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IT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파국의 길, 망국적인 부동산 경기부양 멈추라
[시론] 정부의 부동산 띄우기는 중환자에게 마약주사 놓는 꼴
 
고영근   기사입력  2009/02/13 [16:14]
정부가 기어이 남아있는 마지막 부동산 규제마저 모두 다 무장해제 시킬 모양인가보다. 미분양주택을 사면 양도세를 없애주고 민간부문의 분양가상한제도 폐지하고 강남의 투기지역까지 해제하겠다고 벼르고 있으니 말이다.
 
정부가 이렇게 하는 표면상의 이유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들 알다시피 사실상의 정책기조는 투기수요 유발을 통한 부동산 경기 부양에 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부동산 규제마저 모두 없앰으로써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보내 사람들이 부동산을 사고팔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다. 또 상징성이 큰 강남을 먼저 띄우면서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바꿔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띄워보겠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심각한 경기침체를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올 봄에 더 심각해질 경기침체를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봄이 되면 졸업백수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테고 여기에 만약 경제가 붕괴되기라도 한다면 여차하다가는 민란이라도 일어날 판이다. 이를 미리 짐작한 정부가 어떻게든 경기를 살려보겠다며 꺼진 아궁이에 불을 지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당장은 별 실효성도 없고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폭등을 유발하는 위험한 정책이다. 비유하자면 당장 추운 몸을 녹이려고 산에다 불을 놓아 불을 쬐려는 철없는 어린애들의 위험한 불장난이다. 경기가 얼어붙은 산에 불을 놓아 불을 쬐려고 하는데 당장은 불이 안 붙고, 오히려 경기가 녹은 이후에 불을 피우려고 했던 불씨가 산에 옮겨 붙어 부동산 광풍이라는 산불을 내게 되는 꼴이다.   
 
부동산 경기는 뜨지 않을 것
 
지금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전 세계적인 불황과 부동산 거품 붕괴 상황에서 이미 대세 하락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우리 국민들은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 예상하고 모두들 관망중이다. 괜히 지금 집을 샀다가 소위 ‘상투’라도 잡을까봐 몸을 사리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지난 ‘IMF효과’를 운운하며 V자 반등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지금의 경제 불황이 몇 년이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계적인 석학들의 공통된 의견을 모아보면 대부분 최소 3년 이상은 간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은 IMF때와는 상황이 엄연히 다르다는 말이다.
 
▲     © CBS노컷뉴스

이런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띄우겠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경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야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부동산 경기가 뜨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강남과 같은 곳은 이번 조치로 인해 오히려 호가만 더 높아지고 내놓았던 매물마저 모두 회수되어 거래는 더욱 실종되는 분위기다. 정부에서는 거래를 활성화시켜 시장의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의도인데 오히려 거래가 더 안 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의 임태희 정책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산층은 투자할 여력이 없고 투기 수요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은 모순어법이 아닌가? 그럼 왜 지금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그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사람들이 집을 사야 부동산 경기가 뜰 텐데 중산층은 투자할 여력도 없고 투기수요도 없다면 결국 최상류층들이 부동산을 사라는 말이 아닌가?
 
결국 강남의 투기지역을 해제하고 미분양 아파트의 양도세를 없애 이들 ‘강부자’들이 마음껏 투기를 할 수 있게 해주고, 분양가 상한제를 없애 강남재건축과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등을 건설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 아닌가? 이는 자신들이 직접 자신들 주머니에 떼돈을 넣을 수 있도록 부동산불로소득 파티를 벌이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있는 백척간두의 상황이다. 또한 토건국가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소위 경제의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어야 할 때다. 부동산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지금처럼 고도화된 경제시대에는 맞지 않는 구시대적인 삽질경제의 잔재일 뿐이다.
 
당장 건설 경기를 부양한다 해도 사람들이 집을 사려하지 않기 때문에 효과도 별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건설사들이 집을 지어도 사람들은 돈이 안 되니까 집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은 별 다른 효과도 없고 나중에 경제가 살아나면 그때 가서 부동산 폭등이 일어나게 될 게 뻔하다. 오히려 정부가 마지막 남은 부동산 규제를 모두 다 풀었는데도 부동산 경기가 뜨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이를 부동산 대세하락의 확실한 신호로 받아들여 다주택자들이 본격적으로 물량을 쏟아내면서 부동산 시장에 패닉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부동산 거품으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지금까지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하고 재건축 규제 완화, 양도세 완화, 그린벨트 완화 등을 하고도 모자라 이제는 마지막 남은 규제마저 깡그리 없애버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많이 풀어왔는데도 부동산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뜰 상황이었다면 벌써 떴어야했다. 정부는 뜨지도 않는 부동산 경기를 띄우려고 보유세와 개발이익환수 같은 지켜야할 소중한 부동산 정책마저 모두 다 없애버렸다. 이제 마지막 남은 규제마저 모두 없애고 나면 그 다음엔 정부가 뭘 할지 정말 궁금하다. 
 
또한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정부의 바람대로 설령 부동산 경기가 떠서 집값이 오른다 해도 이는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러한 반짝경기는 이미 중병에 걸려 죽어가는 환자한테 당장 고통을 없애준다고 마약주사를 한대 놔주는 꼴이나 다름없다. 죽어가는 사람을 확실하게 골로 보내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다. 지금의 경제 ‘위기’는 오히려 후진적인 토목․건설경제에서 선진적이고 창조적인 신경제로 체질을 바꿀 절호의 ‘기회’이다.
 
외국인들은 지금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이 너무 늦다며 신뢰가 아닌 의심의 눈초리로 우리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업체 살리자고 구조조정을 미루고 부동산 경기부양에 올 인한다면 외국인들은 우리나라를 모두 떠나고 말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건설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고쳐야 할 때다. 
 
부동산 시장의 하향안정화가 해답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의 상황에서 대안은 무엇일까? 지금처럼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은 절대 해답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부동산 거품을 지금보다 더 빼서 집값이 낮아져야 실수요자들이 본격적으로 집을 사 미분양 문제도 해결 될 것이고 거래도 활성화될 것이다. 그래야 부동산 시장이 진정으로 ‘정상화’되고 자연스러운 경기활성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부동산 거품이 빠졌다는 확실한 신호를 주어야 사람들이 비로소 집을 사고 소비도 하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는 거품을 유지하거나 더 키우는 것이 아니라 거품을 빼고 부동산 시장을 하향안정화 시키는 것이다. 또 지금처럼 집값 땅값이 높아서는 경제가 절대 살아날 수 없다. 토지의 거품이 빠지고 집값이 낮아져야 경제도 바닥을 찍고 다시 반등할 수 있다. 따라서 토지불로소득을 더 키우고 보장해주는 정책보다는 토지불로소득을 사회가 환수하거나 방지하는 정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하향안정화를 이루어야 부동산 시장도 살고 경제도 살아날 것이다.
 
정부는 단기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없고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폭등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위험한 부동산 경기 부양을 멈추고,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로 부동산 거품을 빼 부동산 시장을 진정으로 정상화시키길 바란다. 지금은 우리나라 경제가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부디 정부가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정부에 한 가지 지적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은 이명박 대통령과 뉴라이트가 생각하는 부동산 정책의 방향과는 맞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과 뉴라이트는 규제를 풀었다 조였다하는 냉온탕식의 정책이 아니라 대출정책과 금리조절과 같은 금융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조절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코드에 맞추려면 좀 제대로 맞추기를 바란다. 그래야 이명박 대통령이 예뻐해 줄 테니까 말이다.
 
고영근/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부장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9/02/13 [16:14]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