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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처리', 정부는 왜 도둑고양이 되었나
이석행 민노총 위원장 단병호 의원 등 새벽 연좌농성,국무위원 출근막아
 
이석주   기사입력  2007/06/12 [16:46]
비정규직 보호법의 시행령이 12일 오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그간 노동계로부터 끊임없이 지적을 받아온 본 법안은 '대통령 재가'라는 최종 단계를 거친 후 오는 7월1일 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6월 대투쟁을 선포하면서까지 시행령의 폐해를 지적한 민주노총은 "19일로 예정됐던 비정규직법 시행령의 국무회의 상정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12일 기습적으로 처리됐다"며 정부를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배경에는 "6월 대투쟁을 선언한 민주노총을 향해 전열을 흩트리려는 의도가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기 힘들 전망이다.
 
대학조교 등 전문직 종사자 2년 간 일해도 정규직 전환 안돼
 
정부가 이날 확정한 시행령의 골자는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또한 ▲비정규직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차별시정' 제도 등 총 3가지 안건이다.
 
이날 국무회의 종료 후 노동부가 배포한 확정안에 따르면, 박사학위 소지자 및 변호사, 의사, 변리사 등 25개 전문직 종사자는 한 직장에서 2년 이상 근무했더라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 이른바 '기간제한 특례 제도'가 적용된다.
 
이밖에도 대학 조교와 국가기술자격 소지자도 정규직화 제외 대상으로 분류됐다. 조교의 경우는 직업으로 볼 수 없는데다 업무 자체가 특정 사용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기간제한 특례대상에 포함됐다.
 
파견허용업무의 경우 콜센터 사무원, 주차장 관리원, 우편물 집배원, 신문배달원 물품배달원(택배), 수하물 운반원, 계기 검침원, 자동판매기 유지 및 수금종사자 등이 추가돼 기존의 187개에서 197개 업무로 늘어났다.
 
이미 지난달 18일 노동부가 확정지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본보 5월18일 자 기사 참조)
 
이와 함께 같은 사업장의 동종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을 받았다고 느낀 비정규직이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차별시정' 제도도 7월1일 부로 새롭게 도입된다.
 
"정부, 뭐가 무서워 도둑고양이 처럼 기습 처리하나"
 
정부가 이날 최종적으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예상대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한덕수 총리가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시킬 것"이라는 노동계의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것.
 
특히 지난주 노무현 대통령이 이석행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비정규직 시행령의 문제점을 검토해 19일 경 국무회의에 상정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던 터라,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분노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본보 6월7일 자 기사 참조)
 
▲ 노동부가 11일 오전 홈페이지에 공지한 보도계획. 12일 비정규직 하위법령의 국무회의 상정을 공고했다.     © 노동부 홈페이지
심지어 노동계 일각에서는 한 주 앞당겨 상정된 비정규직법 시행령에 대해 "6월 대투쟁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노총 힘빼기가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국무회의 상정 소식을 접한 뒤 "아마 민주노총 6월 투쟁을 보고 사전에 전열을 흩트리려는 불순한 의도가 개입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본보와 통화한 노동부 비정규 대책팀 관계자는 "국무회의 상정은 이미 지난 6월1일 노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안이어서 민주노총의 투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은 국무회의 상정 소식을 처음 접한 11일 오후 전 조합원들에게 긴급지침을 마련하고, 조합원 300여명이 시행령 통과를 막기위해 정부종합청사와 세종문화회관 일대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또한 12일 오전 6시부터는 이석행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국무총리 등을 포함한 국무위원들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연좌 농성을 벌였다.
 
이에 경찰은 정부종합청사 주변에 차벽을 설치, 전·의경 10개 중대를 동원해 민주노총의 농성을 막았고, 이과정에서 양측의 물리적 충돌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에 따르면, 경찰은 조합원 9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 이석행 위원장을 비롯 민주노총 조합원 300여명은 11일 오후부터 12일 오전 까지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비정규직 시행령을 당장     ©민주노총 홈페이지
이에 앞서 민주노동당 이해삼 최고위원도 11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련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계약해지, 외주하청 전환 등 우려했던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며 단식 농성과 함께 삭발을 강행하기도 했다.
 
같은당 심상정 의원도 11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무엇이 무서워 도둑고양이처럼 기습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려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비정규 악법 시행령 처리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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