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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괜찮아 정말로 괜찮아”
김근태의원, 노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글올려 노-김연합 시동
 
심재석   기사입력  2003/08/26 [12:31]

▲ 김근태 의원이 자신에 홈페이지에 쓴글   
©김근태의원 홈페이지
노무현 대통령이 햇볕정책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비판해온 민주당 김근태 의원이 2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노무현 대통령 취임 6개월을 지나며…’라는 글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글을 써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전했다. 노대통령이 청와대 직원7명을 총선으로 내보내면서 전별금도 없이 사진만 몇 장 찍었다는 뉴스가 그를 짠-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 뉴스 속에는 투명한 정치, 새로운 정치를 위한 (노대통령의)아픈 결단이 숨겨져 있는 것을 우리는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너무 맑은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는 비웃음은 우리가 공동으로 짊어지고 가자”고 말했다.

김의원이 이같이 노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발언한 것은 의외라는 평가다. 김근태 의원과 노무현 대통령은 같은 개혁세력이지만 항상 어긋나 왔기 때문이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민주당 국민경선이었다. 당시 이인제 후보가 1위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한 가운데 개혁세력은 노무현 후보와 김근태 후보가 단일화해야 이인제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지지율이 낮은 김근태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사퇴하라는 주장이었기 때문에 노-김 단일화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곧바로 김후보의 최고의원 선거비용에 대한 ‘양심고백’이 있었고, 이로 인해 김후보는 처참할 정도로 낮은 득표수를 얻어 결국 중도하차했다.

이렇게 생긴 노-김 갈등의 상처는 본선과정에서도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 노무현 후보는 경선과정에서의 김근태 의원과 같은 입장에 처하게 됐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반대하는 세력은 정몽준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를 해야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다며 노-정 단일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 때는 노후보의 지지율이 정후보 보다 낮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 주장은 노후보에게 사퇴하라는 주장이나 마찬가지였다.

노-정간 후보단일화 논란이 한창일 때, 김근태 의원의 후원회가 열렸다. 노후보는 후원회장에서 공개적으로 “도와달라”고 주문했으나 김의원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는 오히려 후보단일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김 갈등은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선거에서 극적으로 당선돼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이어졌다. 민주당 신주류는 ‘개혁신당’을 주창했고, 이는 노대통령의 ‘뻔한 속’이었다. 이 같은 민주당 신주류의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은 김근태 의원을 비롯한 이른바 민주당 중도파였다. 중도파 의원들은 민주당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며 분열없는 ‘통합신당’을 주장해 신주류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결국 신주류의 주장은 힘을 잃고 말았다. 이로 인해 개혁신당을 통해 지역구도 정치를 일시에 청산하려던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이 암초에 걸리게 됐다.

이 외에도 노대통령은 김근태 의원의 양심고백이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하고 김의원은 “노대통령이 임기를 채울지 걱정이다”라고 말하는 등 갈등은 점점 더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들의 갈등은 지지자들의 갈등으로 이어져 GT클럽과 노사모는 한 때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고,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다.

[관련기사] 심재석, 누가 김근태를 웃음거리로 만드나? , 대자보 (2003/07/22)

이 같은 노-김 갈등에 대해 유월항쟁세대(이른바 386세대)의 대표격인 민주당 우상호 서대문갑 지구당 위원장은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왜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의원이 함께 가지 못하냐”며 통탄했다. 우위원장의 생각처럼 개혁세력은 김근태 의원과 노무현 대통령이 함께 하지 못함을 안타까워 했다. 대표적인 노대통령 지지자인 서영석 서프라이즈 대표는 “지금은 민주당 자체가 신당 논의로 진통을 겪고 있어 당정이 마치 딴나라인듯 나아가는 형세에 있어 참여정부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하지만, (김근태 의원 등이)머지 않은 장래에 반드시 중요한 롤(role)을 맡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김근태 의원과 노무현 대통령의 결합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접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의원이 다시 결합할 수 있을지 여부는 신당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표면적으로 신당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개혁신당에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의 신당논의의 결론이 끝내 ‘분당’사태까지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탈당인원이 50명에 가까울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만약 민주당이 분당되고 김근태 의원 등 중도파까지 탈당하면 범개혁신당이 창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노대통령과 김의원은 다시 손을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 의원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노대통령에게 “괜찮아. 정말로 괜찮아”라고 외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의원의 이 글이 노대통령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고 민주당 탈당을 예고하는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래는 김근태 의원이 홈페이지(http://www.ktcamp.or.kr/)에 올린 글의 전문이다.


마음이 짠-하다 - 노무현 대통령 취임 6개월을 지나며…

마음이 짠-하다. 뉘앙스가 꼭 맞는 말인지 자신은 없지만 내 마음을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총선이라는 격렬한 전장에 나서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 전에는 전별금이라는 이름으로 이른바 두툼한 “실탄”을 주었다는 얘기가 지금도 전설처럼 생생하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런 저런 포즈로 선거를 위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으면서 서로간에 조금은 초라하게 느꼈을 지도 모른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입장에서는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자신과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에게 뭔가 각별하게 해주고 싶었을 터인데 말이다. 그래서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고도 했고, 무엇보다 정치지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지도 모른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만일 이것이 내 추측만은 아니라면 나는 분명한 목소리로 말하고 싶다. “괜찮아. 정말로 괜찮아”하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다. 당장은 곤혹스러울 지 모른다. 그러나 전별금없이 사진만 찍었다는 그 뉴스 속에는 투명한 정치, 새로운 정치를 위한 아픈 결단이 숨겨져 있는 것을 우리는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투명한 정치자금으로 가는 데에서 또 한번의 기여가 여기서 이렇게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너무 맑은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는 비웃음은 우리가 공동으로 짊어지고 가자. 대신 오직 맑은 물만이 생명을 살아 숨쉬게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신 어느 신부님의 말씀을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에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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