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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광고 보다 더 악질은 사채업 광고
[비나리의 초록공명] 왜 악질이 되는 방식으로 진화패턴 자리잡게 됐나
 
우석훈   기사입력  2007/05/22 [12:57]
끔찍한 시대, 이 사람들이 시키는대로 하면 죽는다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은 진짜 멋지다. 내가 아는 노래 가장 잘 부르는 사람은 대우증권에 취직했다. 그 다음으로 잘 부르는 누님은 선생님이 되었다.
 
이상은은 노래는 많이 늘었지만, 아직도 잘 부른다고 하기는 좀 그렇다. 그래도 잘 논다. 공연장에서 "놀아봅시다'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는 된다. 우리나라에서 발매되는 음반 중에 가장 신경써서 녹음한 음반은, 여전히 이상은의 음반이다.
 
현역 중에서는 노래만 놓고 따지면 조덕배가 신이다. 진짜 노래부르는 걸 옆에서 보면 눈물이 흐를 정도로 노래를 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조덕배가 아닐까... (레너드 스키너드가 비행기가 떨어져서 죽은 사실이 너무 아쉽다.)
 
진화라는 말을 쓴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진화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는 것을 믿는 사회인 것 같다.
 
이런 시대를 가장 잘 묘사한 사람은 카프카다. 성, 사람들은 조용히 살아가는 듯 하지만, 한 명씩 성으로 끌려들어가서 죽는다. 겉으로는 화려하거나 혹은 안온한 것 같지만, 카프카가 생각한 세상은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지금이 딱 그렇다.
 
세상을 이렇게 본 사람이 또 한 명 있는데, 그가 바로 코난 도일이다. 자본주의형 제국주의의 최절정에서 가장 화려함을 구사하던 런던 시내에서 웬 살인 사건이 그렇게도 많았는지... 그게 코난 도일의 세계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전원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살인사건들, 그게 낭만적 농촌에 대한 코난 도일의 정의이다.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신여성이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온갖 비난을 받았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를 이 정도라도 만든 것은 바로 그 신여성들이라는 사실에 새삼 공감하게 된다.
 
TV에 사채 광고가 나오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이건 지옥이다. 가장 악질광고는 아파트 광고인데, 사채업자 광고가 나오면서 아파트 광고가 악질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무분별한 대부업 광고. 술 담배 처럼 제한해야 한다는 소리는 높지만, 정작 방송위 등은 뒷짐만 지고 있다.     © TV 광고 캡춰
 
최 아무개가 사채업자 광고에 나오더니 사극 전문 최 아무개도 나왔다.
 
이런 사람들은 '공공의 적'이 아니라 '공공의 악질'이다. 죄없는 자 돌을 던지라...
 
가장 빠르게 우리나라에서 지옥을 경험하고 싶다면 최 아무개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마케팅에 지하경제가 딱 만나는 지점에 공중파의 사채업자 광고가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치면 인신매매범보다 더 악질이 지금의 최 아무개와 최 아무개를 비롯한... (최불암이 어벙할 것 같아도 사채광고는 안한다.)
 
사채광고가 내 기억에는 1년 전에 처음 나온 것 같다. 이름도 모르는 어떤 여배우가 나오고, 최 아무개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최고 저질들에 악질들이다 (그렇지만 진짜 악랄한 것들은 장 아무개 같이 따로 있다).
 
저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언젠가 장기매매 수술대 위에 올라가게 된다.
 
공공 경제라는 말이 있다. 혹은 노미날 경제라는 말도 있다. 저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이 밝은 세계에 다시는 들어올 수가 없는, 지하경제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정말 끔찍한 시대, 이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죽는다. 행복은 커녕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지금 공공의 적 1번은 바로 방송심위위원회다. 사채업자 광고가 저길 통과했기 때문에 윤리적 비난 외에 법적인 하자를 묻기가 어렵다.
 
진실대로 하자면, 이 돈을 빌리면 다시는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가 없고, 취직도 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경고를 전면에 달아줘야 한다. (인생 막장이라고 공개적으로 이마에 써붙이게 되는, 현대판 주홍글씨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
 
정말 끔찍한 시대다. 사채업자 앞잡이를 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악질들의 시대, 그게 마케팅의 시대이기는 한데, 깡패 마케팅까지 전면에 나서다니, 그야말로 장기매매 광고를 전면에 내세우는 시대인 셈이다.
 
초등학생의 눈으로 본다면... 저 사람들은 천사?
 
이 사회가 정상적으로 진화한다면, 그래도 최고의 악질들은 무대 전면에서 사라지게 하는 일 정도가 아닐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했다던 것이 이승복 버전이라면, 나는 최 아무개가 싫어요...
 
