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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힘 합쳐 평화의 새 역사 정착시키자”
[2007남북정상회담] 김정일 국방위원장 파격 영접, 양 정상 환한 미소
 
이준희   기사입력  2007/10/02 [16:32]
분단 62년만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평양으로 갔다. 2일 오전 청와대에서 2007 남북정상회담 출발 성명을 발표한 뒤 방북길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은 오전 9시 6분 파주-개성지구 사이의 군사분계선 30미터 지점을 앞두고 전용차에서 내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 표시선을 왼발로 디딘 다음 오른발로 넘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 대통령은 노란 선으로 표시된 군사분계선을 넘기 앞서 대국민 메시지를 밝표했다.  노 대통령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여기 이 선이 지난 반세기동안 민족을 갈라놓고 있는 장벽이다"며 "이 장벽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민족들은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고 술회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 저는 대통령으로서 금단의 선을 넘어간다"며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이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이다. 장벽은 무너질 것이다"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저의 이번 걸음이 금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고 그동안 당해온 그 많은 고통을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국민 여러분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잘 다녀 오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노 대통령 부부의 군사분계선 월경은 방송사 카메라를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되었다. 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 표시 구간에서 왼발을 먼저 내딛은 다음, 오른발로 분계선을 넘었다. 좌에서 시작해 우로 분계선을 넘은 셈이다.
 
북측 지역에서는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이상관 황해북도 인민위원장, 김일근 개성시 인민위원장 등이 노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노 대통령은 북측 여성들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은 뒤 이들과 잠시 기념촬영을 했다. 노 대통령은 북측 여성의 허리를 살포시 감싸안았고, 이 장면은 생중계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4.25문화회관에서 노대통령 파격 영접
 
북측의 환영이 끝나자 노 대통령은 전용차에 승차했고, 평양을 향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오께 평양시 모란봉구역 장경동에 위치한 4.25문화회관에 도착했다. 당초 3대 헌장기념탑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영접하는 공식 환영행사가 열리기로 예정됐다. 그러나 이날 오전 북측은 긴급하게 4.25문화회관으로 환영행사장 변경을 남측에 통보해 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파격 영접이 예상됐다.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첫 역사적인 만남을 가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수만명의 환영인파와 인민군 사열대가 도열한 가운데 오전 11시 55분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25문화회관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정오 정각께 무개차를 타고 도착했다. 이어 12시 2분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역사적인 조우를 했다. 수척한 표정의 김 위원장은 노대통령과 악수를 하는 순간에는 잠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노 대통령은 내내 밝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김 국방위원장과 함께 인민군 사열을 마친 노 대통령과 공식수행단은 숙소인 백화원으로 이동해 여장을 풀고 오찬을 진행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평양 도착 성명에서 "북녘 동포와 평양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라며 "여러분의 따뜻한 환영에 마음속 깊이 뜨거운 감동을 느낍니다"라고 감사를 표시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인민군 사열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입니다. 지난날의 쓰라린 역사는 우리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라며 "이제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이 땅에 평화의 새 역사를 정착시켜 나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진심과 성의로써 정상회담에 임하겠습니다. 7천만 겨레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며 "북녘 동포 여러분께서도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수만명의 평양 시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 남북정상회담 남측 공식 대표단을 뜨겁게 환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 대통령은 서울 출발에 앞서 청와대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서 " 무엇보다 평화 정착과 경제 발전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며 "이번 회담이 6자회담의 성공을 촉진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하는 회담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 서울 출발성명과 군사분계선 월경 메시지, 평양 도착성명이다.
 
<청와대 출발 성명>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부터 사흘간 평양을 방문합니다.
취임 전후의 긴박했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제 한반도 정세나 남북관계가 정상회담을 열 수 있을 만큼 변화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스럽고 기쁩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이번 정상회담은 좀 더 차분하고 실용적인 회담이 될 것입니다.

지난 2000년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의 새 길을 열었다면, 이번 회담은 그 길에 가로 놓여 있는 장애물을 치우고 지체되고 있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회담이 될 것입니다.

여러 가지 의제들이 논의되겠지만, 무엇보다 평화 정착과 경제 발전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는 데 주력하고자 합니다.

비핵화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는 궁극적으로 남북의 합의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속도를 내는 데 있어서는 남과 북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회담이 6자회담의 성공을 촉진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하는 회담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경제 협력은 많은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많은 장애가 있습니다. 국제적인 요인만이 아니라 남북간 인식의 차이에 기인한 장애도 적지 않습니다. 이 장애를 극복하지 않고는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속도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이 인식의 차이를 극복하는 데 노력을 집중할 것입니다.
 
군사적 신뢰구축과 인도적 문제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이번 회담에 거는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요구를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제안한 의제들, 정상회담 추진위원회에서 검토된 의제들, 그리고 그 외에도 많은 의제들이 있습니다. 국민의 기대를 최대한 의제에 반영하고 결과를 얻고 싶은 심정이나, 한 번의 만남으로 이 많은 과제를 소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남은 임기를 고려하면 이번 회담에서 논의하고 성사할 수 있는 일에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시기를 놓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히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몸을 사리거나 금기를 두지도 않을 것입니다.

역사가 저의 책임으로 맡긴 몫이 있을 것입니다. 이 시기 우리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토대로 제게 맡겨진 책임만큼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합의를 이루기 위하여 설득할 것은 설득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할 것입니다. 많은 합의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상호 인식의 차이를 좁히고 신뢰를 더할 수 있다면 그것도 중요한 성과일 것입니다.

저는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멀리 보고 큰 틀에서 생각한다면 남과 북이 가는 길이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북녘 땅을 향해 출발하겠습니다. 이틀 후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도록 아낌없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10월 2일
 
<군사분계선 월경 메시지>
 
 한마디 하고 넘어 가겠습니다.
 
국민여러분, 오늘 중요한 일을 하러 가는 길이라서 가슴이 무척 설레는 날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서 서고 보니 심경이 착잡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여기 있는 이 선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민족을 갈라놓고 있는 장벽입니다.

이 장벽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우리 민족들은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또한 발전이 저지돼 왔습니다. 다행히 그동안에 여러 사람들이 수고를 해서 이 선을 넘어가고 또 넘어왔습니다.
 
이제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장벽은 무너질 것입니다.
 
저의 이번 걸음이 금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고 그동안에 당해왔던 우리 민족의 그 많은 고통들을 이제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그런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여러분,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 올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잘 다녀오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평양도착 성명>
 
북녘 동포와 평양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환영에 마음속 깊이 뜨거운 감동을 느낍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북녘 동포 여러분께 남녘 동포들이 보내는 따뜻한 인사를 전합니다.
 
남북은 지금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보면서 더 큰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이 간절할수록, 우리의 의지가 확고할수록 그 길은 더욱 넓고 탄탄해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입니다. 지난날의 쓰라린 역사는 우리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이제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이 땅에 평화의 새 역사를 정착시켜 나가야 합니다. 평화를 위한 일이라면 미루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갑시다.
 
진심과 성의로써 정상회담에 임하겠습니다. 7천만 겨레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북녘 동포 여러분께서도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함께 뜻을 모아 민족의 희망찬 미래를 열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2007년 10월 2일  
인터넷기자협회(www.kija.org) 전 회장
대선미디어연대 대외협력단장
6.15남측언론본부 공동대표
전 <시민의신문> 정치팀장.노동조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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