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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함의 극치’, 쿠르드족 게릴라의 장례식
[한상진의 중동통신] 터키군이 ‘테러리스트’라 부른 그들의 비참한 주검
 
한상진   기사입력  2008/02/25 [12:28]
한 열흘 전쯤 이곳 터키의 동부지역에 자리잡은 빙굘이란 도시에서 10명의 쿠르드족, 소위 '테러리스트'가 사살을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그들의 장례가 있었습니다.

이들 10명 중 9명은 쿠르드족 게릴라 요원이었으며, 1명은 민간인 이었습니다. 이들 10명 중 5명은 부상을 당한 채 생포를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포 당한 후 이들은 죽을 때까지 고문을 당했고 마지막에 사살을 당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당한 고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들려왔지만, ‘어떻게 인간이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유언비어 일거야…’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놀라게 했던 것은 터키 중앙 정부의 빙굘지역 행정관이 기자들에게 “이런 짓을 저지른 군인들은 무슬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즉 다시말해 유언비어처럼 떠돌던 일들이 사실이란 것을 이 행정관이 인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의 사진은 저와 함께 현장을 목격한 유럽의 한 사진작가가 찍은 것입니다. 이 사진을 찍을 때 손이 떨려서 사진을 제대! 로 찍을 수 없었다는 이사진작가는 터키 정부에 의한 불이익이 우려하여 자신의 신분을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실제로 쿠르드족을 위해서 활동하던 몇몇 유럽의 활동가가 터키 정부에 의해 투옥되거나 입국금지자 명단에 올라갔으며, 심지어는 암살로 의심되는 죽음을 당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망한 게릴라의 훼손된 신체 모습     © 한상진

죽음을 당한 게릴라 요원 중 3명이 이지역 출신으로 같은날(18일) 장례식이 이곳 디야르바크르에서 예정되어 있었으나, 터키 정부의 방해로 인해 18일에는 단 한구의 시체만이 그날 도착하였습니다. 이 장례식 역시 아침 10 예정이었으나, 군중의 집결을 우려한 터키 정부가 중간에 각종 트집으로 이들의 출발과 도착을 지연시켜서 장례식 시간을 세번이나 연기한 끝에 오후 5시가 넘어서 겨우 사체가 장례식장인 한 모스크에 도착을 하였고, 이들의 행태에 분노한 모스크와 유가족이 사체를 일부 기자에게 공개를 하였고, 이 과정에서 이 사진가는 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현지인 기자들이 찍은 사진을 카메라째 모두 경찰에 압수당하는 상황속에서도 어떻게 무사히 사진을 가지고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고, 이 사진을 전달하고 이 사진가 친구는 터키를 떠났습니다.사진을 잘 살펴 보면 목 바로 아래서부터 배를 갈랐다가 다시 봉합한 것을 볼 수 있으며, 또한 양 손목은 완전히 꺽인 상태에서 오른손은 화염방사기와 같은 기구를 이용하여 불태웠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고통으로 뒤틀려 있는 피해자의 얼굴은 이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 이러한 일이 이뤄졌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고 이는 흘러다니는 이야기와 일치하는 것입니다.

장례식과 관련된 동영상도 있습니다만, 여러 이유로 편집작업이 조금 늦어지고 있습니다. 편집작업이 끝나는 대로 동영상도 보내드리도로 하겠습니다.

이런 끔찍한 사진을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보내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하지만, 터키에서 게릴라에 대한 이런 끔찍한 고문이나 혹은 사체를 절단하는 등 '망자를 두번 죽이는 일'은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고, 이를 중단 시키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되어 충격적인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보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단 다른 목적으로 재사용 하실 때는 모자이크 처리 등 적절한 방안을 강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쿠르드족 주민들은 '죽일려면 그냥 죽이지 왜 사체를 손상해서 망자를 두번 죽이느냐'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립니다.
 
▲망자의 영정을 들고있는 누나     © 한상진

이 장례식 며칠 후(20일) 터키 정부군은 또다시 이라크 국경을 넘는 대규모 군사작전을 시작했으며, 이번 군사작전은 지금까지 이뤄진 군사작전 중 가장 큰 규모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10,000여명에 이르는 지상군이 국경을 넘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터키 정부군의 발표에 의하면 지금까지(23일 현재) 두 명의 “테러리스트”를 사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쿠르드족 게릴라에 의하면 지금까지 24명의 터키군이 죽음을 당했고, 8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터키군의 발표는 자군 병사의 희생은 축소하고 게릴라의 희생은 과장하는 것이 관례처럼 행해져 왔기에 게릴라측의 발표가 훨씬 신뢰할 만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BBC등 외신은 터키군이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아 산악에 익숙한 게릴라보다 자국군의 피해가 훨씬 더 심할것이 뻔히 보이는 이 시점에서 왜 이토록 무모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기사를 썼더군요.

조만간 현지 상황들 정리하여 다시 글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터키에서
* 글쓴이는 현재 이라크 바그다드 평화교육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함께가는사람들(www.ihamsa.net)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이라크 평화교육센터, 팔레스타인 평화팀,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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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25 [12: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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