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시험에서 군복무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문제를 놓고 여성계 일각에서 차별이라고 반발하는 모양이다. 군가산제는 군복무자와 군미필자 사이의 문제로서 성중립적(gender-neutral)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헌법이 부여한 국토방위의 의무에 따라 18세 이상의 남성은 병역의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이 문제는 복무기간에 대한 사회적 보상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 그 내용은 군복무자가 채용시험에 응시하면 필기시험 과목별로 2% 범위 이내에서 가산점을 주자는 것이다. 적용대상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학교, 대학교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민간기업이다. 인원은 선발규모의 2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반대측은 1999년 헌법재판소가 가산점제는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렸는데 왜 되살리려 하느냐는 주장을 편다. 당시 헌재결정은 가산점 범위가 3-5%로 크고 횟수제한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개정안은 그 취지에 따라 그것을 2%로 축소하고 횟수도 3회로 제한한다. 여성계 눈치를 보느라 8년이나 묵힌 정치권을 질타해야 판에 쓸데없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은 공무원 채용시 제대군인은 5%, 상이군인은 10%의 가산점을 준다. 군가산제가 국가를 위해 봉사할 기회가 없었던 군미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게 사실이다. 하나 여성차별을 위한 제도는 아니다. 병역의무는 자기의사에 반하여 부여됨으로써 개인적으로는 경제적-사회적 손실이 크다. 그 까닭에 군복무자들이 그 기간을 잃어버린 세월이고 빼앗긴 시간이고 생각한다. 군복무로 인해 인생의 진로가 허다하게 바뀐다. 제대군인을 위한 지원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 재학 중에 입대한다면 학업을 중단해야 한다. 졸업 후에 가더라도 취직준비를 위한 시간적 공백이 생긴다. 학업을 계속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어떤 경우에도 미필자와의 경쟁에서 복무기간만큼 뒤지게 마련이다. 호봉-진급의 차이가 직장생활을 마감할 때까지 쫓아다닌다. 복무기간 중에는 학업-취직을 준비를 할 시간도 없지만 그런 환경도 아니다. 요즈음 채용시험에 영어를 중시하지만 카투사를 빼고 가까이 할 기회가 없다. 제대 후에 영어 책을 다시 잡으면 그토록 열심히 외웠던 단어가 몽땅 날아간 느낌이다. 단절의 시간이 주는 충격에 절망감이 엄습한다. 다른 과목도 다를 바 없다. 학업만이 문제가 아니다. 취업기간을 박탈당함으로써 혼사가 빗나갈 수 있고 넉넉하지 않은 가정이라면 부모를 섬기지 못하는 고통을 헤아리기 어렵다. 여성은 출산-육아로 인해 직장생활에서 차별을 겪고 눈치볼 일도 많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의무가 아니고 선택이며 취업 이후에 . 아직도 여성차별이 존재하고 그래서 일부 영역에서는 여성할당제를 실시한다. 그런데 병역의무는 강제적이고 획일적이다. 군복무에 대해서는 어떤 대가도 없다. 사회적으로 격리된 군대생활을 하면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떠들 자격이 없다. 여성계의 이름으로 반대를 외치는 이들에게 묻는다. 군대에 간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을 아는지, 제대 후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하소연을 듣는지, 직장에서 뒤쳐진 남편을 보고 느끼는 그들의 아내는 무엇을 생각할지 말이다. 그들도 여성이나 침묵할 뿐이다. 군대에 가면 ‘어둠의 자식’이고 안 가면 ‘신의 아들’이라고 말하는 까닭을 알았으면 싶다. 최소한의 사회적 보상마저 거부당하니 이런 말이 나온다. 지정학적으로 4대강국에 둘러싸여 외세에 의해 지배와 침탈을 당해온 한반도의 역사를 아는지 모르겠다. 모병제로 돌리라고 쉽게 말하는데 그러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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