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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이가 이렇게 헤맬 줄 몰랐다"
이재오 의원, 용퇴론 후퇴에 비난공세, 수도권의원 자구책
 
김광선   기사입력  2003/09/01 [16:44]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최병렬 대표를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있어 향후 당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재선의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국익우선연대'의 이재오 의원은 지난 2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국민들이 우리를 보고 뭐라 하는지 아는가?' 라는 글을 통해 최대표의 그간 행보와 최근 '60대 용퇴론'에 대한 최대표의 반응에 대해 격분된 어조로 공격하고 나섰다.

[이재오 의원 홈페이지 바로가기]

▲ 최병렬 대표 과연 내년 총선 이후에 볼 수 있을까 ©이재오의원홈페이지
이재오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의 민심이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에게서)'한나라당은 뭐하는 당이냐', '최병렬이가 이렇게 헤맬 줄 몰랐다', '홍사덕이는 총무 맞나', '한나라당 사람들 정신 나갔어', '웃기는 작자들이야', '지금 야당이 뭘 해야 되는지 몰라', '다 도둑놈들이야. 썩어 빠진 놈들이야', '최병렬이가 아직도 5.6공 때 잘나갈 때 생각하는 것 아니야' 등 차마 듣기 어려운 말들이 많다"라고 밝히고 국민들에게 떠도는 말을 다 옮겨 놓기가 민망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글을 통해 "제1야당의 대표가 정부공식 8.15기념식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정치적 상식 아닌가. 노무현이 튄다고 최병렬이도 튀는가?"라는 어느 전직 교장선생님의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뒤, "(전직교장선생님의 말이) 백 번 맞는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 의원은 최병렬 대표가 지난 8.15행사 때 극우단체에 참석한 점을 두고 "이것은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이 아니다. 부패한 보수의 기회주의적 전형이다. 야당의 대표가 이렇게 하니 국민들은 우리를 보고 뭐라 하겠는가"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재오 의원은 최근 한나라당의 '물갈이 파문'에 대해 "정치권의 물갈이야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문제요 또 국민들은 어느 정도 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공직후보의 경선은 이미 시대적 요구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그 경선 규정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만드느냐가 문제다. 그것은 그때 논하면 되는 것이지 지금 대여투쟁을 해야 할 때 그것을 회피하고 내부투쟁에 골몰하겠다니 국민들은 우리를 보고 뭐라고 하겠는가! 기가 찰 노릇이다"라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현재 사회문제로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주5일제 논란'에 대해 "우리는 야당이다. 국정에 책임이 있는 야당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양대 노총이 저렇게 반대하는 정부안을 왜 야당이 앞장서 통과하려고 하는가"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아울러 이재오 의원은 오는 4일에 있을 '청와대 5자회담'에 대해서도 "지금 제1당의 대표가 대통령과 1대1회담을 통해서 정국의 안정을 논해도 시원치 않은 판"이라고 강조한 뒤, "야당의원이 줄줄이 고소당하고 재판을 받는데 뭐가 급해서 실익도 없는 노무현식 정치 쇼에 들러리를 서겠다는 것인가"라고 최병렬 대표를 강력히 비난했다.

이재오 의원은 김두관 행자부 장관의 해임안에 대해서 "여야 수석 부총무가 정기국회 의사일정 합의에 서명한 것이 회관에 전달되었다. 거기에는 분명 9월2일-4일까지는 휴회다. 그런데 1일 해임안 상정 3일 표결이라니 우리끼리 하자는 것 아닌가?"라고 언급하면서, " 우리끼리 목을 친 장관을 국민들이 납득하겠는가. 이것이야말로 당리당략 아닌가. 국민들의 눈으로 한나라당을 보아야 한다. 우리끼리 소리치고 박수치고 우리끼리 어울려 놀던 시대는 대선 패배 두 번으로 끝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을 이유로 민주노총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한 것을 두고 "(화물연대와 정부간에) 중재할 방안을 야당이 내놓아야 그것이 정책 정당 아닌가. 그런데 노무현이 잘했다니 이것이 정책정당인가"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더불어 이 의원은 "노무현정부의 권력이 잘못되어서 혼란을 가져오면 거기에 대안을 내고 노무현정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으면 새로운 안을 내고 이것이 정책 정당 아닌가"라고 주장한 뒤, "실현성 없는 정책정당 운운은 대여투쟁을 회피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당
'국익우선연대'에 속해있는 이재오 의원이 최병렬 대표와 뚜렷한 대립각을 두고, 당내 쇄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물갈이론'으로 인해 한나라당의 쇄신과 당내 초재선의원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홍준표, 김문수, 안상수 의원 등이 포함돼 있는 '국익우선연대'의 의원들은 사실상 한나라당의 중진의원들과 출신부터가 다르다. 우선 한나라당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중진의원들은 대부분 5.6공 시절 때부터 민정당 또는 민자당 출신이거나, 또는 고위관리직에 머물다가 정치에 뛰어든 인물이 대부분이다.

반면 국익우선연대의 의원들과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지난 16대 총선에서 이회창 총재에게 공천을 받은 인물들이거나, 지역색이 뚜렷하지 않은 수도권 출신들의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곧 이들이 당내 '물갈이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과거 민정계 출신들의 의원들이 주축이 돼서 내년 총선에 승부를 건다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20~30대 젊은층의 표를 얻을 수 없다"라는 이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초재선 의원들은 당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민정계를 몰아내고, 당의 쇄신을 이루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초재선 의원들은 정가에 불어닥치고 있는 '세대교체'에 대한 시대적 흐름을 그나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근 최병렬 대표가 '60대 용퇴론'에 대해 "재론하면 문책하겠다"고 경고한 것을 미뤄 볼 때,  여전히 한나라당은 '노인정당', '수구 정당'을 벗어 날 수 없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엿볼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의 이같은 세대교체 바람은 내년 총선을 대비해 국민들의 시선을 끌기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초·재선 의원들의 '60대 용퇴론'이 단순히 '시선끌기용' 전략이라면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외면을 면할 수 없을 것이고,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필패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한국정치의 수구화를 막고, 건전한 보수정책정당으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더욱 치열한 세대교체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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