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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매수세 폭증은 미네르바 아닌 '투기세력' 때문"
시장 관계자들, 검찰 주장과 다른 해석
 
조근호   기사입력  2009/01/12 [17:30]
검찰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글 때문에 달러 수요가 급증하는 등 외환시장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시장 관계자들은 투기 수요 등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박 씨가 지난달 29일 포털사이트 다음에 '달러 매수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글을 올린 뒤 달러 매수세가 폭증했다고 12일 설명했다.
 
검찰이 기획재정부 관계자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박 씨의 글이 이날 오후 2시에 게재된 뒤 1일 거래량의 10∼20%에 불과했던 오후 2시 30분 이후 달러 매수 주문이 1일 거래량의 39.7%까지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어 그 다음날에는 하루 평균 달러 수요 38억 달러보다 22억 달러 많은 60억 달러가 외환시장에서 소모되는 등 외환수요가 집중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박 씨가 자신의 글로 인해 달러 매수세가 증가하고 이 때문에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소모하게 될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글을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씨의 지난달 29일 글이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해외로 타전돼 정부의 대외신인도를 저하시키고, 정부정책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를 크게 추락시키는 추상적인 피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외환딜러들의 말을 들어보면 박 씨의 글 때문에 지난해 말 달러 수요 급증했다는 인과관계가 반드시 성립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 A 씨는 "지난해 말 환율상승을 예상하고 달러를 사들이려는 실수요자와 투기세력이 있었다"며 "이 때문에 평소보다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A 씨는 "이같은 요인이 달러 수요 증가의 7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본다"며 "미네르바의 글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전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부분적"이라고 풀이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외환딜러 B 씨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은행이나 대기업 등이 크다고 봐야 하는데 정보가 많은 이들은 미네르바의 글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B 씨는 아울러 박 씨가 글을 올린 시점이 지난달 29일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월말인데다 연말이기 때문에 달러 수요가 평소보다 많았을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검찰 역시 박 씨의 글 때문에 시장 불안이 조성됐는 지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검찰은 "박 씨가 글을 올림으로써 국가신인도와 외환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 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박 씨의 글 때문에 통계적으로 얼마의 달러가 더 소요됐는 지는 정확히 모른다"며 글과 달러 수요 증가의 인과관계를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어 국가신인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심리적인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며 "문제는 허위사실 유포로 '긴급명령'이나 '긴급공문 발송' 등의 표현은 명백한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따라서 "허위사실에 대한 법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라며 "법리적인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경한 법무 "달러매수 자제요청은 사적 요청일뿐"
실제 달러 매수 금지했다면 '허위사실 유포 혐의' 적용 쉽지 않아
 
미네르바 과잉 수사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실제 달러 매수를 금지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김경한 법무장관은 "달러 매수 자제가 요청되기는 했지만 사적인 업무 요청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경한 법무장관은 1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현안 보고에 출석해 이 같이 말했다.
 
정부가 달러 매수를 금지했는지 여부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박모 씨)의 유무죄를 가리는 데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박 씨는 12월 29일 '다음 아고라'에 "기획재정부가 오늘 오후 2시 30분 이후 주요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기업에게 달러매수를 금지할 것을 공문으로 긴급 전송했다"는 내용의 글 등을 올려 구속됐다.
 

공문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실제로 달러 매수를 금지했다면 박 씨에게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게 된다. 이에 대해 김경한 법무장관은 달러 매수 자제가 요청된 사실을 확인한 것.
 
김경한 장관은 "12월 26일에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시중 은행 외환거래 담당자를 불러 연말 달러 매수와 고객에 대한 달러 매수 자제를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이것은 사적인 업무요청이고 미네르바 글처럼 정부가 긴급명령을 한 것도 아니어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중은행 담당자들을 상대로 한 재정부 국장의 요청을 단순히 '사적인 업무요청'으로 일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정부 반성이 우선" vs "국가 신용 해친 것 명백"
 
한편 이날 법사위 보고에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미네르바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지만 강만수 장관의 여러 경제 정책 역시 잘못으로 판명되고 있다"며 "정부의 무능으로 불신이 번졌다면 정부가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또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펀드 사면 부자된다는 등의 대통령 발언도 문제되는 것 아니냐"면서 "미네르바가 전문대를 졸업한 뒤 무직 상태여서 문제삼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반면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사실에 관한 정보를 허위로 올려 마치 사실인냥 전파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같은 당 이한성 의원도 "개인의 자유가 국가를 망가뜨리고 개인의 소중한 권리를 침해하고, 고통 속에 자살까지 하도록 해선 안된다"며 "미네르바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섰고, 국익과 국가 신용을 해친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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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1/12 [17:3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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