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헌호의 시민경제 찾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여전히 진부한 권영길의 '무상의료 무상교육'
[대선정책 분석] 예산 확보안되면 공염불, 대학평준화 세심하게 접근해야
 
홍헌호   기사입력  2007/10/31 [10:46]
정태인의 글을 읽고 권영길을 도마에 올리다

진보진영의 글쟁이에게 2007년은 아주 곤혹스러운 해이다. 족히 30~40조의 자원을 낭비하리라 예상되는 경부운하건설 사업을 14조로 해치우겠다는 후보, 매년 3조씩 경부운하에 투자해서 3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황당한 후보. 진보진영의 글쟁이들은 이런 황당한 후보를 속속들이 검증하고 비판해야 하는데 진보진영에 등 돌린 국민들은 도무지 이런 비판들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참고로 이명박식 계산법에 따르면 3조를 모내기 지원에 투자하면 176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황당한 결론에 도달한다, 왜냐하면 작물농업 취업계수가 토목건설업 취업계수보다 6.9배나 크기 때문이다, 이명박식 계산법에 생산유발계수 차이 고려하면 저런 결론에 도달한다)
 
진보진영이 이런 곤혹스런 사태를 깨고 나가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설득력 있는 대안들을 내놓아야 하는데 현재의 진보진영 후보들이 이런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대안들을 내 놓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17대 대선에서 신선한 바람이라고는 문국현 후보 진영 정도인데 유감스럽게도 이 분들이 좋은 문제의식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비리 척결의 효과에 대한 기대를 너무  크게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문후보 진영이 좀더 재검토를 하기를 바라고 본론으로 들어 가기로 한다.
 
문국현 후보에 대한 정태인 교수 비판에 대한 반론도 그 쪽 캠프에 미루기로 한다. 그것은 캠프 당사자들이 대답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태인 교수가 권영길 후보에 대한 검증도 받겠다고 하니까 제3자 입장에서 민주노동당과 권영길후보의 공약에 대한 평소 의견을 제출해 보고자 한다. 곤혹스러운 상태에서 멍석이 깔렸으니 의견을 내겠다는 것이지 권후보를  신랄하게 비판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하면 떠오르는 공약은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다. 그리고 10월 26일에 권영길 후보가 발표한 '교육공약'은 과거보다 더 진일보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권후보가 국민들을 설득하려면 그 정도로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우선 먼저 민주노동당의 '무상의료 공약'부터 보기로 하자. 이 공약이 국민들의 호응을 얻으려면 OECD 30개국의 수준과 비교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2005년 나온 OECD보고서에 의하면 2003년 우리나라 GDP 대비 의료비 총액 비율은 5.6%수준이다. 이 수준은 OECD 30개국 평균 8.7%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인데 우리나라 GDP 대비 의료비 총액 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국민들이 충분한 의료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이 자료가 바로 우리나라 의료인들에 대한 보수가 낮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현상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작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역시 위의 OECD 보고서에 의하면 인구 1000명당 OECD 평균 의사 수는 2.56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1.49명에 그치고 있다. 즉 우리나라 국민들은 적은 의료비를 내는 대신 충분한 시간의 진료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충분한 시간 동안 진료를 받으려면 의사 수를 늘리고 대신 의료비를 더 부담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우선적으로 의사들 자신들이 의사 수 증가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짧은 진료 시간,낮은 의료비,적은 의사 수]라는 현실은 쉽게 바뀌기 어려울 것 같다.국민들은 의료비 증가를 원하지 않고 의사들은 의사 수 증가를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GDP 대비 5.6%를 차지하는 의료비 중 공공부담과 민간부담 비중이 어느 정도이냐 하는 것인데 OECD평균수준은 6.2%p 대 2.5%p 즉 71:29인 반면, 우리나라 수준은 2.8%p 대 2.8%p 즉 50:50의 분담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공공부담비율을 71%로 올려야 하지 않을까.그러나 그렇게 단순비교하여 주장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국민부담율(조세부담율+4대보험료 등등) 수준이 OECD평균인 36.3%에 크게 못 미치는 24.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2002년 기준)
 
결국 우리나라 국민부담율은 OECD평균의 67% 수준이므로 의료비 공공부담율 적정선도 OECD 의료비 공공부담율 평균 71%x국민부담율 격차67%=48%가 되는 것이다.
 
요컨대  OECD 회원국 의료비 공공부담율 평균과 우리나라 국민부담율 차이를 고려할 때 현재 우리나라 의료비 공공부담율 50%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대신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국민부담율을 현재의 25.3% 수준에서 36.3%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할 것이다.
 
오히려 더 중요한 문제는 50%의 의료비 공공부담율 속에서 저소득층 서민들이 어느 정도 혜택을 얻고 있느냐를 따져 보는 것일 터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보건의료분야 시민단체에서 아주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므로 내가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부실투성이 대학에도 100% 재정지원하여 평준화만 달성하면 끝?
 
다음으로는 권영길 후보의 '무상교육 공약'에 대해서 살펴보자. 역시 중요한 것은 '국민부담율'이다. 예산이 확보 안 되면 어떤 공약이든 공염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6년에 나온 OECD보고서에 의하면 2003년 우리나라 공교육비는 GDP의 7.5%수준이다.이 수치는 OECD평균인 5.9%보다 훨씬 높은데 그 이유는 우리나라 대학생 수가 유난히 많기도 하고 또 대학경영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공공부담 비중'인데 위의 보고서에 의하면 OECD의 공교육비 공공부담 비중은 평균 88%수준인 반면 우리나라의 공교육비 공공부담 비중은 61%수준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공교육비 공공부담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인가. 그것을 산출하는 공식도 의료비 적정 공공부담 비중 산출공식과 같다.
  
