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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로스쿨, 기득권 세습화 도구될라
[김영호 칼럼] 값비싼 학비 저소득층 꿈못꿔, 개천에서 용날 일 없어진다
 
김영호   기사입력  2007/11/08 [18:04]

영화 대부에서 마피아 두목 비토 꼴레오네(말론 브랜드 분)는 법대에 다니는 막내아들 마이클(알 파치노 분)을 아주 자랑스러워한다. 장차 아들이 변호사가 되고 나아가 정계에도 진출할 수 있다는 꿈을 키우는 기쁨을 간직한 것이다. 어려서 이태리 시실리 섬에서 미국으로 이민가서 지하세계를 주름잡는 그지만 주류사회에서 소외된 한낱 폭력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동부지방이 지배하고 그 동부는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가 군림한다. 백인이더라도 앵글로색슨계 신교도가 지배하는 사회인 것이다. 법조계도 와스프가 지배한다. 의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다. 한국과 달리 주로 변호사들이 진출한다. 정치를 하려면 법대에 가서 변호사가 되는 것이 정도처럼 되어 있다.
 
1960년대 민권운동이 일어나 그들이 말하는 이른바 유색인종의 지위가 크게 향상됐다. 유색인종의 이민이 늘어나면서 정치적 발언권-영향력도 크게 높아졌다. 그들의 법조계-정계 진출이 괄목하게 늘어났지만 아직도 변호사 되기란 쉽지 않다. 소득수준이 낮은 그들로서는 학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사립대 로스쿨 학비는 연간 3만 달러쯤 된다. 학문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대학원과 달리 전문직 양성을 목적으로 하니 장학금 혜택이 거의 없다. 부자가 아니면 엄두를 못 낸다. 그래서 변호사 아버지 변호사이고 변호사 아들 변호사라는 말이 있다. 변호사가 세습화되고 있는 것이다.
 
김영삼 정권 시절 사법개혁의 대안으로 로스쿨이 제시됐다. 우리말을 버리고 영어로 로스쿨이란 말을 쓰더니 이제는 아예 굳어버렸다. 학문연구보다는 실무적인 직업교육 중심이니 법무란 표현이 옳다. 대학원 과정이라 이미 전문적인데 구태여 전문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도 모르겠다. 법무대학원이란 표현이 적확하다.
 
노무현 정권이 입학정원을 1,500명으로 고집하더니 2,000명으로 물러설 모양이다. 해마다 사법시험 합격자를 1,000명씩 뽑는데 더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2,000명이라고 하더라도 자격시험을 치르면 상당수가 탈락할 테니 별 차이가 없다. 이렇게 정원을 제한하려면 무엇 때문에 법무대학원을 도입했는지 묻고 싶다.
 
법무대학원을 도입한 취지는 다양한 법무수요를 충족하는 일이다. 날로 복잡화-다기화하는 사회변화에 맞춰 전문적인 법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또 공급부족으로 인한 과다한 수임료를 적정선으로 낮추기 위해서이다. 경쟁만이 가격인하와 품질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 공급확대가 자질저하를 가져온다는 핑계는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논리에 불과하다.
 
미국식을 흉내내더니 학비도 따라가는 모양이다. 거론되는 연간 1,000만∼2,000만원은 너무 비싸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3년을 더 다녀야 하니 봉급쟁이 학부모라면 부담하기 어렵다. 책값도 만만찮은데 학원에도 다녀야 한다. 벌써 서울 강남지역에는 직장인을 상대로 하는 법무대학원 입학을 위한 학원들이 성업중이다. 16회 수강 2개월 종합반 수강료가 140만원이다. 연간 840만원이 든다는 이야기다.
 
졸업해서 자격시험을 치려면 또 학원에 다녀야 한다. 수강료도 입학학원에 못지않게 비쌀 것 같다. 변호사가 되려면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난다는 이야기다. 사법시험이 많은 문제를 지녔더라도 대학재학중에도 문이 열리고 선발과정이 투명하다. 새로운 제도에는 그런 문이 닫혔고 전공이 다르니 입학생 선발을 둘러싸고 적지않은 정실과 잡음이 따를 것 같다.
 
법무대학원의 돈이란 높은 진입장벽이 저소득층의 계층이동성을 떨어드린다. 기득권층의 세습화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제 속말로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은 없어진다는 소리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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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1/08 [18:0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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