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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코아-홈에버 대량해고 비정규직법 때문이다?
7월 '보호법' 시행 앞두고 계약직 사원 용역업체 떠넘기기 '칼바람'
 
이석주   기사입력  2007/06/21 [02:27]
▲   비정규직 보호법의 시행을 2주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유통업체의 대량해고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뉴코아 측은 백화점 내 캐시어들을 모두 외주용역화 한다고 밝혀 노조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사진은 뉴코아 강남점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모습)  ©  뉴코아 노조 
 
오는 7월 '비정규직 보호법'의 시행을 앞두고, 뉴코아·홈에버 등 대형유통업계의 노사간 진통이 정점에 이르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의 차별을 개선하겠다'는 정부 취지와 달리, 관련법의 부담을 느낀 사용자 측이 계약직 근로자들에 대해 외주용역을 꾀하고 있는 것.
 
이는 특히 '비정규 직원 5000여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신세계의 최근 방침과 대비되면서, 뉴코아 홈에버 등 유력 유통업체에 몰아닥치고 있는 비정규직 보호법의 '칼바람'이 모든 계약직 근로자들의 문제로까지 다가가고 있다.
 
"회사측, 너무나 떳떳하게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이라고 말해"
 
뉴코아는 이달 초 킴스클럽 강남점과 야탑점 소속 계약직 380명 전원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하고, 이들을 모두 외주 용역 업체에 맡겨버렸다. 이들 대부분은 계산원 업무를 맡고 있는 이른바 '캐셔(cashier)' 직원들. 
 
뉴코아 노조에 따르면, 당초 회사측은 3900원의 시급을 주고 계약직 계산원으로 이들을 채용했다. 이런 계약직은 전체 계산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시급 또한 2007년에 적용된 시간당 최저임금(3480원)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박양수 노조 위원장은 이날 <이슈아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사측에서는 점장이 직접 나서 '용역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고용을 책임질 수 없다'고 말하는 등 비정규 근로자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종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즉 사실상 정리해고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뉴코아는 창원, 부산, 울산, 평택 등 4개 점포의 비정규직 계산원에 대한 계약해지 및 용역전환을 완료했고, 적어도 오는 30일까지는 전국 17개 점포 소속 비정규직 전원을 외주화 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또한 '한국까르푸'가 전신인 홈에버 역시 이른바 '직무급 제도'라는 방식으로 기존의 비정규직 3000여명 가운데 2년 이상 근무한 경우에만 정규직화하겠다고 발표, 노조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킨 직원에 한해 정규직을 시켜주겠다는 입장.
 
노조에 따르면, 이밖에도 뉴코아 측은 아울렛 소속 모든 계산원을 지점장 직속의 서비스총괄팀 소속으로 통합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뉴코아, 홈에버 등의 대형 유통 회사는 이랜드 그룹이 경영하고 있다.
 
이처럼 뉴코아 측이 내건 '용역전환'의 이유는 다름아닌 '비정규직 보호법'때문. 당장 7월 1일 부터 관련 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계약직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즉 회사 측이 이달 안에 비정규직 계산원을 정리하지 않으면, 이들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및 근무환경 등을 대우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측의 부담이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뉴코아 김연배 이사는 이달 초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정규직 보호법에 차별시정과 관련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회사는 7월1일 부터 관련 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생긴다"며 "그렇기 때문에 (외주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혀 문제될 것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   노조 간의 대립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사측은 용역업체 직원까지 고용해 비정규 근로자들의 합법 쟁의를 물리적으로 저지했다. 이과정에서 용역 직원들은 전기봉까지 소지한 채 조합원들을 향해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은 뉴코아 강남점 입구 근처에 마련된 노조 측 천막.)  © 뉴코아 노조
이에 박 위원장은 "회사 경영진은 너무도 당당하게 '대량해고'와 '용역전환'의 이유를 비정규직법 때문으로 규정짓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대량해고를 저지하기 위해 비정규직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특히 사측이 노조의 파업을 막기위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에 대해서도 "용역깡패까지 동원해 물리적 충돌까지 부추기면서 (회사측이) 이렇게까지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이런 저급하고 천박한 자본의 행태를 묵인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박 위원장은 "용역보안업체 직원이 조합원에게 '몸조심 하라'는 문자도 보냈다. 심지어 야탑점에서는 용역 깡패들이 '3단 전기봉'까지 소지했었다"며 "현행법상 합법적인 쟁의행위 임에도 사측은 조합원들을 향해 불법대체인력을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이미 예고된 비정규직 해고 사태…
 
문제는 대형 유통업제들의 투쟁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 과거 노조 설립 이후 부터 비정규직의 계약해지 및 아웃소싱 문제,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 등의 이유로 노사 간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던 것이다.
 
특히 유통업체 중 노사 간 첨예한 대립 속에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이랜드의 경우, 지난 1994년 노조가 설립된 이래로 1999년과 2000년, 최근에는 2006년까지 비정규직 직원들의 처우개선과 관련한 크고 작은 투쟁이 진행돼왔다.
 
이랜드 노조에 따르면, 당시 회사측은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3개월 단위로 세 번의 계약연장을 하게 하고 9개월이 되면 자동적으로 계약을 해지해 문자그대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인력관리방식을 고수해왔다.
 
즉 이러한 일련의 투쟁이 "2년 마다 대량해고를 야기시켜 비정규직의 수만 늘게 할 것"이라며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샀던 현재의 비정규직 보호법의 폐해를 이미 예고했다고 볼 수 있다.
 
'유통업체 선두 위치' 신세계, 5000여 계약직 근로자 정규직으로 전환
 
이와는 달리, 신세계는 최근 "비정규직 직원 5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 직원들은 주 5일 40시간의 근무조건을 적용받게 됐다. 여기에는 신세계 소속 '캐셔(cashier)'들도 포함돼있다.
 
이에 광주 신세계백화점도 모 기업의 방침에 따라 백화점과 이마트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사원 전원을 오는 8월 정규직으로 전환하키로 했다. 따라서 정규직으로 바뀌는 360여명의 사원은 8월 1일 부터 급여지급 방식이 시급제에서 연봉제로 바뀌게 된다.
 
신세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조치로 비정규 직원들이 20% 이상의 소득 증가 효과를 누리게 되며 사측은 연간 150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사간 진통을 겪고 있는 다른 유통업체와 확연히 대비되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  현장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는 노조원들    © 뉴코아 노조
한편 민주노총은 20일 오전 서울 보신각 사거리 앞에서 '비정규법 폐기를 위한 노동자 증언대회'를 갖고, 외주용역과 일방적 계약해지 등 이른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를 시민들에게 알렸다.
 
민주노총은 "'비정규 확산법'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비정규법은 시행도 되기 전에 계약해지가 속출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박탈하고 생존을 벼랑으로 내모는 비정규법을 당장 폐기 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도 이날 오전 현안브리핑을 통해 "비정규 보호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대부분의 비정규직들은 대량해고와 용역직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뉴코아와 홈에버가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차별직무급제를 도입해 사다리 자체를 아예 다르게 만들어 놓고 정규직화라는 위선적인 태도를 보이는 곳도 있다"며 "언론 보도만 보고 판단해선 안된다. 실제로 정규직으로 전환됐는지에 대해 구체적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 비판과 대안, 새로운 상상력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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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6/21 [02: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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