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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과 현자는 왜 선거철에만 나타나는가?
[시민논단] 어느 후보가 도둑괭이인지 진솔한 위정자인지 밝혀야 한다
 
김소봉   기사입력  2007/12/10 [08:49]
남사고(南師古, 1509년 - 1571년)선생은 조선 중기의 학자로 본관은 영양, 호는 격암(格庵)이다. 도선국사 이래 최고의 예언자이자 양명학자이며 관상학으로도 조선조 세조 때의 장님 점술가인 ‘홍계관’을 능가했다고 한다. 명종 말기에 이미 1575년(선조 8년)의 동서분당(東西分黨)과 1592년의 임진왜란을 예언하는 등 많은 비록의 저서와 일화를 남겼다.
 
남사고 선생이 만년에 향리에 은거할 때 그 고을에 지천명이 다 되어 늦둥이를 본 농민이 있었다. 나이 오십이 다 되어 아들을 봤으니 그 부부의 기쁨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루는  아이를 젖 먹여 아랫목에 재워놓고 내외가 새벽 들일을 나갔다오니 이 무슨 청천벽력인가? 금쪽같은 아들이 죽어 있었던 것이다. 자식을 졸지에 잃은 내외의 통곡소리는 단장의 메아리처럼 온 고을을 들썩이게 했지만 인명은 재천이니 운다고 죽은 목숨이 살아 돌아오랴.
 
이왕 죽은 자식이지만 급사한 이유라도 알고 싶어 남편이 당대의 학자라는 남사고 선생 댁을 찾았다. 마침 선생은 출타 중이라 대신 따님이 양민의 딱한 처지를 불쌍히 여겨 죽은 아이의 사주를 풀어보니 흑천장곡(黑天長谷)에 자장필사(子將必死)라는 괘가 나왔다. 오늘 아들이 죽어 어두운 구덩이 속에 묻힐 사주팔자라며 위로하는 말을 뒤로 한 채 울면서 집을 나오다가 귀가중인 선생과 대문 앞에서 마주쳤다.
 
“그대는 식전부터 왜 내 집에서 울고 나오는고. 우리 집 종복에게 해코지라도 당했느냐?”고 묻자 농부는 자초지종을 얘기하며 눈물을 쏟았다. 사연을 다 듣고 난 선생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내가 그대 아들을 살려줄 테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겠느냐?”고 말하자 “머리를 뽑아 짚신을 삼아드리고 평생을 종노릇이라도 할 터이니 부디 제 아들만 살려 주십시오!”라고 애원했다.
 
선생은 사랑채로 들어가 좌정하자 “뒤편 헛간에 가면 큼직한 작대기들이 있을 터 내 딸 방으로 가 점괘가 틀렸으니 물어내라고 해라. 만일 억지를 부리거든 몽둥이로 안 죽을 만큼 때려서라도 점괘를 꼭 물어 와야 네 아들을 살릴 수 있다.”라는 말에 몽둥이를 찾아들고 따님 방으로 쳐들어가 불문곡직 점괘가 엉터리니 물어내라고 다그쳤다. 대학자인 부친 밑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실력으로는 분명 그 괘가 맞지만 양민의 살기등등한 표정에 질려 “그래, 내 점괘가 틀렸으니 물어줌세.”라고 내뱉고 말았다.
 
점괘를 물어오자 선생은 “지금 빨리 집으로가 아들이 죽어 누어있는 자리를 곡괭이로 세 번 깊이 찍게나.”라고 재촉했다. 단걸음에 집으로 달려 온 남편이 죽은 아들을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 아내를 비키라고 한 다음 아이가 누어있던 아랫목을 곡괭이로 힘껏 찍자 구들장 밑에서 야옹! 하는 고양이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그 순간? 죽어 있던 아들이 푸우~ 숨을 내쉬며 다시 살아나는 기적이 벌어졌다. 이상하다싶어 구들장 밑을 파보니 큰 고양이가 한 마리가 곡괭이 날에 머리를 찍혀 널브러져 있는 게 아닌가?
 
이튿날 농부내외가 은혜를 갚기 위해 씨암탉 한 마리를 챙겨 선생 댁을 찾자 “내 딸이 푼 괘는 글자로는 맞다. 그러나 아들 자(子)를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에서는 쥐(子)로 풀지 않느냐. 어제는 네 아들이 고양이의 저주를 받았으나 쥐의 대장인 고양이가 죽을 날이지(子將必死) 네 아들이 죽을 날이 아니었다. 검은 하늘 긴 굴(黑天長谷)이란 무덤 속뿐이 아니라 방구들 밑도 검은 하늘이 아닌가. 반풍수 문중 망치고 선무당 사람 잡는 것처럼 격물치지(格物致知)에 통달하지 못한 설익은 지혜와 학문이 사람을 죽이고 세상도 망치느니라. 경망한 딸년을 둔 부모로서 내가 대신 사과하겠네.” 하고는 오히려 노복을 시켜 쌀가마를 농부의 집으로 보냈다. 이렇듯 설익은 사람은 사물의 겉을 보고 현자는 사물의 안까지 꿰뚫어본다.
 
영웅과 현자는 난세에 태어난다는데 우리나라에선 왜 선거철이나 재벌들 구속되기 직전에만 출현할까. 이번 대선에도 평생 안 먹고 안 쓰고(?) 어렵사리 긁어모은 구렁이 알 같은 그 아까운 재산 국민들을 위해 탈탈 털어 바치겠다는 자선가도 나오셨고, 모든 주자들이 재래시장과 농어촌, 심지어 달동네나 지하철역 노숙자들한테도 고개 숙이며 읍소하는 예절바른 모습들을 보니 이 나라의 미래에 싹수가 보이는 것 같은데 속은 왜 이렇게 소태 씹은 것처럼 뒤틀리나.
 
일단은 그 중에 누가 대통령 병에 걸린 중증 쥐새끼고, 국민을 기만하는 영악한 도둑고양이며, 통치자로서의 능력과 소양을 갖춘 위정자인지를 남사고 선생 같은 분이 있다면 찾아가 한번 여쭤 봤으면 좋겠는데...  강제구인이라도 해 선생을 모실 수 있다면 시원한 해답을 듣고 싶다. 거기 누구 없소? 선생 같은 분 아는 사람 혹 없소!
칼럼니스트 /경남연합일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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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2/10 [08: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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