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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과 문국현, 단일화와 연정 외 대안없다
[대선진단] 문국현의 무차별적인 감세론, 정동영의 감성적인 구호 버려야
 
홍헌호   기사입력  2007/11/01 [11:11]
최근 정동영, 문국현 두 분이 자주 하는 말을 들어보니 정동영 후보는 “가족행복”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문국현 후보는 “가치관이 달라서 단일화를 할 수 없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나는 왜 이 분들이 이 말을 자주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상황적 맥락을 소거하고 들어보면 둘 다 맞는 말 같은데 상황적 맥락을 집어 넣으면 두 말은 적절치 않다 이 말입니다.
 
국민들은 두 분이 가려운 데를 후련하게 긁어 주기를 바라는데, 다시 말해 국민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덜어 줄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들을 원하는데 두 분 말씀 다 지나치게 공허하단 말이지요.   
 
우선 문국현 후보의 발언, “가치관이 달라서 단일화를 할 수 없다”라는 말부터 검토해 보겠습니다.
 
가치관이 다르다? 두 분의 어떤 가치관이 그렇게도 다르단 이야기일까요? 두 분의 이념적 스펙트럼 상의 위치를 따져보면 가치관은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문국현 후보는 최근 “유류세를 30%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셨다가 철회하셨고 그 이후에는 “7조~8조의 소득세를 인하”하고 “법인세율도 현행 25%에서 싱가포르 수준인 20% 수준으로 내리겠다”라고 공약하셨습니다.(인터넷 조세일보 10월 29일자)
 
문후보가 과감한 감세 공약을 내 놓으셨는데 이런 감세공약이 우리나라 재정 세입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해 보겠습니다.   
 
재경부가 이번 국감에서 모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06년 유류세 징수 총액은 23조 5000억원입니다(mbn 10월 16일자).2007년 유류세 징수총액이 25조라 가정하면 유류세 30%인하로 나타나는 감세효과는 7조 5000억원에 이릅니다.
 
법인세율도 현행 25%에서 20%로 내리신다고 했는데 그 감세효과도 매우 큽니다. 재경부가 이번 국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07년 법인세 예상 징수총액은 33조 9042억원입니다.문후보 공약대로 법인세율을 내리면 2007년 세수감소 효과는 6조 8000억원에 달합니다.
 
유류세 인하는 철회하셨다니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 공약이 가져오는 세수 축소 효과만 따져보아도 14조 3000억원의 감세를 주장하신 셈입니다. 이 정도 감세 주장은 이명박 후보의 감세 주장과 아주 유사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사실 좌파와 우파를 나누는 주요 기준은 “세금부분”입니다. 세금이 없으면 복지정책을 펼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과연 문국현 후보가 정동영 후보보다 이념적 스펙트럼 상의 위치가 더 왼쪽인지 제3자가 판단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물론 문후보께서는 이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고 계실 것입니다.“건설비리 척결로 70조를 국민들에게 안겨 드리고 25조의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대통령 후보도 자신들의 경제정책을 도와주는 참모들이 착각하거나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문국현 후보 경제참모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바로 잡아 드리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윤종훈 회계사도 '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 27'을 제시하며 저와 비슷하게 언급하는 것 같던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프레시안 10월 31일자 참조)  
 
한국은행 국민계정 자료에 의하면 2005년 건설업 총산출액은 155.5조인데 이들은 이를 산출하기 위해서 다른 산업으로부터 88.5조의 중간재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고 66.4조의 부가가치를 남깁니다.
 
그리고 이들은 66.4조의 부가가치 총액 중에서 0.7조는 생산세로 납부하고 4.9조는 감가상각비 등으로 비축하며 44.8조는 181.4만명에게 1인당 평균 2470만원씩 피용자보수로 지불하고 16.0조는 기업영업잉여로 가져갑니다.
 
따라서 개혁진영이 건설비리 척결로 건설사 관련 폭리를 제거할 수 있는 부분은 88.5조의 중간재 구입비용 부분과 16.0조의 기업 영업 잉여 부분 뿐입니다.
 
이 둘을 합친 104.5조 중에서 30%를 절감하면 건설사에 중간재를 대는 기업들과 건설사들로부터 일반 국민들과 정부에게 31조 정도의 이익이 이전될 것입니다.
 