정말이지 "싸랑해요 밀키스"라고 오토바이 타던 주윤발의 시대가 생각난다. 스타들의 공중파 광고 시장이 이렇게 움직이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 두 나라다. 세계 최고의 광고시장이 동경이지만, 일본이 잘 하는 것도 많은데, 왜 우리나라는 유독 이런 걸 일본 모델을 따라가게 될까? 이것도 뭔가 유래가 있을 것 같다.
 
마피아가 미국에서 유명해졌다고 하지만, 미국은 공적 경제와 지하 경제 사이의 긴장감이 아직도 무너지지 않은 사회이고, 일본은 야쿠자나 정치나, 그 넘이 그 넘인 사회이다.
 
우리나라는? 너무 어둡고 칙칙한 사회다. 세계화라고 온통 난리부르스를 치지만, 그렇다고 깡패들까지 대놓고 사채광고를 하게 만드는 이 사회는 진화의 방식이 색다르다. 이 차이가 어디에서 올까? (염치가 사라진 사회다.)
 
정말 질문은... 왜 악질이 되는 방식으로 이 사회의 진화 패턴이 자리를 잡게 되는가라는 점이다. 뭔가 우리가 잘 모르는 점 하나가 더 있다 (프란시스 코폴라가 왜 우리나라에서 안 나오는가라는 질문과 비슷하다.)
 
최 아무개가 왜 악질이 되었을까라는 이유가 한국 자본주의가 풀어야 할 첫 번째 질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된다. 스타 시스템은 미국이 처음 만든 건데, 미국의 스타들이 깡패들의 사채광고에 나오는 일은 없다. 프랑크 시나트라나 비슷한, 대놓고 마피아와 사귀었던 사람들도 마피아 광고에 나오거나 사채광고 같은데 나오는 일이 없다(대부 1편 첫 장면에 나왔던 가수가 프랑크 시나트라가 모델이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끔찍한 미국 자본주의와 비교해도 뭐가 하나 없거나 뭐가 하나 더 있거나... (미국을 세운 것이 프라그머티즘이라고 쌩난리를 치는데, 요즘은 암만 봐도 저 거품덩어리 사회 어디에 프라그머티즘이 있는지 모르겠다.)
뭘까?
 
시키는대로 하면 죽는다는 진리 하나가 더 있는 것 같다.
 
싸이도 저질이지만, 그래도 사채광고에는 안 나오는 것 같다 (나왔는데, 나만 모르는 건가?) 최 아무개는 싸이에 비하면 한참 . 차범근한테 있고, 싸이한테 있는게, 최 아무개  한테는 없다. 아니면 김수철한테 있고, 배철수한테 있는 뭔가가 최 아무개한테는 없다. 이 작은 차이에 한국 자본주의의 비밀이 숨어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최 아무개를 사채광고로 가게 만든 그 힘이 뭔지 알 길이 없다. 돈도 많은 사람이 말이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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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5/22 [12:5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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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데요 2007/06/12 [12:44] 수정 | 삭제
  • 무이자 무이자 무이자 하는 거나
    리드코프인가 뭔가 하는 이런 것들도 다 사채광고인가요
  • 부채도사 2007/05/22 [16:54] 수정 | 삭제
  • 델몬트 보이 최민시기이군^^
    쉬리에서 남한의 혼탁함을 꾸짓던 연기가 떠오르네. 스크린쿼터는 목숨걸고 지킬 것 처럼 하더니만...
  • 최수종 2007/05/22 [15:03] 수정 | 삭제
  • 최수종이가 돌대가리는 아닐텐데, 한국사회를 무지하게 경멸하고 있는것 같군요....경멸당할만한 수준의 사회는 맞지만, 과거와 미래를 생각해 보면, 경멸보다는 경이로운 사회가능성도 있는데 안타깝습니다.

    원래 부자집출신이라는 최수종씨의 사채광고 행위를 지켜보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많은 강자들에 의하여 공공성이 어떻게 유린되고, 나아가서 한사회가 어떻게 끝장나는지 좋은 사례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수종정도면 이런 한국사회 끝장나버려도 손쉽게 외국으로 떠버릴 수 있겠지만, 우석훈씨처럼 돈도 많지 않은 가난뱅이들은 최수종같은 인간들의 철면피한 행위때문에 속만 타겠군요..

    설상가상 먹물들은 우석훈씨 되니까, 최수종같은 종류의 인간들이 악질이라는 것을 간파하지, 무식한 가난뱅이들은 "대조영" 최수종이라는 이미지로 최수종을 오히려 민족애국자로 여길이들도 많겠지요...

    염치는 사라지고, 슬픔이 만연되는 한국사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