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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독트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비나리의 초록공명] 한미FTA 지지하는 DJ, 정몽헌은 왜 뛰어내렸을까
 
우석훈   기사입력  2007/06/04 [18:50]
'메타'라는 말을 나는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메타-테오리(meta-theory)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메타 구조 자체는 발광할 정도로 좋아한다.
 
'직문 직답'을 싫어한다. 그 안에 들어가려고 잘 안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그 안에 넣으려고도 잘 안 한다. 이런 점에서 나와 홍준표는 정반대의 인간유형이다. 그는 직문직답을 정말 사랑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도 메타라는 말로 도망가고 싶지는 않다. 도망간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언젠가는 답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다만 그 답을 직문직답이 아닌 형태로 할 정도의 기회를 가지고 싶다는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질문은 20대를 둘러싼 세대간 불균형이었고, 이건 끝났다.
 
두 번째 질문은 사실은 같은 질문인데, 첫 번째 형태는 그렇다면 그 20대를 기업에서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혹은 '천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명제로 바꾸면 천재인가 숙련도인가? 나는 천재는 아니라고 답을 했다.
 
두 번째 질문까지 이제는 내 손을 떠나갔다.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어떤 출판사에서 받아서 책으로 나올 정도까지의 일은 끝냈다.
 
이제 세 번째 질문 앞에 서 있다. 형태는 복잡하게 되어있지만, 이 질문의 키워드는 '소제국주의'와 'DJ'라는 두 개의 단어 근처에 있는 질문이다. 바깥의 형태로 된 질문은 DJ가 얘기한 통일 방안이 정답인가라는 질문이다. 북한을 우리는 소제국주의의 흐름에서 내부 식민지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외형으로 된 공식적 질문이다.
 
이 질문의 내포는 2006년의 꼭지점 댄스에 대한 질문이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에게 우리나라에 대해서 응원하라고 꼭지점 댄스를 가르치고 이 춤을 만든 일이 옳은 일이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 시절의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군인들에게 질문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들은 확신범들이다. 이 춤의 의미도 뭔지 알고, 궁극의 방향이 뭔지도 알고 춤을 추었던 확신범들이기 때문에 내가 굳이 질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은 미처 그 춤의 의미를 몰랐을 것이고, 선의로 꼭지점 댄스를 추면서 대한민국을 외쳤을 것이다.
 
그들에게 그 춤을 가르친 선생님들에게 묻고 싶다. 이게 제대로 된 일이냐? 열 살도 안된 이 아이들을 파시즘의 광풍으로 밀어넣는게 과연 선생님으로서 할 수 있던 일이냐?
 
이게 내면의 질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DJ 독트린"이다. 올해 내가 풀어보려고 하는 4개의 질문 중에 세 번째 질문이다.
 
이 질문을 아주 공개적으로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르몽드 디폴로마틱>이라는 잡지에 나는 기획의원이었고, 그 시절에 결국 DJ와 인터뷰를 성사시켰고, 나와 같이 공부했던 박순성 선배가 인터뷰어로 나와서 결국 인터뷰는 성사되었다. 그 때 해보고 싶었던 질문이었는데, 나도 눈치 보느라고 이 질문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또 한 번 기회가 있었다. DJ의 숨은 집사임을 자처하는 사람이 나에게 뭔가 도와달라고 같이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이 질문을 못했다. 6개월 전의 일이다.
 
대놓고 물어볼만한 자신이 없었지만, 이제는 나에게 한 번 질문을 해보고 싶다.
 
과연 DJ 독트린과 함께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한 가지 이유로 이제는 마음이 편해졌다. DJ는 열성적으로 한미 FTA를 지지한다. 그래서 나도 맘 편하게 이 질문에 답해보고 싶다. 올해 해보는 세 번째 질문이다.

숨은 질문이 또 하나 있기는 하다. 정몽헌이는 현대 사옥 고층에서 뛰어내렸다. 그를 누가 민 것인지 자기가 뛰어내린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정몽헌이는 내가 아는 한에서는 정몽구나 정몽준이와 비교도 할 수 없이 잔인하고 냉정한 사람이다. 그와 사적으로 악수를 할 뻔한 일이 있었다. 그와 악수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덜덜덜... 서른 살의 나는 정몽헌이가 너무 무서웠다. 그렇게 무서운 사람을 난 일찍이 만난 적이 없었다.
 
왜 그가 뛰어내렸나, 아니면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었나... 그가 뛰어내렸다는 그곳에 나도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가 정말 뛰어내렸을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나는 정몽헌이의 수하가 되는 것이 너무 무서웠었다. 내가 대북사업단의 한 자리를 사양하고 굳이 에너지관리공단으로 도망갔을 때 약간의 사연이 있었다. 그렇게 무서웠던 사람이 그깟 검사 몇 명 만났다고 뛰어내렸다는 사실이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다. 그 상황이 어땠는지 한 번쯤 질문해보고 싶다.

ps. 정몽헌 회장과 악수를 하게 된 순간에 누군가 나에게 작은 메모지에 "고진감래"라고 써서 보내주었다. 나는 "새옹지마"라고 하고 싶다.
 
연, 정말이지 인연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게 된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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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6/04 [18: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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