이 공식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부담율은 OECD평균의 67% 수준이므로 공교육비 공공부담율 적정선도 OECD 공교육비 공공부담율 평균 88%x국민부담율 격차67%=59%가 될 것이다. 이 산출식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 전체 공교육비 공공부담 비중은 OECD와 유사하다 할 수 있다.국민부담율이 전혀 다른 상태에서 단순비교를 하여 의료비, 공교육비 공공부담율을 OECD수준과 동일하게 해 달라는 것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공교육비 재원 분석에서 또 다른 아주 중요한 문제가 초중고와 대학에 어느 정도 재원을 배분할 것이냐인데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역시 위의 보고서에 의하면 OECD의 초중고 공교육비 공공부담 비중은 평균 92%수준인 반면 우리나라의 초중고 공교육비 공공부담 비중은 80%수준이다.
 
조세부담율 1.49배 차이를 고려할 때 80%라는 수치는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물론 초중고 무상교육이 전세계적인 추세이므로 이 수치가 지나치게 높다고 볼 수는 없으나 국민부담율을 고려할 때 이 수치를 대폭 높이기는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나의 주요 관심사는 대학의 공교육비 공공부담 비중인데 위의 보고서에 의하면 OECD 대학 공교육비 공공부담 비중 평균은 79%인데 우리나라는 23%에 그치고 있다.
 
요컨대 현재 우리나라 국민부담율을 고려할 때 전체 공교육비에 대한 공공부담 비중은 결코 낮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대학 공교육비에 대한 공공부담 비중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형식논리에 따른다면 초중고 공교육비 재원을 대학으로 돌려야 타당하지만 초중고는 모두가 다 무상 의무교육으로 가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이므로 그 수치를 낮추기도 어렵다.
 
잠정적으로 내가 내린 결론은 21세기 지식경제 중심의 경제성장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국민부담율과 공교육비를 앞으로도 충분히 확충해 나가되  당분간 초중고 공교육비 증액은 자제할 필요가 있고 매우 열악한 대학 공교육비 재정 확충에 보다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향후 GDP의 1.5%수준인 13조 이상을 대학에 추가 투입하여 대학무상교육과 대학평준화를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그의 공약대로 GDP의 1.5%를 대학에 추가 투입하면 대학 공교육비 중 공공부담 비중은 81%가 되므로 OECD평균수준과 같게 된다.
 
그러나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재원이다. 조세부담율 격차 1.49배를 고려할 때 이 목표는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조세부담율을 현재의 25.3%(2005)수준에서 13조를 더 거두어 조세부담율 26.8%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증세분 전체를 대학교육에만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대학 공교육비 공공부담 비중 적정선은 OECD평균 대학 공교육비 공공부담율 79%x 조세부담율 격차 67%=53%수준일 것이다.
 
그리고 대학 공교육비 공공부담율을 현재의 23%에서 53%로 30%p 올리기 위해서는 GDP 의 0.78%인 6~7조가 우선적으로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권후보 공약검증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남는 문제는 [대학 무상교육+대학평준화]를 지향하는 것은 좋으나 부패투성이 대학에 아무 조건 없이 100% 재정지원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것이다.
 
대학개혁의 성공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핀란드의 폴리테크닉과 대학은 아니지만 역시 성공적인 싱가포르 폴리테크닉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대학과 교수들에 대한 평가이다. 싱가포르는 권위있는 해외교수들이 들어와서 폴리테크닉과 교수들을 평가한다. 핀란드도 대학교수에 대한 평가만큼은 철저하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대학재정의 100%에 가까운 재원을 국가가 지원한다면 대학을 보다더 전문적으로 감독하고 평가할 기관이 필수적으로 따라 붙어야 한다. 물론 그 기관은 교육부가 아니라 제3의 민관합동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하게 남는 문제는 대학 공교육비 중 공공부담 비율을 현재의 23%에서 50~80%로 근접시킬때 어떻게 대학들을 선별 지원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집권 첫 해부터 13조~20조를 투입하여 대학재정의 80~100%를 국고로 지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선별 차등 지원은 필요불가결한 문제인데 여기에 대학과 교수들에 대한 평가가 빠질 수 없다.
 
물론 이 때 대학평가는 성적 서열화평가가 아니라 어느 정도 21세기형 대학으로 스스로 구조조정을 했느냐가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대학평준화 목표에 열중하고, 교원평가에 부정적이다 보니 대학교육공약에 구체적인 소프트웨어를 채우지 못했는데 민주노동당과 권후보는 대학 공교육비 13조~20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지 그리고 매년 이에 근접하도록 예산을 확보해 갈 때 대학을 어떻게 선별, 차등 지원할 것인지, 전국의 대학을 무작정 같은 비율로 예산지원하고 대학과 교수에 대한 평가는 포기하는 것인지, 그렇게 될 경우 대학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는 어떻게 막을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상당 수 부실한 대학들을 구조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혈세로 지원해서 안고 가자는 것인지 보다더 구체적인 해명과 대안들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민주노동당의 교육공약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결과적으로 등돌린 국민들을 설득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10/31 [10:46]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