아울러 공공부문 발주액은 총기성액 155조 중에서 53조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31조 이익 중 34%인 10.5조 정도를 절감하게 되겠지요. 그러나 공공부문이라는 것은 중앙정부,지방정부,토공,주공,도공,수공 등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입니다. 그 중 중앙정부 예산절감액이 어느 정도일지는 캠프에서 알아서 계산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문국현 후보는 도저히 10조 이상의 중앙정부 예산 절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14.3조의 감세론을 펴면서 거액의 교육예산 증액을 장담하고 있습니다. 문국현 후보 캠프가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은 정동영 후보의 “가족행복”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대하여 코멘트를 하겠습니다.
 
지금 대중들은 “가족행복”같은 이런 감성적인 구호보다는 “당장의 소득과 일자리”를 원합니다. 정동영 후보가 문국현 후보의 “사람중심경제론”을 대폭 수용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를  보다 더 설득력 있고 구체화된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단 말이지요.
 
정태인 교수가 잘 지적했다시피 4조 2교대제의 적용 범위는 기대보다 좁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를 보다 더 광범하게 적용할 수 있는 “사람중심, 학습중심 경제”의 구체적인 상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실사구시형 대학개혁”입니다. 그리고 그 벤치마킹 대상은 핀란드, 싱가포르 등이 될 것입니다.
 

대학이 바로 21세기 지식경제, 21세기 사람중심경제, 21세기 학습중심경제의 핵심이라 이거지요.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두 분의 교육정책 공약에는 대학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습니다. 두 분 다 지방대학을 육성한다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지방대학을 육성한다는 것인지 그 내용이 없단 말이지요.
 
핀란드를 보면 지방대학은 지방 클러스터의 핵심입니다. 근로자들의 재교육의 산실이구요.우리나라 정부도 초중고 교육예산 증액은 자제하고 대학 교육예산 증액에 박차를 가하되, 정부가 교육예산배분권을 활용하여 지방대학 중심으로 재정 지원하고 대신 폴리테크닉형 대학개혁에 부응하지 못하는 대학들은 과감히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문대 전체 재학생 1년 등록금 총액이 3조 내외이므로 정부는 1~2조의 교육재정을 지원하여 이들을 폴리테크닉형 대학으로 전환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 중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대학에는 재정을 추가 지원해 주고 대신 외국 대학 평가단의 평가를 통해 개혁에 저항하는 대학은 지원에서 철저히 배제하여 대학 구조조정과 대학의 질 개선과 고급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이루어내야 합니다.
 
더불어 1~2조의 교육재정을 폴리테크닉에 추가로 투입하여 현장의 근로자들이 고급기술을 교육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이 때 어느 정도 선에서 기업과 근로자와 대학에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는 추가로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 두 가지 교육개혁에 2~4조원을 투입하여 폴리테크닉에서 큰 성과가 나타나면 이를 4년제 대학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4년제 대학도 폴리테크닉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대학에는 추가로 지원해 주고 유니버시티로 남고자 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지원은 하되 그 지원 기준은 핀란드 등의 사례를 참고하면 될 것입니다.    
 
핀란드 폴리테크닉은 교수 채용과 교수양성과정에서부터 그 특징이 드러납니다. 초기에 폴리테크닉 교수들은 대부분 다년간의 기업현장경험을 가진 전문가들로 채용되었는데 석박사 학위는 채용과정에서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정부는 학위는 없지만 현장실무능력이 뛰어난 베테랑들을 우선 채용하고 채용 후에 그들에게 체계적인 교수법과 석박사 학위과정을 교육시키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이러한 폴리테크닉의 실무중심형 교수채용과 실무중심형 교육내용이 기업의 산업 수요에 즉각적으로 부응하고 기업과 학생들 모두에게 좋은 호응을 얻어 졸업자들의 취업률을 급증시키자 나중에는 오히려 유니버시티 공과대학까지 폴리테크닉의 장점을 원용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핀란드에서 유니버시티 공과대학 교수가 되려면 3년 이상의 기업체 근무경력을 필요로 하는데 10년 이상 경력자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요약하며 글을 맺겠습니다. 공허한 구호성 공약은 국민들을 감동시키지 못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은 감성적인 구호에 감동할 만큼 그렇게 한가하지 않습니다.
 
문국현 후보는 상당한 액수의 감세론의 근거가 되고 있는 건설비리 척결 효과에 대해 엄정하게 재검토를 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동영 후보는 감성적인 구호보다는 구체적으로 내용이 충실한 대학개혁 방안에 대한 공약을 추가로 내 놓으시기 바랍니다.
 
문국현 후보의 무차별적인 감세론과 정동영 후보의 감성적인 구호는 진보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에게 상당한 실망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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