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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의 불씨, 옥천에서 불타오르다
제1회 옥천언론문화제, 다양한 행사속 언론개혁'해방구'선언
 
윤익한/심재석   기사입력  2003/08/16 [15:51]

▲옥천언론문화제     ©대자보
해방의 함성이 전국에 울려퍼졌던 58년전 광복절.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오늘 우리언론의 모습은 일제시대 천황에 굴종하던 때와 다름없이 수구기득권세력의 요람속에서 민중의 건강한 삶의 자양분을 빨아들이며  혹세무민하고 있다.

언론민주화가 시작된 87년 이후 지금까지 언론개혁이 시대적 당위로 떠오른 지 십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 견고한 거대족벌신문들의 횡포를 막아내고 민중에게 진실된 삶의 가치를 전달해주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그러나 안티조선운동으로 시작된 우리사회 언론개혁의 의지는 개혁적 언론인들과 대안매체, 시민사회단체의 지난한 노력으로 거대족벌신문들의 오만한 글쓰기를 한풀 꺽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제 안티조선운동은 대다수 국민들이 축제의 주체로 참여하는 문화제로 거듭나, 언론개혁의 또다른 모습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저녁 날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언론문화제가 열리는 옥천을 찾아갔다.  

▲옥천언론문화제     ©대자보
충청북도 옥천에서는 거대족벌신문과 왜곡된 언론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언론개혁의 들불이 피어올랐다. 일제 잔재들에 의해 왜곡되기 시작한 반세기의 우리역사와 그 흐름속에서 민초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힘있는 자들의 주구노릇을 하면서 민족과 정론을 표방한 사이비언론들의 난동이 이날만은 옥천 주민들과 전국의 언론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의 열정적인 함성속에 파묻힌 듯 했다. 이날 옥천은 '언론 해방구'를 연상케했다.

8월 14∼15일 이틀간에 걸쳐 충복 옥천에서 열린 제1회 언론문화제는 그동안 수도권 중심으로 진행된 언론개혁운동을 지방으로 확산시켜 전국적인 언론시민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취지로 조선일보바로보기 옥천시민모임(옥천물총), 한국언론노동조합, 민족음악인협회, 민족서예협회, 한국PD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바른지역언론연대, 전국국어교사모임 등 언론·시민단체와 천 여명의 옥천주민들이 참여해 옥천읍 관성회관과 야외공연장 일원에서 열렸다.

▲옥천언론문화제     ©대자보
아울러 행사에는 전국에서 온 물총 회원들과 김원웅 의원(개혁국민정당), 여인철 지구당 위원장(개혁당 대전 서구을), 정경희 선생(언론인), 최영묵 교수(성공회대), 김동우 전 세종대 교수, 이재국 언론노조 신문특위 위원장을 비록한 언론노조 관계자, 정지환 기자(시민의 신문 취재부장), 임순혜(KNCC 언론위원), 이덕우 변호사(민주노동당 인권위원장), 황철민(한국독립영화협회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옥천은 그동안 조선일보절독운동 등 다양한 활동으로 안티조선의 메카로 알려졌고 전국에서 가장 언론개혁의 물길이 거세게 일고 있는 곳이다. 이날 행사장 입구에는 해병대전우회가 나와 교통통제를 하고 있어 출입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행사장안의 통행로 바닥에 조선일보가 깔려있는 모습에 의아해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문화제 준비위 관계자는 "행사에 필요한 조선일보를 옥천에서 구할 수가 없어서 대전 시내에 가서 사왔다"고 말했다. 

옥천언론문화제조직위원회측은 행사에 앞서 "조선일보 반대운동과 언론개혁운동을 문화와 결합시킴으로써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언론개혁이라는 의제에 대해 시민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보기 위한 것"이라며 취지를 밝혔다.

▲전시회를 보고 있는 아이들     ©대자보
이날 야외공연장 주변과 행사장에는 언론개혁을 염원하는 깃발과 휘호가 내걸려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전국지역신문 총집합전과 안티조선 활동자료 전시회, 동아투위 사진자료전 등 전시회가 열려, 한국언론의 역사와 시련을 함께 보여줬다.

14일 저녁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안치환과 자유' 콘서트에는 가수 안치환과 자전거를 탄 풍경, 씨알소리 등이 출연해 행사 참석자들과 함께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아울러 15일에는 옥천 출신 언론인 고 송건호선생 생가 답사가 있었다. 송 선생은 옥천 출신 언론인으로 1975년 동아일보 편집국장 재직시 150여 명의 기자가 강제 해직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던졌으며 88년에는 한겨레신문을 창간, 사장과 회장으로 있으면서 편집권의 독립과 남북 문제에 대한 냉전적인 보도의 틀을 벗어나게 하는데 이바지했다.

▲옥천언론문화제, 전국중고교생 논술쓰기대회 모습     ©대자보
또 이날 오후 관성회관에서는 전국국어교사모임이 주관하고 인터넷기자협회가 후원, 본지가 협찬하는 전국 중·고교생 논술쓰기대회가 열렸다. 인터넷으로도 참여가 가능했던 이날 논술대회는 수 백 여명의 중·고교생이 참가해 언론의 위상과 올바른 역할에 대한 인식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력과 표현력을 기르는 장이 마련됐다.  

