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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방송에 조선·동아 뿌리 흔들려
KBS, 조·동 친일행적 담은 다큐멘터리 호응 커
네티즌들, "감동적이다"-"편파적이다" 반응 엇갈려
 
윤익한   기사입력  2003/08/18 [18:48]

올해로 창간 83주년을 맞은 조선·동아일보가 일제강점시절 '민족정론지'가 아닌 '친일언론'이었다는 사실이 KBS 특집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됐다.

방송-신문전쟁의 예고편이 되어버린 KBS 1TV <한국사회를 말한다> 프로그램     ©KBS 홈페이지
KBS 1TV <한국사회를 말한다>는 지난 16일 '일제하 민족언론을 해부한다'는 제목으로 일제강점기 조선·동아일보가 보였던 친일행적을 특수 필름으로 되살린 신문자료와 일본 현지 취재에서 직접 확인한 제국의회 자료, 당시 기사 속 인물들의 증언 등 폭넓은 취재를 통해 생생히 전달했다.
 
제작진은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 "대한민국의 일등신문임을 자처하고 스스로 '민족지'로서의 위상을 자랑하는 국내 신문의 일제 말 극심했던 친일행태를 조명하고, 해방이후 지금까지 친일경력을 은폐하기 위하여 역사를 왜곡하고 오히려 민족지라고 자신들을 내세우는 부조리를 고발한다"면서 "그들의 과거은폐가 역사청산을 비롯한 현재의 언론보도와, 한국사회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고찰하고, 역사와 진실을 외면하면서도 자사홍보에 앞장서는 현재 언론의 비뚤어진 모습을 비판한다"는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날 방송은 ◇조선일보 윤전기는 왜 철거되는가 ◇조선의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몬 것은 누구인가 ◇일장기 말소 사건의 진상은 따로 있다 ◇1940년 강제폐간, 사실은 합의폐간이었다 등의 내용으로 조선·동아의 친일행적을 담았다.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방송을 본 네티즌들의 격려, 비난의 글이 방송 이틀만에 500여건 이상 올라와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뜨거웠음을 보여줬다.

게시판에는 "조선·동아일보에 실망스럽다"는 글부터 "재방송을 부탁한다", "KBS가 변화하는 것을 실감한다"는 격려성 글과 "편파 방송을 중단하라", "KBS도 자기반성을 하라"는 비난의 글이 올라왔다.
 
방송을 본 '김정현'씨는 "방송이 감동적이었다"면서 "왜곡된 역사교과서부터 바로잡아야 된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또 '오동추'씨는 "일회성에 머물지말고 앞으로도 꾸준히 왜곡된 우리나라 언론역사를 바로잡아 주시기 바란다"면서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하루빨리 국민과 민족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하라"고 지적했다.

반면 방송이 부적절했다고 주장한 '박덕만'씨는 "박정희, 전두환 정권부터 시작해서 김대중정권과 현정부까지 언제나 정권지향적인 방송으로  일관했던 게 KBS 아니었던가요"라고 물으며 "1987년 6.10 항쟁 때 부산KBS는 시위대에 의해서 불태워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이병보'씨는 "국민의 편에 선다는 KBS가 민주노총, 전교조, 공무원노조, 국민의힘과 같은 일부를 대변하는 그룹이 국민을 대변한다고 믿고 있나"라며 "KBS에는 사원은 있어도 진정한 언론인은 존재치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방송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KBS는 <한국사회를 말한다>에 앞서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포커스>를 신설, 지난 6월 28일 첫 방송에서 'KBS, KBS를 말한다'편을 통해 KBS의 부끄러운 과거를 이례적으로 공개해 화제가 됐었다. 미디어포커스는 이후 조선·중앙·동아를 비롯한 국내 신문과 방송의 비평을 꾸준히 하면서 언론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미디어포커스 방송이 주로 조·중·동의 기사비평에 중점을 두면서 이들 신문들에는 KBS 비난 기사가 줄을 이었다. 결국 KBS와 조중동의 갈등은 갈수록 첨예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도 <한국사회를 말한다>와 <미디어포커스> 방송이 나간 다음날 조선과 동아는 불쾌한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조선일보,[KBS, 주말마다 조선·중앙·동아 비판] 기사     ©조선닷컴
조선일보는 <KBS, 주말마다 조선·중앙·동아 비판> 제하의 기사에서 "주말 황금시간대 공영방송 KBS 1TV의 전파는 조선·동아일보 등 ‘보수신문 때리기’에 상당부분 할애됐다"면서 정연주 사장이 취임한 뒤 첫 프로그램 개편에서 신설된 ‘미디어 포커스’가 방송사와 신문사를 포함, 미디어를 감시·비판하겠다는 기획의도를 천명하면서도 조·중·동의 비판일색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청률 조사기관 TNS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 신설 이전 같은 시간대 17%에 달하던 시청률도 평균 10% 안팎으로 떨어졌다"면서 방송의 아킬레스건인 시청률을 거론하며 프로그램 흠집내기에 나섰다.

▲동아일보, KBS의 역사자료 왜곡 기사     ©동아일보홈페이지
동아일보도 언론학 교수를 내세워 <한국사회를 말한다> 방송을 비난하고 나섰다. 정진석 (한국외국어대·언론학)교수는 'KBS의 역사자료 왜곡' 제하의 글에서 KBS가 일제총독부 기록을 입맛대로 해석했다면서 "83년의 역사 가운데 특정시기를 확대 비판하고 의도성이 엿보이는 해석을 곁들인 프로그램으로 두 신문의 공과를 올바르게 평가했다고는 볼 수 없으며, 시청자들에게 역사를 공정하게 알리지도 못했다"며 "동아와 조선의 지면을 비판하던 일제강점기의 방송은 어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KBS의 프로그램이 제기한 사실들은 이미 다른 언론에서도 꾸준히 제기되 온 '고전'에 가깝다는 점에서 조선과 동아의 비난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안티조선' 운동이 시민사회운동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고, 안티조선운동 사이트에는 방대한 양의 조동의 친일행적을 공개하고 있다. 또 이미 2001년 한겨레신문이 조중동의 사주 탈세 등 개인비리와 친일행적에 대해 기획보도한 바 있고 MBC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도 KBS의 프로그램과 비슷한 내용의 보도가 나왔었다.

따라서 조선과 동아의 KBS보도에 대한 과잉반응은 내용이나 대상이 문제라기보다는 사주 개인의 지배하에 있는 족벌신문의 '지면사유화'에 따른 경향성에 의한 결과라는 진단이 일반적이다.

또 조선과 동아의 비난 일색 기사가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면서 사실관계의 정확성이나 의도의 공정성을 지적한 것이 아닌, KBS가 과거 정권에 어떤 행동을 보였느냐는 식의 양비론을 펴고 있어 단지 비난을 위한 비난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과 동아가 KBS의 보도를 비난하기에 앞서 '민족정론지'를 표방하면서 침소봉대하는 오만함을 철회하고 역사 앞에 솔직한 고백을 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더욱이 조선과 동아가 보이고 있는 수구적 편집방향은 민족지의 '민족'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라는 지적이다. 조선과 동아는 '백성 민(民)'과 '겨레 족(族)'이라는 음운의 함의를 다시 한번 되새기길 당부한다.  / 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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