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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부동산 정책은 서민들에게 재앙
[진단] 부동산 정책의 주요 목표는 치명적인 나비효과 억제에 맞춰져야
 
홍헌호   기사입력  2008/01/15 [10:26]
부동산 거래활성화? 서민들의 큰 고통 유발
 
14일 이명박 당선인은 신년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은 안정시키되 거래는 활성화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말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맞는 말일까요? 
 
그리고 또 지금 보수언론들은 이구동성으로 “1세대 1주택 고가주택에 대한 양도세 인하와 거래세 인하조치가 주택매물을 증가시켜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과연 이 말도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맞는 말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보수언론과 이명박 당선인의 이런 주장들은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또 이런 인식의 오류는 서민들에게 아주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 먼저 이론적인 부분부터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부동산 정책의 주요 타킷은 매수희망자들의 도박선호성향과 나비효과에 맞추어져야
 
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인간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모험선호형, 모험중립형, 모험기피형이 그것인데요. 사람들은 세 가지 유형 중에서 어느 유형에 가장 많이 소속되어 있을까요.? 아마도 모험선호형이 가장 많을 것입니다.
 
인간의 유형 중 모험선호형이 가장 많다는 것은 사람들이 도박산업이나 주식과 부동산 등 투기형 자산시장에 몰두하는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예컨대 로또시장의 경우, 투자자가 1000원을 투자할 때 돌아오는 평균 기대치는 1000원에 훨씬 못 미치는 500~700원으로, 순이익이 ‘마이너스 300~500원’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희망에 부풀어 열심히 로또시장을 달굽니다.
 
주식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1989년에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찍고 내려 갔다가 2000년 초에 다시 1000포인트를 찍었는데 당시 10여 년 동안 주식을 묻어 놓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이익을 보았을까요?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1%의 수익률도 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주식의 실질가치 하락으로 평균 ‘30~50%’이상의 손실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식시장은 신기하게 그런대로 잘 굴러갑니다.
 
요컨대 인간은 기본적으로 ‘모험선호형의 성향’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성향이 ‘기업가정신’으로 발현되어 경제성장의 큰 힘이 되기도 합니다.
 
부동산 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도박시장에 참여하는 도박꾼들이 그러하듯이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손실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이익에 대한 기대에 훨씬 더 큰 가중치를 두고 시장에 뛰어듭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정책의 타킷은 매수희망자들에게 맞추어져야 할까요? 매도희망자들에게 맞추어져야 할까요? 답은 부동산 정책의 타킷이 매수희망자들에게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릴 때 선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매수희망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매도희망자들은 시장의 눈치를 보다가 매수희망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매물을 거두어 들이며 가격상승을 부추키기는 합니다만 매수희망자들에 비해서는 훨씬 더 수동적입니다.
 
그럼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활성화된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그것은 매수희망자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매수희망자들은 보통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시장의 변동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매수희망자들의 시장 참여가 부쩍 늘어나면 가격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매도희망자들은 바로 매물회수에 들어가고,  매도희망자들의  매물회수가 늘어나면 가격은 더욱더 오르고, 그리고 가격이 더욱더 오르면 매수희망자들은 더욱더 흥분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순식간에 부동산 가격이 치솟게 되는 것입니다.
 
자 그럼 이제는 현실적인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1세대 1주택 고가주택 양도세를 인하하면 주택매도를 희망하는 사람들과 주택매수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일단 정부가 1세대 1주택 고가주택 양도세를 인하하면 추가 매물이 나올 것은 분명합니다.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매도 희망자들이 길거리에 나앉거나 텐트에 살려고 집을 파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1세대 1주택자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집을 팔고 버블세븐지역에 집을 다시 사거나 비버블세븐지역에 집을 사게 될 것인데 그들이 어느 쪽에 집을 사더라도 그 쪽 주택가격을 자극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이들 중 많은 수가 비버블세븐지역으로 이주한다면 비버블세븐지역 주택가격을 자극할 것이고, 반대로 이들 중 대부분이 버블세븐지역을 떠나지 않고 다시 버블세븐지역 주택을 산다면 이 곳 주택가격을 자극할 것입니다.
 