이날 문화제의 주요 행사 중 하나로 정지용 흉상 앞에서 열린 언론개혁 상징물 추진위 발족식에서는 내년까지 1인당 1만원씩 1만명의 성금을 모아 제2회 언론문화제 때 상징물 제막식을 열기로 했다. 실무위원을 맡고 있는 본지 이창은 편집국장은 "언론문화제가 성황을 이루는 것을 보니 상징물 건립이 순탄할 것 같다"면서 "언론개혁을 염원하는 전 국민의 뜻을 모아 1억 원의 성금을 모금, 상징물에 성금자 명단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마의식중인 참석자들     ©대자보
행사는 충북 청원군 문의면의 안중근학교 신성국 신부가 주관한 구마의식으로 끝이 났다. 구마의식에서는 조선일보를 사탄이 좋아하는 일만 해온 마귀라고 규정하고, 마귀로부터 민초들을 보호하기 위한 의식이 열렸다. 신 신부가 "일본천황의 신하를 자청한 죄" 등 조선일보가 저지른 33가지 죄를 선창하면 참석자들이 하늘을 향해 절을 하면서 조선일보의 잘못을 고하는 의식을 가졌다. 구마의식이 끝날 무렵 "조선일보 마귀를 끊어버립니다"라는 외침이 울려퍼졌다.

이밖에도 인터넷언론 기자들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을 위한 '한국인터넷민주언론선언'을 채택했다. 인터넷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 대표 박해전)에 참여하고 있는 30인의 국민기자들은 선언문에서 "제도언론의 수구냉전 논리와 상업주의, 선정주의를 배격하며, 정보 독점을 생존 기반으로 삼고 있는 기성 매체들의 자사아기주의, 조직이기주의 등 구태를 답습하지 않고 인터넷 기자들과 매체들의 폭넓은 연대 협력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정보민주주의를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지용 흉상 앞에서 열린 언론개혁 상징물 추진위 발족식     ©대자보
당초 열리기로 했던 원로 언론인 정경희 선생의 강연이 일정상 취소된 가운데, 정경희 선생은 야외공연장 인근에 준비된 야외음식점에서 많은 참석자들과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언론문화제의 성공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언론개혁이 언론종사자들만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처음으로 열린 언론문화제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중앙 언론사들이 행사에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아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도 있어 보이는 것과 최근 안티조선운동이 다소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었던 점은 이후 언론개혁의 동력을 제공하는데 있어 문화제 행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주목된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이 일부 신문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대 언론 전쟁을 선포한 시점에서 일반 시민들의 순수한 언론개혁 의지가 정부의 강공드라이브와 맞물려 오해를 빚을 소지가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런 점에서 언론개혁 운동을 문화제 형식으로 전환해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시작된 언론문화제가 앞으로 어떤 다양한 활동을 선보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 미디어기자


<옥천에서 만난 사람들>

▲본지 기자와 인터뷰 중인 언론인 정경희 선생     
©대자보
정경희(언론인)

▼ 옥천이 안티조선의 메카인 것을 알고 있었나?
신문에서 봤다. 실제로 한 번 보고 싶어서 왔다.

▼ 옥천에 와보니까 어떤가?
별천지다. 여긴 딴 세상인 것 같다. 한국땅인가 싶다.

▼ 노무현 정부의 언론관을 어떻게 보나?
노무현 대통령은 신문개혁에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여론을 과점지배하는 매체들이 완전히 기득권집단과 야합을 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30년이상 반독재투쟁을 하면서 형성된 카리스마가 있지만 노무현 정부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걱정된다.

▼ 조중동은 노무현 정부가 미숙하고 말만 많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노무현 정부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조중동의 일방적 욕설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것은 노무현 정부가 약체 정부이기 때문이다. 노정부는 언론개혁을 이끌 힘이 없다. 때문에 기자들이 나서야 한다. 언론개혁의 주체는 기자들이 되어야 한다.

▼ 노무현 대통령이 4개신문사를 명예회손으로 고소했는데.
힘이 없는 정부가 엄청난 힘을 가진 4개 신문과 싸우는 것은 비현실적인 선전포고가 아닌가 생각한다. 하나만 골랐어도 힘들텐데…

 

▲본지 기자와 인터뷰 중인 전정표 물총닷컴대표
     ©대자보
전정표(옥천 물총회원, 물총사이트운영)

▼ 물총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역마다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연대체이다.

▼ 최근 안티조선운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요즘은 답보상태에 있다.

▼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정치가 스포츠 같아서 언론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의 개혁을 흡수하고 있다. 사람들이 정치개혁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언론개혁이 매우 중요하다.

▼ 언론개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수구언론들이 내년 총선에 자기들이 살아남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수구언론과 싸우지 않는다면 수구언론은 계속 개혁세력 흡집내기에 열중하고 결국 내년총선에서도 수구세력이 승리하게 된다. 정치개혁도 언론개혁이 될 때만 가능하다.

▼ 옥천에서 안티조선 운동이 활발한 이유는 뭔가?
특별히 옥천이 다른 지역과 다른 것은 없다. 안티조선운동을 하는 우리가 옥천 출신이기 때문에 옥천주민들의 정서를 잘 알고 그 정서에 파고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 이번 문화제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미 말했다시피 안티조선운동이 최근 침체돼 있다. 그래서 다시 언론개혁운동에 불을 지피고자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조명순(옥천주민.40)     ©대자보
조명순(옥천주민.40)
▼ 어떻게 언론문화제에 오게 됐나?
언론문화제인 것은 몰랐다. 딸이 안치환 콘서트라고 해서 안치환씨 보러 왔다.

▼ 조선일보는 보나?
예전에는 봤는데 지금은 안본다.

▼ 조선일보를 끊은 이유는?
전에는 몰랐는데 요즘 조선일보가 너무 심하다.

▼ 옥천이 안티조선운동의 메카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
몰랐다.

▼ 조선일보가 자전거를 주면서 보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나?
   그래도 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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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8/16 [15:5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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