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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새 성장담론이야! 이 바보들아!
[논단] 박정희와 신자유주의 능가할 성장담론 구축이 대선승패 좌우한다
 
이태경   기사입력  2007/08/26 [20:30]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높은 까닭

도대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기실 근래 등장한 대선주자 가운데 이명박 후보만큼 도덕성에 대한 의혹이 큰 사람도 달리 찾기 어려울 성 싶다.

언뜻 생각나는 것만 해도 'BBK 의혹', '도곡동 땅 소유 문제', '차명으로 의심되는 친인척 소유의 광범위한 토지 소유' 등이 있다. 위에 열거한 의혹들이 순전히 의혹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적어도 60%의 국민들은 도곡동 땅의 실제 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고 믿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도덕성만 의심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야심차게 내세운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는 국민들의 찬성은 고사하고 필요성 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말 놀라운 것은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무려 65%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한나라당의 지지율도 50%가 훨씬 넘는다. 물론 치열하기 그지 없었던 한나라당의 경선이 끝난 직후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편애(?)는 확실히 경이로운 구석이 있다.

잠시만 생각해 보면 알겠지만 한나라당은 지난 4.11총선 이후 치러진 거의 모든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 중의 백미는 단연 작년 5.31 지방선거의 압승일 것이다. 한편 한나라당의 지지율도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환골탈태(換骨奪胎)한 것도 아니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런 저런 추문들을 쉴 새 없이 양산했고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한나라당에 공천비리까지 불거졌다. 특히 공천비리 같은 경우는 지방선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악재임이 분명했다. 지금은 사라진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전 의장 같은 경우 공천비리 보도를 접하고 "한나라당이 저렇게 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건재하다. 아니 건재한 정도가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50%를 훌쩍 넘는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만 가지고는 설명이 안된다. 이런 정도의 지지율 획득이 가능하려면 기존 여권의 지지자와 부동층을 상당 부분 흡수해야만 한다. 도대체 한나라당의 그 무엇이 기존 여권의 지지자와 부동층 가운데 상당수를 한나라당의 지지자로 끌어들였을까?

그 까닭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이번 대선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나라당=경제성장의 담지자

현재 한나라당이 50%를 넘는 지지율을 획득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담보할 유일한 수권정당으로 유권자들에게 인식된 탓이 압도적으로 크다.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사회적 양극화와 새로운 성장담론의 부재는 국민들로 하여금 과거의 고도 경제성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이는 자연스럽게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로 귀결되었다.

더구나 참여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하고도 새로운 성장담론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는데 실패했다. 그렇다고 민주노동당이 국민들에게 대안으로 인식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국민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상 한나라당 뿐인 셈이다.

또한 지금은 절차적 민주주의가 상당히 발전했고 사회곳곳의 권위주의가 거의 해체된데다 한반도 긴장상태도 현저히 이완된 상황이다. 쉽게 말해 국민들이 경제성장에 대한 욕구를 유보시키면서까지 다른 가치들을 택해야 하는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한나라당의 독주를 가능케 하는 이유다.

숱한 윤리적 흠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이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고 국민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도 한나라당이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와 같다. 이 후보는 건설회사 CEO출신의 이력에다 서울시장 재직시에 보인 추진력이 더해져 국민들로부터 경제성장을 잘 해낼 것 같은 후보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쉽게 사그러들 가능성이 별로 없다. 지금처럼 경제성장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는 상황에서는 말이다.

설사 이명박 후보가 치명적인 도덕적 하자로 인해 본선에서 낙마한다 해도 한나라당에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박근혜가 있고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이회창도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경제성장의 담지자로 여기고 있는 한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누가 된들 범여권으로서는 승산이 거의 없다.

범여권이 이런 현실을 직시한다면 "한방에 간다"는 식의 농담(?)은 더 이상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성장담론의 구축이 가장 시급

▲대한민국 사회 구석구석을 들여다 본 이태경의 『한국사회의 속살』.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세계 등 4개 분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 한국학술정보, 2007
최근 범여권 예비후보들 가운데 상당수가 통일 대 반통일, 평화 대 반평화, 미래 지향 대 과거 회귀 프레임을 가지고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를 상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에 더해 이명박 개인에 대한 대대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준비하고 있는 성 싶다.

답답하게도 여전히 이들은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저토록 높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전혀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단언컨대 여론시장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를 압도할 새로운 경제성장담론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한 범여권의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건 필패할 수 밖에 없다. 범여권이 내심 기대하고 있는 네거티브 공세도 새로운 성장담론이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결국 이번 대선의 관건은 범여권의 예비후보 가운데 누가 박정희가 설계한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 모델 및 미국식 신자유주의 모델을 지양할 경제성장담론을 제시할 것인가이다. 과연 그런 후보가 범여권에 있을까?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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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8/26 [20:3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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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코프스키 2007/08/29 [21:28] 수정 | 삭제
  • 프레시안에서도 한 범여권 인사가 번역한 도서 히든파워 - 저라면 이 부분을 은신한 권력 내지는 은신권력이라고 번역했겠음 - 의 리뷰기사가 이와 유사했는데 이것도 범 여권을 무의식중에 언급하고 있습니다. 물론 민주노동당도 뚜렸한 성장담론을 내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 신경써 주실 순 없는지요... 이것만 해도 실질적으로 몇 곳엔 대서특필도 가능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