거래세 인하가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것도 전혀 근거없는 주장일 뿐..
 
또 우리 국민들 중 상당 수는 “보유세인하조치가 가격을 올리는 반면, 거래세인하조치는 가격안정에 기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보유세 인하가 가격을 올린다는 생각은 맞지만 거래세인하가 가격안정에 기여한다는 생각은 틀렸습니다.
 
글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부동산 정책 담당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매수희망자들의 모험선호형 행태, 투기선호형 행태, 그리고 이것이 야기하는 나비효과, 연쇄효과를 제대로 간파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1.0%p 거래세율을 낮춘다하여 부동산 가격이 1.0% 내리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결단코 아닙니다. 오히려 거래세인하가 몰고오는 거래활성화와 가격자극효과는 매수희망자들의 투기심리를 부추켜서 1.0% 가격하락은 커녕 5~6% 이상의 가격상승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거래세인하가 몰고오는 거래활성화와 가격자극의 위험성을 보다 더 실감나게 살펴보고 싶으면 주식시장을 들여다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증권거래세’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주식투기과열을 막는데 상당히 중요한 안전판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주식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미명하에 증권거래세를 큰 폭으로 인하했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주식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주식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되는 것입니다. (2007년에 중국은 증권거래세를 인상시켜 주가를 큰 폭으로 조정한 바 있음.)
 
2005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돌이켜 보는 것도 거래세 인하의 역기능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05년 당시 정부는 거래세 과표현실화와 거래세 세율 인하를 동시에 추진했는데요. 그 두 가지 조치로 인해 강남 유주택자들은 큰 수혜를 본 반면, 강북 유주택자들은 큰 낭패를 보았습니다.
 
왜 그랬을까. 2004년 당시 강남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어 거래세 과표가 70~80%로 현실화되어 있었습니다. 반면 강북은 30~40%의 과표현실화율을 보이고 있었지요. 그런데 2005년에 양쪽의 과표현실화율이 동일하게 70~80%에 이르렀고, 거래세율도 동일하게 5.0%에서 3.5%로 내려가자 결과적으로 강남의 거래세는 대폭 내렸지만 강북의 거래세는 오히려 더 오른 것입니다.
 
그러면 주택가격은 어떻게 되었을까. 2005년에 강남은 거래세 인하 등등의 효과로 가격이 크게 오른 반면,강북은 오히려 거래세가 높아져 가격이 안 오른 것입니다. 그래서 2005년에는 유난히도 강남북 부동산 가격 양극화가 심했고 이 때문에 강북의 유주택자들이 줄기차게 거래세 인하를 요구한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강북의 유주택자들이 왜 거래세 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했을까요? 가격을 내리기 위해서 그랬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지요. 그들은 강북의 부동산 가격을 올리기 위해서 거래세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가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해서 거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얼마나 황당한 주장이 되겠습니까. 강남이고 강북이고간에 유주택자들은 모두들 보유세 인상에는 반대하면서 거래세 인하에는 절대 반대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 거래세 인하가 가격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진보진영의 일부 인사들까지 단순히 선진국들의 보유세 비중이 높고 거래세 비중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거래세 인하를 주장하는데요. 그런 태도는 실사구시적 태도가 아닙니다.  실사구시적 태도는 현실을 매우 중요시하는 태도입니다. 나는 이명박정부든 통합신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보다 더 현실에 천착하고 실사구시적 태도를 견지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또 한나라당과 통합신당이 추진하는 2007~2008년 1.5%p의 거래세 추가인하 조치는 2006년 15조 원 규모였던 거래세 세수를 매년 2~3조원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매년 2~3조원의 거래세 세수 감소는 전국의 300만 저소득층 가구(1500만 전가구 중 20%)에게 가구당 매년 67~100만원 이상의 복지혜택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점도 추가로 강조하고 싶습니다.
 
요컨대 1세대 1주택 양도세 인하와 거래세 인하 조치는 부동산시장을 또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혜택을 큰 폭으로 줄이게 될 것이므로 어느 정당이든 이 문제에 대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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