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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금시대'의 도래와 대한민국의 명암
[김영호 칼럼] 부자들은 부동산 주식투자 떼돈, 노동자는 비정규직 몰려
 
김영호   기사입력  2007/07/21 [02:20]

<뉴욕타임스> 15일자는 '큰 부자는 신도금(新鍍金) 시대를 자랑한다'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한 세기 전 석유재벌 록펠러, 철강재벌 카네기 같은 전설적 대부호가 탄생하던 시대를 도금시대(gilded age)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대공황의 여파로 신흥부호의 맥이 끊어지는 듯하다 21세기에 접어들어 다시 거부가 태어난다는 이야기다. 시티그룹의 샌포드 웨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투자귀재 워런 버핏 등등이 말이다.

 100여년 전에는 전체가구의 0.01%가 국가수입의 5%를 차지했다. 그 시절에는 소득세가 존재하지 않아 버는 대로 축재가 가능했다. 지금은 상위 1만5,000가구가 연 950만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린다. 세금인하 덕분이다. 1970년대 후반에는 소득세 최고세율이 70%, 자본이득세 최고세율은 39%였다. 그런데 클린턴-부시 행정부가 잇달아 그것을 35%, 15%로 각각 인하했다.

 부자가 세금을 덜 내니 더 부유해진다. 여기에다 장기간의 증시호황이 재산을 몇 배씩 불려준다. 기업경영인과 투자자들에게는 스탁옵션이 축재의 큰 원천이다. 또한 저금리가 투자재원으로서 한몫 한다. 그러나 이 기사는 빈부격차로 인한 미국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은 다루지 않았다.

 도금시대란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처음 쓴 말이다. 19세기말과 20세기초 미국사회는 그야말로 황금을 도배한 시대였다. 급속한 공업화-도시화로 산업자본이 독점이득을 누리면서 신흥부호들이 엄청난 부를 축재했다. 그들은 거대한 맨션을 짓고 유럽 귀족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고가의 서화와 골동품으로 저택을 치장하고 연회로 날 가는 줄 몰랐다.

▲경찰들이 이랜드 조합원들을 연행해 호송차량으로 끌고 가고 있다.     ©사진=민주노동당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이다. 도금시대의 그림자는 참혹했다. 독점자본의 무자비한 노동착취로 인해 이민자와 이농민은 도시빈민으로 전락했다. 임금이 워낙 싸니 잘 곳 없는 노숙자가 거리에 넘쳐 났고 걸인이 득시글거렸으며 전염병이 창궐했다. 사회개혁운동(progressive movement)이 싹튼 것도 그 때였다.

 한국도 도금시대에 산다. 임금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나 기업경영인들은 연봉 수십억에 수십억, 수백억원의 스톡옵션을 자랑한다. 부동산 투기로 떼돈을 벌고 주식시장이 용광로처럼 달아올라 돈을 갈퀴로 끌어 모은다. 돈이 넘쳐나니 미술품 사재기가 극성을 피운다. 골프장은 연일 만원사례를 외치고 피한-피서여행으로 공항은 비좁기만 하다. 그 뒤안길에는 내일이 없는 숱한 이들의 한숨만 깊어진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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