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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품에 안긴 한국노총, 그 속사정을 보니...
[분석과 진단] 공공노련의 이명박 지지는 ‘철밥통 수호’에 불과할 뿐
 
홍헌호   기사입력  2007/12/16 [11:51]
2007년 들어 진보진영 내부에서 유난히도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 중 정치인들의 마음 고생이 가장 심하겠지요.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마음 고생이  심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들이 바로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들입니다.
 
한국 노총은 장기간 어용노총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고 최근에야 진정으로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거듭나려 애쓰고 있던 중이었지요 그런데 소속 조합원 투표를 통해 가장 반노동자적 태도를 유지해 온 정당의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을 했으니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으로서 그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 고생이 오죽했겠습니까.
 
그렇다면 왜 저런 투표 결과가 나온 것일까. 호기심 많은 제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국노총의 조직현황에 대한 최근 자료를 들여다 보기로 했습니다. 2006년 노동부에서 나온 ‘전국노동조합 조직현황’이라는 자료를 보니 한국노총에 소속된 단체로서 3만명 이상의 조합원을 가진 단체는 ▲금속노련(11만 8573명), ▲택시노련(8만 7144명), ▲금융노련(8만 4303명), ▲화학노련(7만 9703명), ▲연합노련(5만 8963명), ▲공공노련(4만 7379명)으로 6개 단체더군요.
 
이 중에서 저의 관심을 끄는 조직은 ‘공공노련’입니다. 공공노련에는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수자원공사, ▲농협중앙회 등 61개 공기업 노조가 망라되어 있습니다.
 
최근 들어 공공노련과 기획예산처 간에 사이가 매우 좋지 못했죠. 기획예산처가 OECD 공기업 개혁 권고안을 기초로 공기업개혁에 들어가면서 양측이 여러 가지로 충돌한 경우가 많았죠. 이런 정황이 공공노련과 한국노총이 가장 노동자 계급의 이념과 거리가 먼 후보 중 한 명을 정책연대 대상으로 선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지난 봄에 공기업 개혁방안 자료를 정리하면서 공공노련에 전화를 해서 공공노련이 구상하는 공기업 개혁방안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공공노련은 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이므로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국민들에 대한 홍보형 자료라도 좋으니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공공노련은 그런 자료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한국노총이 10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이에 한국노총을 향한 노동계의 따가운 비난의 시선이 거듭 높아지고 있다     ©한국노총
 
공공노련이 이런 식이라면 결코 서민의 편이 될 수 없습니다. 투명하고 떳떳하지 못하면 결코 단순한 이익집단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제가 공공노련에 다시 묻고 싶습니다. 공공노련이 생각하는 공기업 개혁의 방향과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입니까.
 
제가 일하는 연구소에서는 공기업 개혁방안으로 공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다음과 같은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기업 개혁방안이 1968년 이후 유럽의 대학개혁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1968년 무렵 유럽의 대학생들은 대학의 대중화에 발맞추어 정부가 대학에 대한 국가재정지원을 대폭 확대하되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대학에 대한 국가의 감독을 최소화하고 자치를 폭넓게 보장하라고 요구합니다.
 
이 이율배반적인 요구에 대하여 유럽 각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이들은 대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되 대학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사회적 명망이 있으면서도 전문적 능력을 지닌 공익형 이사(개방형 이사)의 대학행정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기업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 동안 공기업 성장에 국민들의 혈세가 엄청나게 투입되었으므로 공기업에 국가가 추가로 재정지원할 필요는 적다고 봅니다. 대신 공기업들이 임직원들의 고액연봉을 챙겨주는 기관들이 아니라 국민의 공공이익에 봉사하는 공익 기관들로 다시 태어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개혁을 구체적으로 내실있게 추진하기 위하여 공기업 지배구조를 독일식의 이원적 지배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독일식 이원적 지배구조란 이사회와 별도로 감사회를 두는 방식인데 감사회는 공공기관 관리위원회처럼 구성되고 운영됩니다.
예를 들면 정부대표 1인, 노조대표 1인, 이해당사자 대표 2인, 공익형 대표 2인 등 5~10명으로 감사회를 구성하고 이들로 하여금 이사를 임면하고 사업을 평가하게 하며 중요 의사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게 합니다. 단, 이 때 감사는 이사를 겸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독일식으로 공기업을 개혁하려 하면 감사회는 이사를 선임하고 해임하며 이사회 업무를 평가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되므로 이들에게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이들의 전문성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독일에서처럼 감사의 전문성을 보좌해 줄 전문위원회를 별도로 둘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대형 공기업은 부설 연구소들을 두고 있으므로 이를 전문위원회로 전환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공기업 임직원 눈치나 살피는 연구소가 진정으로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연구소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독일식 시스템에 대해 수구 기득권세력들은 조직 확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공격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조직확대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입니다. 독일처럼 감사회는 비상근으로 하며 감사회를 보좌하는 전문위원회는 부설연구소로 하여금 담당하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면 중소형 공기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 이들은 그 수가 너무 많아 국회나 시민단체들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문제가 많습니다. 차후에는 이들을 최대한 통폐합하고 불가피하게 통폐합이 어려운 부문에 대해서는 분야별로 카테고리화하여 감시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을 카테고리별로 유형화하여 통합 감사회를 두고 통합감사회로 하여금 중소 공기업 각각의 이사를 임면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전문위원회도 카테고리별로 두어  예산낭비를 줄이고 효율적인 감시와 통제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개혁방안은 기획예산처 공기업 개혁방안보다 훨씬 더 진보적인 것입니다. 이런 개혁방안에 대하여 공공노련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과연 국민과 서민의 벗에 걸맞는 태도를 보일까.아니면 세간의 신랄한 비난에 걸맞게 여전히 “철밥통을 지키는 공기업 노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일까. 자못 궁금해집니다.
 
저는 분명히 말합니다만 모든 노조를 서민의 벗이자 국민의 벗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중 일부는 단순히 사익을 추구하는 이익집단에 불과할 뿐입니다. 공공노련이 앞으로 어떤 입장과 태도를 보일지는 더 두고 보겠습니다.
 
더불어 한국노총에 권고합니다. 한국노총이 내부적으로 공공노련같은 조직에 과도하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정책연대 대상을 결선투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현대 민주주의의 최대의 약점 중 하나가 ‘소수에 의한 과잉대표성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공공선택론을 주창한 학자들이 잘 정리해 놓은 것이지만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 공익 추구 활동은 그 이익이 매우 광범하고 큼에도 불구하고 활동가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개인적인 이익이 작기 때문에 활동량이 작은 반면, 상대적으로 소수 기득권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활동은 그 활동이 공익에 크게 위배됨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이익에 관련되는 정도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이익집단의 활동량을 크게 증폭시켜 결과적으로 일부 집단의 소소한 사익을 위해  큰 규모의 공익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는 것이지요.
 
이런 ‘과잉대표성 문제’는 현대민주주의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숙제인데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1800만 세대의 상위 2.2%를 점유하고 있는 종부세 대상자, 40만 세대 정도가 서민행세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진짜 서민’들을 기만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입니다.
 
한국노총도 이런 ‘일부 소수 이익집단의 과잉대표성 문제가 야기하는 치명적인 함정’에 빠져 조직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분야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여 조합원 의사표시의 왜곡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결선투표제 도입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이며 조직이 불필요한 내부혼란에 빠지지 않는 길입니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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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2/16 [11:5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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