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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긴장감 감도는 홈에버 상암점
[현장] 이랜드 노조위원장 인터뷰 "대량해고 맞서 끝까지 싸운다"
 
이석주   기사입력  2007/07/13 [02:27]
비정규 노동자들의 대량해고로 촉발된 이랜드 사태가 노사 간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조합원들의 농성을 '불법'으로 간주한 사측과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해고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이 극한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
 
특히 지난달 30일 뉴코아 강남점과 홈에버 상암점을 기점으로 시작된 해고자들의 농성이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면서, 11일 오후를 기해 공권력까지 투입된 상황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지적받아온 이랜드 사태가 노동계 안팎에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비정규 보호법의 총체적 문제 드러내, 연내 재개정 해야"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은 12일 오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 매장 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랜드 사태 포함,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야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당의 모든 대선후보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12일 오전 홈에버 월드컵점 농성장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대선 예비후보들이 비정규직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며 각 당 대선후보들에게 대선후보 비상시국회의 와 중재단 구성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07 이슈아이 박항구 기자
이들 세 후보는 '민노당 대선후보 공동 제안문'을 통해 "기간제 근로자들의 외주용역화와 대량해고 사태는 잘 못 만들어진 비정규 보호법 때문"이라며 "정부와 사측, 여야 정당은 뉴코아와 홈에버, KTX승무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의 전면 재개정에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이들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 여야 후보들에게 △대선후보 비상시국회의 및 중재단 구성 △비정규직 문제 관련 정책토론회 개최 △비정규직 보호법의 연내 재개정 등을 제안했다.
 
민노당 대선후보들은 "각 정당의 모든 대선후보들은 지금이라도 비정규직 보호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정부와 여야 정당 모두 비정규직 보호법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드러난 만큼, 노동자들의 근본적 차별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길 의원은 여야 대선후보들의 각성을 촉구, "현재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들은 이랜드 사태에 대해 어떠한 관심도 보이고 있지 않다"며 "그 책임을 묻진 않겠지만, 정부와 함께 힘을 모아 비정규 보호법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회찬 의원 역시 "매사에 그렇게도 말 많던 노대통령은 정작 비정규 노동자들의 절규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촉구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번 이랜드 사태로 인해 명확히 드러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비정규 보호법이 기간제 근로자들의 목을 치는 '흉기'라는 사실"이라며 "이랜드는 계약해지 및 용역전환을 당장 중단하고, 정부는 비정규 보호법을 전면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2일 오전 홈에버 월드컵점 농성장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들의 비정규직 문제의 올바른 해결 촉구를 위한 각 당 대선후보들에게 보내는 공동제안 기자회견에서 홈에버 노동자들이 알림판을 들고 있다.  ©2007 이슈아이 박항구 기자
  
▲ 12일 오전 홈에버 월드컵점 농성장에 모여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2007 이슈아이 박항구 기자
11일 오후 공권력 투입, 출입구 모두 원천봉쇄
 
한편 지난달 30일 이후 13일 째 농성이 진행되고 있는 홈에버 상암점에는 하루 전인 11일 오후 부터 공권력이 투입된 상황이다. 현재 경찰은 5개 중대 5백여명의 병력을 투입, 홈에버 정문 포함 모든 출입구를 막고 조합원들의 출입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이랜드 노조 및 현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조합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홈에버 사측은 11일 저녁 부터 1층 매장의 전기를 모두 끊어놓은 상태다. 이날 오전 기자회견 때문에 일부 조명을 켜놓긴 했으나, 매장 안의 90%정도는 암흑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 있는 200여명의 노동자들은 컵라면과 생수 등으로 숙식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전기가 끊긴 탓에 매장 안의 실내온도는 고온을 유지하고 있다. 한여름 후텁지근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외부 조직과의 연대를 차단하려했다는 의견도 있다. 어제 갑자기 원천봉쇄한 주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상부 지시에 따를 뿐이다. 다만 윗선에서도 더이상의 확대 농성을 막겠다는 의도가 포함된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노회찬 의원은 "이랜드 사측이 이른바 '백지계약서'를 강요할 때 공권력은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하지만 지금 경찰은 매장 직원들을 향해 교묘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당장 원천봉쇄 방침을 풀고 이랜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11일 오후 공권력이 투입된 이후 농성이 진행중인 매장 안에는 전기 공급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2007 이슈아이 이석주
▲ 이랜드 노조 명의로 작성된 호소문.     ©2007 이슈아이 이석주
▲  홈에버 상암점을 둘러싸고 있는 경찰차들 ©2007 이슈아이 이석주
양측 대표 첫 교섭 '실패', 사태 해결 '지지부진'
 
현재 이랜드 사측과 노조는 지난 10일 이상수 노동부장관의 중재로 교섭을 벌였다. 이자리에는 사태 발발 이후 양 측의 대표가 처음으로 직접 대면했다. 하지만 이렇다할 성과없이 양 측 대표의 첫 교섭은 결렬된 상황.
 
