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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나홀로' 6% 성장 강행?
[진단] 대외변수 무시하고 6% 성장 돌진은 위험, 포퓰리스트 자처한 꼴
 
홍헌호   기사입력  2008/01/10 [13:22]
이명박 정부 인수위가 2008년 우리나라 경제성장율 목표를 6%로 잡고 경제운용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원자재의 해외의존도가 매우 높고 수출의존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우리나라에서 대외변수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6% 성장을 향해 돌진한다? 물론 이런 식의 경제운용이 역기능보다 순기능을 더 많이 가져 온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겠지만 이명박 정부의 이런 막무가내식 독선은 위험천만한 것입니다.
 
대외변수를 무시하고 6% 성장을 향해 돌진한다? 위험천만한 일
 
우선 대외경제여건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천문학적인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경제. 다른 나라를 개방시켜 자신들의 수출시장을 넓히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들 스스로도 거대한 내수시장을 대부분 다 내주다 보니 무역적자가 태산처럼 쌓였습니다. 값싼 중국산에 맛들인 미국 국민들은 주식투기와 부동산 투기로 번 돈들로 흥청망청 과소비를 일삼아 왔는데 이제는 그 댓가를 치를 때가 된 모양입니다.
 
중국경제. 엊그제 <KBS스페셜>을 보니 그들의 우선적인 목표는 5억 명의 중산층을 양산하는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과열증시를 방치하거나 오히려 증시를 부양한 측면이 있다 하는데 이런 중국의 불균형성장전략은 몇 년 전부터 교정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2007년 중국증시는 이상 급등현상을 보인 바 있습니다. 중국증시가 펀드멘탈을 넘어서서 오버슈팅한 측면이 강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요 선진국 기업들의 평균PER(1주당 연간 순이익 대비 주가 비율)이 20배 정도인데 중국 기업들의 평균PER은 이미 60배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중국 기업들의 미래가치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것은 좀 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중국의 부동산도 이에 못지 않게 과다하고 올랐고, 더구나 2007년 들어 안정적이던 물가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중국은 세계경제 성장의 주축엔진이 아니라 치명적인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1928년 대공황의 시발점은 당시에 너무나도 잘 나가던 미국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경제위기는 잘 나가는 쪽에서 발생합니다.
 
2008년 북경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거품이 붕괴할 것이라는 경고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고 잠잠하던 물가도 2007년부터 갑동치기 시작하자 중국이 돈줄죄기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호경기에 심취한 중국인들이 위기의식을 체감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물론 섣불리 중국이 급격한 위기로 치달을 것이라고 속단해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선제적인 긴축기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본경제는? 엊그제 나온 <월스트리트 저널>의 일본 관련 보도가 흥미롭습니다. 일본의 임시직과 비정규직 확대 현상이 일본 경기회복의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즉 일본 기업들의 과도한 임시직 고용이 임금하락과 내수부진을 가져와 기업의 수출이 증가해도 경제 성장이 지체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우리나라의 급격한 수출 증가와 대기업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뿐만 아니라 서민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미국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급격하게 내수 시장을 해외에 내 준 것이 큰 화근이 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저가 중국산이 국내로 대거 유입되면서 중소기업들 중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 대신 중소기업의 영세화가 급진전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KDI도 실증적인 자료를 통해 인정하는 바입니다.
 
거기다 서비스업 분야에서 1996년의 국내외 유통업개방의 충격이 아주 컸습니다. 광범하게 중소상인 서민들에게 공유되던 부가 극소수 대형마트 주주에게 이전되자 위의 일본에서처럼 소비위축과 서민경제파탄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2008년 이후 세계경제, 위험요소 곳곳에 산재
 
그런데도 지난 몇 년간 세계 경제가 고도성장을 지속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중국과 인도 등 인구대국들이 고도성장하면서 거대한 원자재를 대거 먹어 치우며 원자재 대국들의 고도성장을 이끌어 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000년대 고도성장국은 대부분 다 원자재 대국들입니다. 물론 이들이 2000년대 세계 증시의 주가상승을 주도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2008년 이후에도 이들의 고도성장에 힘입어 세계 경제는 고도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고도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원자재 대국들의 고도성장도 곧 한계에 부딛힐 것입니다.
 
