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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팩트를 왜곡할 권리는 없다"
현직언론인 한국언론의 고질적 문제점 지적해
 
손봉석   기사입력  2003/08/18 [14:44]

우리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신념이나 이익에 따라 '팩트'마저 왜곡하는 것이라는 현직언론인의 지적이 나왔다.

▲ MBC 이인용 기자     ©손봉석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주최로 14일 오후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위기 속 남북관계, 언론보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없는 가'라는 토론회에서 MBC 이인용 기자는 "신문과 방송이 상업성과 이데올로기에 갇혀 저널리즘의 기본과 윤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특히 팩트의 왜곡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한국의 기자와 언론사는 자기가 믿고 싶은 방향이나 쓰고 싶은 것에 부합되는 팩트만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부합하지 않는 팩트는 외면을 하고 심지어 부합하지 않는 팩트를 자기 뜻에 맞게 왜곡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언론인 자신의 신념이 보수든 진보든 간에 '팩트'를 왜곡할 권리는 누구도 주지 않았다"며 "우리언론에 대한 비평이 이제까지는 이데올로기적으로 보수냐 진보냐로 평가를 했다면 이제는 저널리즘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을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 비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또, 상업성을 언론이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꼽고 "TV의 경우 드라마가 흥미를 자극하는 갈등구조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보도프로그램들도 이런 갈등구조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고 "신문의 경우 12~13장이던 박스기사가 6~7장으로 줄여 가독성은 높이고 있으나 이로 인해 호흡이 짧고 깊이 있는 분석이 어려워지면서 기사의 전문성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신문이나 방송이 부수와 시청률이라는 상업적인 이유로 인해 깊이 있는 분석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주요일간지와 공중파 방송의 북핵관련 보도에 대한 모니터 결과도 발표됐다.

▲통일언론 기획 토론회 모습     ©대자보

김은주 방송위원회 심의위원은 동아ㆍ조선ㆍ중앙 한겨레 등 4개 신문의 북핵관련 보도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언론의 '냄비식 보도'와 '비관적이고 이중적적인 태도'를 문제로 지적했다.

김 심의위원에 따르면 7월에 1면을 실린 '북핵기사'를 보면 조선일보는 7건 가운데 5건이 북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는 내용을 제목으로 달았고, 동아일보는 9건 중 6건이 부정적이었으며 한겨레는 남북간 화해와 교류, 평화적 해결을 부각하는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는 것이다.

김 심의위원은 "특히 주목할 것은 중앙일보로 조선, 동아와 달리 북의 태도변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그 속에서 대화가 가능함을 강조하는 내용이 기사의 중심을 이루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평가했다.

김 심의위원은 또, 미국의 이라크침공을 전후해서는 대부분의 언론이 대화필요성과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으나 '베이징 3자회담'으로 정작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자 조선과 동아일보는 한국이 배제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고 6자회담이 결정된 후에도 "한국이 제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기사를 내 일관성이 떨어진 반면에 중앙일보는 다자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한겨레는 남북간의 적극적인 대화를 주문하고 북의 입장까지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김 심의위원은 특히 파월 미 국무장관이 북한체제의 보장에 대해 언급한 후 나온 지난 9일자 신문은 동아ㆍ중앙일보와 한겨레신문이 모두 '바람직한 진전'으로 평가한 반면 조선일보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를 인용해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을 해주는 것은 의도의 표현일 뿐 법적구속력이 없다"며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점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방송에서는 KBS와 MBC가 평화ㆍ대화적 논조와 갈등ㆍ대립적 논조가 비슷한 비율을 보인 반면 SBS는 갈등ㆍ대립적 논조가 우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지상파 방송3사의 저녁종합뉴스를 대상으로 관련보도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 5월 9일부터 7월 31일까지 북핵관련 보도를 살펴보면 평화ㆍ대화적 논조와 갈등ㆍ대립적 논조의 비율이 KBS와 MBC에서는 각각 26% 대 25%와 24% 대 24%로 균형을 이루고 있으나 SBS에서는 갈등ㆍ대립적 논조의 비율이 27%로 평화ㆍ대화적 논조(20%)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윤 연원구원은 보도의 성격을 분류하면 북핵과 관련해 '사실중심의 보도'는 SBS(55%), MBC(52%), KBS(44%)순으로 많은 반면 분석이나 전망을 담은 보도는 KBS(21%), MBC(10%), SBS(4%)순 이었다고 밝혔다.

보도에 등장한 정보원을 분석한 결과 KBS는 한국정부(24%), 미국정부(23%), 국내전문가ㆍ야당ㆍ시민(19%), 기타 외국정부(17%), 북한정부(9%), 외국언론 및 전문가(8%)등으로 고른 분포를 보인 반면 MBC의 경우 한국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사례가 30%로 가장 많았고, 국내전문가ㆍ야당ㆍ시민의 목소리는 5%에 그쳤으며 SBS에서는 미국 정부(27%)와 외국언론 및 전문가(15%)의 시각을 전달한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윤 연구원은 전체보도 순서에서는 KBS와 MBC가 10번째 이전과 이후에 북핵과 관련한 보도를 한 비율이 대체로 7대3 정도로 집계됐으나 SBS는 6대4에 가깝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윤 연구원은 "보도의 성격이나 정보원을 선택하는 것은 방송사의 몫이지만 상대방을 압박하거나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의도적인 발언과 미확인된 내용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은 책임 있는 언론의 태도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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