또한 노조 측 김경욱 위원장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이랜드 노조측은 11일 오후 사측에 재교섭 요청을 했지만 사측의 뾰족한 답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슈아이>를 통해 "공권력이 투입된 상황에서 이랜드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일부언론이 '점거'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해결의 키포인트는 노사 양측에게 있다. 사측의 조속한 교섭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 홈에버 상암점 정문. 12일 경찰은 현재 이곳 뿐 아니라 매장 출입구 전면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7 이슈아이 이석주
이랜드 사측은 노조의 점거농성을 '불법'으로 규정, 현장 점거를 풀어야만 교섭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사측은 이들이 점거농성을 시작한 이후 부터 "노조 측의 불법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랜드는 점거농성에 따른 매출 피해와 그룹 이미지 실추에 따른 책임을 물어 노조 지도부를 상대로 1억여원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여기에 노조는 투쟁의 강도를 높여 전국 단위의 점거 농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주오는 '두 기차'가 정면충돌하는 양상 속에서 사태 해결의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무리한 공권력 투입은 사태를 악화 시킬 뿐, 이랜드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경찰 투입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이 상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와 조정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치파업? 불법점거농성? 우린 이념이나 폭력을 모른다"
 
■ 현장 인터뷰: 김경욱 이랜드 노조위원장
 
▲ 김경욱 노조 위원장 © 이랜드노조
- 어제(11일)부로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출입이 전면 통제됐는데.

 
"이랜드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사태 해결의 당사자인 노사가 문제를 풀어야 함에도 정부는 경찰병력을 동원했다. 당장 공권력을 철회시켜야 한다" 
 
- (사측이 제시한) 직무급제가 이번 사태의 핵심요인이라고 보는데.
 
"하나 예를 들겠다. 이랜드 사규에 따르면, 회사는 무기계약 근로자들의 대상을 '15개월 혹은 21개월 이상'으로 규정짓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이번에 내놓은 직무급제는 그 기간을 '24개월 이상'으로 규정지었다.  
 
이미 한국까르푸에서 홈에버로 바귈 당시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는 보장돼 있었지만, 회사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이유로 들어 사규까지 어겨가며 기간제 근로자들을 대량으로 해고하는 것이다.
 
'회사가 내놓은 직무급제가 좋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지만, 그것은 직무급제의 진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직무급제 정규직 채용 대상은 2년 이상 근속한 비정규직만이다. 그렇다면 2년미만 비정규직은 죄다 해고하겠다는 말인가. 회사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을 하지 않기 위해 비정규직을 '직무급제'로 묶어 놓으려는 것이다."
 
- 사측에서 '불법점거농성'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 무엇보다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여론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즉 대부분의 언론보도가 '점거농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노조를 안좋게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홈에버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정리해고를 당한 사람들이다. 이념이나 폭력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 일부언론에서는 '정치파업'이라고 표현했다. 
 
"이곳에서 있으면서 피켓시위 정도의 농성을 벌였지, 어떠한 불법행위도 하지 않았다. 정부와 언론, 사측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부터 파악했으면 좋겠다. 일부언론에서 '민주노총'을 부각시켜 정치파업으로 몰고가고 있지만, 우리를 향한 지지를 표명할 뿐 결코 주체세력이 아니다. 실제로 매일 우리와 함게 있는 것도 아니다."
 

"전기끊고, 약도 못사먹게 하고...끝까지 매장 지킬 것이다"
 
■ 현장 인터뷰:  비정규 노동자 최 모 씨 (41. 식품부 근무)
 
- 농성 13일 차를 맞았는데 가장 힘든점은?
 
"숙식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다. 사실 오늘 생일을 맞았는데, 미역국도 먹지 못했다. 수년간 일해오면서 8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아침 6시30분에 나와 하루 8시간을 일한 보람이 고작 '정리해고'란 말인가. 동료들과 함께 끝까지 매장을 지키겠다."
 
- 공권력 투입 당시의 상황을 말해달라.
 
"이 전에도 경찰병력은 현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제 오후부터 급격히 많아지기 시작했다.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현재 출입 자체가 전면 통제된 상황이다. 동료가 몸이 안좋아 약국을 다녀오겠다고 했는데도 경찰은 막무가내로 우리를 막았다. 특히 어제 밤에는 (사측에서) 전기까지 끊어버렸다. 어두컴컴한 상황에서 밤을 지샜다. 심지어 회사에서 조명을 껐다 켰다하는 '장난'까지 치더라. 기가막힐 정도다"
 
- 사측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한마디로 어이가 없어 말이 안나올 지경이다. 나는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하기 전 부터 이곳에서 일해왔다. 문제는 이랜드가 매장을 인수한 후 명칭이 홈에버로 변경되면서 사측의 탄압이 시작됐다. 홈에버로 바뀌고 부터는 과거에 나왔던 수당도 지급이 안되더라. 이밖에 매니저(점장)들의 관리 감독 등으로 하루도 맘편한 날이 없었다. 과연 이런 행동들이 '윤리경영'을 내세우는 기업 이미지에 부합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비판과 대안, 새로운 상상력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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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13 [02: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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