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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곡가 시대의 역주행 ‘농지축소’
[김영호 칼럼] 녹색성장 외치는 MB, 그린벨트 해제-농지축소 철회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8/11/10 [09:34]

 2년 전부터 폭등세를 나타내는 국제곡물가격이 식량민족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 식량대국들이 곡물을 전략상품(strategic commodity)로 보고 수출제한에 나서는 한편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탓으로 식량공급의 75%선을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은 서민가계가 파탄날 처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세계의 흐름과는 역주행하고 있다. 공업용지를 확보한다며 대대적인 농지축소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식량자급률을 2020년까지 95%로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경지 1억2,000만ha를 더 확보하겠고 나섰다. 식량생산량을 2010년 5억t에서 2020년 5억4,000만t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한국은 농경지가 2007년 현재 고작 178만2,000ha라는 점을 미뤄보면 그 규모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짐작된다. 국제정치무대에서 식량자급 없이는 경제대국도 정치강국도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는 뜻이다.

 공산주의 붕괴의 원인은 만성적인 식량난이었다. 러시아는 2007년 9,000만t인 곡물생산량을 앞으로 2억5,000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기술개발과 투자확대를 통해 농경지 1억2,700만ha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또 28개 대형곡물창고와 곡물집하장을 통합관리하는 국가기관의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출선적장도 포함된다. 미국에 구원의 손길을 보냈던 식량난의 아픔과 치욕을 잊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농지법을 뜯어고쳐 대규모의 농지축소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농업진흥지역 650㎢를 해제할 계획이다. 농업용수 보호를 위해 농업보호구역으로 지정된 1,200㎢의 절반 이상을 수질오염의 우려가 낮다는 이유로 풀겠다는 것이다. 한국토지공사에 토지은행을 만들어 해당농지를 사들였다가 개발하겠다고 한다. 농업 이외의 용도로 쓴다는 소리다.

 이와 함께 경사도가 15%를 넘는 농지 2,000㎢는 아예 신고만 하면 다른 용도로 쓰도록 하겠다고 한다. 기계로 농사를 짓기 어려운 한계농지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지금은 농지를 상속받더라도 농사를 짓지 않으면 3ha까지만 소유하고 나머지는 팔아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얼마든지 상속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헌법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농지법이 사실상 농사를 짓지 않아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도시 투기꾼들이 농지를 살 수 있도록 길을 튼 것이다. 쌀소득보전직불제 파동도 그 때문에 일어났다. 논을 사서 소작 주고 소작료를 챙기면서 땅값 오를 날만 기다리는 것이다. 쌀직불금은 곧 자경증명이라 양도소득세를 감면받는다. 그 탓에 꿩 먹고 알 먹는 농지투기가 성행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기업들이 대도시 부근의 농지를 매입한다. 공장을 짓는다며 논밭을 마구 사들여 땅값 뛰기만 기다린다. 도시의 외연확장에 따른 지가상승을 말이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적정규모 이상의 공장 터를 잡아서 떼돈을 벌었다. 그래서 기업애로를 말하라고 하면 농지규제를 풀라고 합창하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1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기세더니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유가는 경기기복에 따라 등락을 거듭한다. 세계적 금융위기에 따라 세계경제의 침체가 가속화되면 유가는 수요감소에 공급과잉이 겹쳐 더 떨어진다. 곡물가격은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하락하는데 한계가 있다. 석유는 소비절약이 가능하지만 곡물은 소요감퇴가 제한적이다. 자연재해라도 나면 식량은 돈이 있어도 못 산다. 그래서 식량안보-식량자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식량은 수입해 먹는 게 싸다고 믿는 모양이다. 상황변화의 중대성을 모른다는 뜻이다. 녹색성장을 말하며 그린벨트도 풀고 농지도 줄인다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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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1/10 [09:3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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