원자재 대국들의 1970년대와 1980년대 성장률을 비교해 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당시 산유국들은 매우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1980년대에 들어서서 전세계 180여 개국 중에서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합니다. 1980년대 초에  중남미 원자재 대국들이 대다수 외환위기에 처한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원자재 가격의 큰 변동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2008년 이후에 1980년대처럼 원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따라서 원자재 대국들이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낮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원자재 수입대국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원자재 가격이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높은 원자재 가격은 이제 겨우 회생하려는 일본경제나 유럽경제 등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줄 것이고 서브프라임 사태로 빌빌거리는 미국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이런 선진국들의 경기회복 지체나 경기하락은 고도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의 수출시장을 축소시키기 때문에 이들 고도성장국들의 성장지체를 불러 올 것입니다 그리고  고도성장국들의 성장지체는 어느 순간 이들 국가의 거품붕괴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원자재 소비대국들의 성장지체는 원자재 수출대국들의 성장지체를 불러 올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원자재 수입대국들과 원자재 수출대국들은 저임금과 낮은 공산품 가격, 그리고 낮은 설비투자 비용에 기반하여 세계 경기 선순환을 주도해 왔습니다. 그러나 향후 몇 년간은 오히려 높은 원자재 가격이 임금과 공산품 가격,그리고 설비투자 비용을 끌어 올리며 세계경기 악순환을 주도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인구대국들의 고도성장이 가져온 이들 국가의 육류소비 폭증과 사료작물 곡물가격 폭등,식료품 가격 폭등은 또 다른 쪽에서 세계경제를 압박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이명박 정부 인수위가 6% 성장 운운하면서 경제관료들을 윽박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가 세계경제 흐름과 거꾸로 가겠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발버둥쳐 보았자 얻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김영삼 정부만큼 처참하게 망가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경기부양책은 크게 두 가지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6% 성장목표를 기정사실화하며 경기부양을 노골화하고 있는데 이들이 현 시점에서 취할 수 있는 경기부양책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는 한반도 대운하인데, 유감스럽게도 한반도 대운하는 천문학적인 재정낭비를 초래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2007년 주택건설투자, SOC 건설투자 등등 건설투자액이 160조원인데 이게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0.24%p 정도 됩니다. 즉 최근 연평균성장율 4.6%p에 0.24%p기여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경부운하 건설로 매년 4조원씩 추가 투자해서 몇 푼이나 경제성장에 기여하겠습니까. 기껏해야 경부운하 건설투자 경제성장기여도는 0.02~0.03%p에 그칠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거론되는 것이 산업은행 투자부문 민영화를 통해 20조 원을 확보하고 이를 중소기업 지원기금으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지원액수 크기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을 위해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들이 운용하는 자금규모가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들의 자금운용규모가 너무 커서 IMF 등에서는 이들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권고할 정도입니다.
 
현재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지원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적재적소에 지원되면 될 돈들이 시스템이 엉망인 중간매개체를 거치면서 엉뚱한 곳으로 지출되고 있는 것이지요.
 
즉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핵심은 ‘기금 운용과 감독/감시시스템’에 있는 것입니다.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 등등의 ‘기금 운용과 감독/감시시스템’이 정교하지 못하다 보니 이들 스스로 자금이 적재적소로 가는 것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이 절실히 필요한 중소기업체들은 창업한 지 얼마되지 않은 사업체들인데 이들은 사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이들에 대한 지원을 의도적으로 회피합니다. 반면 이들은 자금 지원의 필요성이 그렇게 크지 않지만 사고 위험이 적은 중견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기금이 이런 식으로 운용되면 기금 지원액은 엄청나게 흘러 나가지만 중소기업의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입니다.
 
정말 어이 없는 것은 중견기업들이 300인 이상의 대기업이 되는 것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책자금을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더 어이없는 것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범위를 300인 이하로 한다는 규정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당히 넓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더 확대하여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이 커지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이명박 정부가 지금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기금 운용과 감독/감시시스템’부터 정교하게 바꾸는 것입니다.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 기금 운용자들에게 사고율이 높다고 윽박지르기만 하면 기금 운용자들은 더욱더 심각한 도덕적 해이 상태로 빠져 들 것입니다. 그렇다고 사고율이 높다고 칭찬할 수도 없고 기금 운용의 사고율 목표치를 지정할 수도 없습니다.
 
또 현재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 내부에는 중소기업들의 성장성이나 재무구조를 평가하고 분석할 인력이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금들이 보증을 하든 직접지원을 하든 전문인력 보강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무차별적인 퍼주기식 중소기업 지원은 중소기업과 정부를 둘다 죽여  
 
그런데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명박 정부는 무작정 20조 원의 기금을 마련해서 중소기업에 지원해 주겠다고만 말합니다. 중소기업들이야 지원해 준다니까 싫어할  이유가 없겠지만 만약에 이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지원으로 과잉투자가 횡행하고 경기여건의 급변으로 이들이 빚더미에 앉게 될 경우 중소기업과 정부 모두가 심각한 지경에 처할 수 있습니다.
 
20조의 기금이 확실한 기금 운용과 감독/감시시스템을 통해 정상적으로 운용되지 못하고 6%성장 목표 달성을 위한 무차별적인 퍼주기식 지원으로 전락한다면 소중한 재원 20조를 공중에 날려버릴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체들을 빚더미에 앉게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정부지원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적절하고 정상적인 정부지원만이 정부에게도 이익이고 중소기업에게도 이익입니다, 반면 경기여건을 무시한 무차별적인 퍼주기식 지원은 양자에게 이익을 주기는 커녕 양자를 동시에 죽일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이명박 정부가 그들 소망대로 성공한 정부가 되고 싶다면 절대 무리를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20조의 재원을 소중히 여긴다면 기금 운용과 감독/감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정교하게 개편하는 일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내외 경기를 주시하면서 지극히 정상적으로 기금을 운용하며 중소기업들을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이명박 정부는 중소기업과 정부 스스로를 모두 죽이는 포퓰리스트의 비참한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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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1/10 [13:2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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