모여 끼리끼리 떠드는 것이 그런 속을 들여다보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