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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에 밀려오는 3대 '악재'…'기다림의 미학' 통할까
남북경색·경제위기·여야경색…해법은 '자기변화' 통한 '신뢰회복'뿐
 
김진오   기사입력  2008/11/26 [09:31]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동안의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왔다. 산적한 국내 현안이,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대통령의 전세기를 한국으로 돌리게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의 G20 정상회의와 남미 APEC에서의 다자외교, 부시 대통령 등과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 국제사회로부터 동의를 끌어내 나름대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브라질과 페루, 칠레 등 남미 정상들과 잇따라 가진 정상회담에서는 자원확보와 국내기업의 진출길을 트는 등 세일즈 외교에 치중했다. '세일즈 외교'라는 대통령의 주특기를 살렸다는 평가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그다지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남미 순방 성과에 대해 평가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대통령이 한국을 비운 사이에 주가는 900대로 다시 내려갔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어섰다. IMF 외환위기 때의 환율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며 득의양양했지만, 환율은 정권의 '홍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자동차 업계가 감산에 들어가고 건설업체들의 부도 임박 소리가 끊이질 않는 와중에 한국경제가 내년에는 2% 성장에 멈출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도 나왔다. 경제위기의 먹구름이 한반도 상공을 뒤덮지 않나 우려된다.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책무가 대통령 앞에 놓여 있다. "1분도 허비할 틈이 없다"는 미국 대통령 당선인 오마바의 발언이 이 대통령에게도 해당된다.


◈ 또 다른 과제 '남북경색 풀기'
 
경제 위기 못지않게 남북경색을 풀 책임 또한 대통령에게 있다. 북한은 예고대로 개성관광의 문을 닫았다. 내쳐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개성공단 폐쇄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대통령 말대로 기다리는 것도 전략 전술상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다. 다만 '기다림의 미학'은 상대방이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하며 여론이 살아 숨쉬는 나라라는 전제를 만족할 때 적용되는 얘기다.
 
북한 군부의 입김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지난 60여년간을 돌아봐도 강온 전략을 교차 구사하며 사실상 남한을 '희롱'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런 북한을 마냥 기다린다는 전략은 과거의 예에서 보듯 '현명한' 선택이 아닌 것으로 이미 증명됐다.
 
북한 정권을 '악의 축'이라며 압살정책을 폈던 부시 미국 대통령도 결국 손을 들었다. 현재까지 시간은 우리 편, 특히 우리의 5년 단임 정권의 편이 아니었다.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도 MB의 대북정책에 대한 논란이 있다. 선택은 대통령 몫이고 대국민 설득도 대통령이 할 일이다.
 
남북이 경색되고 북미가 핵협상을 전개하더라도 5년 동안 모른 체하고 버틸 자신이 있으면 기다려도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판단이 들면 대통령과 청와대 등 여권은 대북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현 정권은 '비핵 개방 3000프로젝트'를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반응을 하지 않는 계획을 과연 '실용'이라 부를 수 있을까.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 군부는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감춰서라도 핵무기를 가질 것이다.
 
한국 대통령의 업적은 결국 '경제'와 '남북'이라는 두 가지 잣대를 통해 평가된다. 여기에 여권 진용 개편이라는 과제도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 '포용의 정치' 펼쳐야
 
포용의 정치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홍준표 원내대표마저 "능력이 있고 깨끗하면 과거정권 인사든, 정적이든 가리지 말고 써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오바마 당선인이 치열한 경쟁자였던 힐러리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기용한 사실은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나라당에는 '경종'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친정체제 구축을 반드시 배제할 필요는 없다. 집권 2년차의 국정개혁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2009년 한해를 친정체제로 끌고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야당은 이제 녹록치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한번 화를 내면 더 무서운 법이다. 대통령의 산적한 현안 가운데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같은 '유순한' 정치인을 만난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으로서는 복이 아닐 수 없다.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여권 핵심인사들이 야당 시절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어떻게 대했나. 곱씹어볼수록 정세균-원혜영 체제를 만난 게 다행으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자꾸 무시당하다 보니, 더욱이 민주당 내에서 공격을 받다보니 여권과 대립 전선을 펼 준비를 하고 있다.
 
종부세 등 '부자 감세' 법안과 방송법, 국정원법 개편안, 새해 예산안 등을 놓고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 대통령에겐 물론 큰 부담이다.
 
첫 정기국회를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싶다면 G20과 APEC 정상회의 이전 방식으로 야당을 상대하면 안 된다.
 
특히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좌절감을 달래주고 희망을 줘야 한다. 대통령을 선택했든 선택하지 않았든 모두가 국민이며 대통령은 그들의 지도자다.
 
실망하고 욕을 하는 사람이 날로 많아지고 있다. 신뢰를 잃고 있다.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신뢰"라는 공자 얘기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사위를 둘러봐도 어느 하나 간단치 않은 현실. 이 대통령은 이제 '다른 눈'으로 바라볼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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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1/26 [09: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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