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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공연단원 "삼성의 기억, 모두 잊고싶어"
[현장]삼성 하청업체 노동자 결의대회 "일류에 가려진 부끄러운 자화상"
 
이석주   기사입력  2007/07/05 [20:27]
▲ 지난달 말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삼성 에버랜드의 외국인노동자 계약실태. 그곳에서 일하다 '노예계약'의 희생량이 된 옥산나씨는 현재 허리디스크로 병원에 입원 중에 있다.     © 2007 이슈아이 이석주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옥산나 씨는 '삼성 에버랜드에서의 기억은 모두 잊고 싶다'고 입버릇 처럼 말하고 있죠… 심지어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겠다'며 매일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 측의 '노예계약'을 언론에 알리며 자신의 부당함을 호소했던 우크라이나인 옥산나(28.여) 씨. 삼성 에버랜드 공연단 소속 외국인 노동자인 그녀는 현재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고 병원 응급실에 입원 중에 있다.
 
5일 오후 삼성 본관 앞 결의대회에서 기자가 만난 시민단체 활동가는 '옥산나 씨의 현재 상태와 그녀가 삼성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꿈을 갖고 한국에 왔지만, 삼성에 의해 그 희망이 무참히 꺾여 버렸다'는 대변의 목소리였다.
 
이주 노동자 노조 사무차장인 한승욱 씨는 "옥산나 씨는 5세 때 부터 발레를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삼성 에버랜드에서 근무한 이후 부터 허리가 심하게 안좋아졌고, 결국 '춤'에 대한 꿈을 잃어버린 상황까지 왔다"고 전했다.
 
"삼성,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초일류 기업' 삼성. 그 화려함 뒤에 감춰진 비정규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또다시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옥산나 씨 처럼 강도높은 업무량, 저임금, 비인간적 대우 등으로 인해 삼성의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는 것.
 
이에 삼성SDI 사내기업, 삼성 코레노 등 하청업체 노동자 150여명이 자신들의 원청업체인 '삼성'을 상대로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5일 오후 집회의 '성역'이라고 불리는 삼성 그룹 본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원직복귀와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결사항전의 의지를 높였다.
 
▲ 삼성그룹 하청업체 노동자 150여명은 5일 오후 삼성 본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원직복구와 해고 철회 등을 강하게 촉구했다.     © 2007 이슈아이 이석주
이들은 "'초일류 기업' 삼성이 대량 부당해고를 일삼고 있다"며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아래 비정규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원직 복귀를 위해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언론을 통해 낱낱히 보도된 삼성 에버랜드의 외국인 노동자 계약실태의 경우, 현재 에버랜드는 '동일엔터테인멘트'라는 파견업체와 근로 계약을 맺고 있다. 이에 '꿈의 놀이공원' 에버랜드에는 현재 150여명의 연기자들이 옥산나 씨와 같은 근로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사무차장은 "원래 옥산나 씨는 사측과 1년 계약을 맺었고, 오는 9월이면 그 계약이 만료된다. 이후 그녀는 산재인정을 받고 자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하지만 에버랜드 측은 지금까지도 '직접적 책임은 없다'는 식의 소극적 자세만 취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삼성 해고자복지투쟁위 김갑수 위원장은 "삼성의 과오를 바로 잡을 수 있는 힘은 노동자들에게 있다"며 "이 사회에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는 삼성이 잘못하고 있는 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 검찰과 경찰이 할 수 없는 일에 우리가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 역시 "삼성은 세계 일류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며 "'초일류기업'이라는 수식어를 자랑스러워 하기전에 비정규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몬데 대해 부끄러움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럭비 동호회 출신 직원들, 가족들에게 회유 협박 일삼아"
 
이밖에도 이날 현장에서 만난 최세진 씨에 따르면, 울산시 울주군 소재 삼성SDI는 지난 3월 말 사내하청기업인 '하이비트'와 계약을 해지했다. 삼성SDI측이 내건 해지 사유는 "브라운관에 대한 수요가 줄어 사업부를 구조조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이에 하이비트 소속 비정규 노동자 150여명 전원이 '칼날 해고'의 쓴맛을 겪어야 했다. 이후 지난 4월 부터 삼성SDI 앞에서 해고자 전원이 원직 복귀를 위해 투쟁에 돌입했고, 그 눈물겨운 투쟁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 울산 삼성SDI 사내협력업체 하이비트 노동자들.    © 2007 이슈아이 이석주
하지만 삼성SDI 측은 "협력업체는 법적으로 원청업체와 무관하기 때문에 고용문제를 책임질 이유가 없다"며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최 씨는 전했다. 즉 도의적으로는 몰라도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문제는 하이비트 소속 비정규 노동자들이 '원직 복귀'를 위해 투쟁을 시작한 후 삼성 SDI측이 온갖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다는 것. 특히 최 씨는 "사측 직원들에 의한 직간접적 '성추행'도 있었다. 이런 행위는 주로 물리적 충돌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최 씨에 따르면, 사측 직원들은 해고자들의 복직 투쟁을 막기위해 야간에 차량 미행을 실시하고 심지어는 가족들에게도 찾아가 '인생에 빨간줄이 그어질 수 있다. (투쟁을) 그만두게 하라"고 회유성 협박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울산SDI 정직원들이 여성 해고자들의 가슴을 만지고 폭행을 자행했다고 최 씨는 주장했다. 최 씨는 "이들 정직원들은 사내 럭비 동호회 출신 직원들로 이른바 '어깨'에 견줄만한 체격조건을 보였다. 힘에 의해 제압당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또 "사측의 미행에 차량 번호까지 외우고 있을 정도"라며 "성추행관련 증거자료도 동영상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미 해고자들이 이러한 자료를 가지고 고소 고발을 진행중에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 직원들도 '칼날 해고' 피해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는 더욱 큰 문제는 '거대기업' 삼성이 최근에 지속되고 있는 실적 부진에 따라 인력 재배치와 퇴직 등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는 점. 
 
▲     © 2007 이슈아이 이석주
삼성 그룹은 지난달 말 "최근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타개하고 일부 계열사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인력 재배치 및 사업 조정 등 구조 개편에 착수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일단 삼성 측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절실히 느끼고 있으나, 대규모 인원 감축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규직 노동자들도 해고의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이날 김갑수 위원장은 "곧 삼성전자에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며 "앞으로 대량해고가 몰아닥칠 것이다. 이런 모습이 삼성의 진짜 얼굴이다. 밖으로 쫒겨나올 수많은 노동자들의 눈물을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비판과 대안, 새로운 상상력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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