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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명박 정부는 ‘무식한 대통령’ 자처하나
[시민논단] 대한민국 호락호락하지 않아, 오기의 정치는 이제 그만둬야
 
예외석   기사입력  2008/01/20 [16:26]
“이명박이는 무식하다.”요즘 유행하는 말이다. 무식하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용감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되고, 진짜 무지해서 무식하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무현은 무식하다.”는 소리를 국민들이 많이도 했었는데. 격세지감을 느낀다.
 
 역대 한국의 대통령들은 국민들로부터 “무식하다”는 소리를 참 많이도 들은 것 같다. 다른 의미에서 해석하면 지도자란 때론 무식할 정도로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카리스마라고도 표현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대통령들은 세계의 지도자들과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무식했다고 할 수가 있다. 이것은 비아냥거리는 것도 아니고 폄훼하자는 뜻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만큼 용감하다는 칭찬의 말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가장 무식하다는 말을 많이들은 분이 아마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을 것이다. ‘전두환’ 하면 떠오르는 것이 80년 5월의 광주다. 그 사건은 진짜로 무식했다는 말을 들어도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무식한 '군바리'(군인들을 비아냥대는 속어)들이 멀쩡한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 몽둥이로 개처럼 때려잡고, 총칼로 난자를 했으니 진짜 무식하단 말을 들어도 전혀 틀린 것이 없으리라.
 
 또 한분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유명한 말이 “갱제를 학시리 살립시다.”고 주장하다 대한민국 경제를 확실히 말아 먹은 장본인이다. 물론 그 책임은 참모들에게도 있었다. 생각하기도 싫은 IMF의 후유증이 아직도 국민경제에 뿌리 깊게 남아있다. 그 이후 세계화의 영향은 서민들을 확실하게 확인사살까지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그 뒤로 ‘물태우’를 거쳐 국민들로부터 가장 무식하다는 말을 많이들은 분이 노무현 대통령일 것이다. 무리할 정도로 개혁을 많이 추진하다보니 국민들이 아프다는 표현을 대통령을 향해 무식하다고 표현한 것 같다.
 
 참여정부 5년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개혁 프로그램이 가동되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가장 무식하다는 비판을 많이 듣기도 했다. 좀 아쉽긴 해도 더 시간이 흐른 뒤에 역사의 평가를 다른 시각으로 받게 될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자년 새해부터 무식한 사람이 또 한분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그 장본인이다. 무엇이 무식한가. 이명박이라는 사람은 확실히 무식한 것 같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기에 무모할 정도로 밀어붙인다는 뜻이다. 여기서 무식하다는 말은 용감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모한 용기는 진짜로 무식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그 대표적이다.
 
 요즘 주변 여론을 가만히 종합해보면 이명박 당선자의 지지자들 중에도 무식하다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볼 수가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입맛을 쩝쩝 다시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그만큼 무리한 정책일 수 있으니 신중하게 나가겠다는 반증이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굳이 강바닥을 파헤쳐 운하를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우스운 이야기다. 물론 발상은 누구나 할 수가 있다. 남들이 모두 반대하는 일도 억지로 추진하다보면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분이 건설회사 최고경영자 출신이다 보니 통이 클 수는 있다. 한번 쯤 멋있는 사업을 해 보고 싶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니다.
 
 지금 추진하고자 하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없는 물길을 새로 만들겠다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강바닥을 파헤쳐서 콘크리트 둑을 쌓아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보겠다는 것이다. 배들이 지나가고 안 가고는 그 다음 일이다. 물론 환경파괴를 담보로 하는 일이다.
 
 그가 늘 자화자찬하는 것이 청계천 복원공사인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보기에는 아름답고 참 좋다. 하지만 청계천에서 돈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좀 우스운 비유이긴 하지만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이명박 당선자가 돈도 떡도 나오지 않는 사업에 왜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국민경제를 담보로 그의 젊은 시절 꿈을 한번 이루어보겠다는 야심일까. 아니면 오기일까.
 
 대한민국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 혼자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는 그런 나라는 더욱 아니다. 당신을 대통령 당선자로 만들어 준 일등공신인 태안의 황폐화된 어장부터 살려내길 바란다. 그리고 요즘 개그프로그램에 나오는 젊은 아이들 말을 빌려본다.
 
“적당히 해라, 적당히.”   
* 필자는 경남 진주시 거주하며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자, 시인/수필가,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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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1/20 [16: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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