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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죽이기 앞장서는 보수언론들
경제를 볼모로 자신들의 이해 관철시키려는 파렴치범은 누구
 
홍성관   기사입력  2003/07/17 [22:40]

▲통계청 자료, 6월 소비자기대지수와 소비자 평가지수     ©통계청홈페이지
지난 15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6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를 보면 6월중 소비자기대지수와 소비자 평가지수가 전월에 비해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후의 경기, 생활형편, 소비지출 등에 대한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는 91.7로 2001년 1월 이후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또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 생활형편 등에 대한 평가를 나타내는 소비자 평가지수는 62.7로 통계청에서 조사를 시작한 98년 11월이래 제일 낮은 수치다.

 이번 조사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경기에 대한 기대심리나 평가가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6월중에는 물가가 전월대비 0.3% 하락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매입 증가 등으로 주식시장도 상승세에 있었으며, 정부의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는 등 경기지수가 전월에 비해 나아진 편이었다. 그런데도 정작 소비자들의 경기에 대한 기대, 평가는 저조했고, 특히 현재 경기에 대한 평가지수는 48.9로 낮다.

경기에 대한 부정적 기대, 평가는 내구소비재구매나 외식·오락·문화 지출을 줄여 현재 우리나라 경제침체의 주원인 중에 하나인 내수침체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심히 우려된다. 한편 소비자 기대지수도 월평균소득 300만원 이하의 소비자들에게서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것은 중산층 이하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준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발표한 6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한국은행홈페이지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발표한 6월 기업경기조사 결과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침체도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조사에서 기업들은 내수부진,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 등으로 2003년 6월중 경기가 전월에 이어 부진했던 것으로 응답하였으며, 7월에도 경기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을 찾고, 주식시장이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국내외의 불리한 조건들이 특별히 눈에 띄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경제전망은 불투명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개선되고 있는 경제지수들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음을 감지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내수부진을 제외하고는 실제 경제 지표들은 작년에 비해서 크게 악화된 것이 없다. 그런데 경제에 대한 소비자, 기업가들의 전망은 어둡다. 이들의 전망은 내수부진을 악화시키고, 다시 다음 기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무언가 잘못된 피드백임에 틀림없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경기를 전망할 때 중요시 여기는 기준은 현재 소득원의 안정성과 국내외 경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 중에서 보통의 소비자들이 접하는 경제전망은 결국 언론에서 보도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는 곧 특정 언론사들의 잘못된 보도가 경제전반에 끼치는 악영향이 막대하다는 뜻이다. 가령 다음과 같이 통계청이나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경제동향 자료들을 보도할 때, 일부 언론들이 확대해석 또는 오보를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지난 6월 27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5월중 산업활동동향'에 대한 일부 언론의 과장된 해석이 독자들로 하여금 경제 위기 심리를 조장할 우려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의 윤영신 기자가 쓴 '[생산·소비·투자] 55개월만에 동시감소'의 경우, <국내 경기가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내수 부진을 겪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어 윤 기자와 고종원 기자가 쓴 '[5월중 산업동향] 경기선행지수 13개월째 하락'이라는 기사에서는 ▲ 55개월 만의 트리플 마이너스 ▲ 자동차마저 스톱하나 ▲ 불황형(型) 경상흑자 ▲“잘해야 3%대 초반 성장”이라 표현하고 있다.

▲중앙일보기사, 추경 5천억원∼1조 확대 검토     ©중앙일보홈페이지
중앙일보의 경우, '추경 5천억원∼1조 확대 검토'라는 기사에서 <경기 침체가 심각한 단계에 들어섰다.>라는 표현을 썼으며, 매일경제는 <실물경제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고 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 신문사들은 같은 날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5월중 국제수지 동향`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사실에 대해서는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기사들을 분석해보면, 조선일보가 반도체·자동차·기계장비 등 산업생산이 15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하는데, 여기서 반도체, 자동차 부분의 수출은 오히려 4.8% 증가한 사실은 배제되어 있다. 또 생산지수 역시 마이너스이기는 하지만, 계절조정(Seasonally Adjusted)을 거친 지수는 오히려 4월보다 개선된 점과 54개월만의 최저치 라는 도소매 부분 역시 전월보다 1.3%증가한 점들이 이들 기사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또 중앙일보의 기사 중에 건설교통부가 집계한 건축허가면적의 감소만을 두고 <실물 경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건설 경기도 나빠지고 있다.>고 한 것은, 통계청이 밝힌 민간·공공부문 공사실적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으며, 건설수주도 크게 증가해 건설부문의 산업활동이 5월중 증가했다는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관련기사]
홍성관, 진짜 경제 위기의 주범은 누구인가, 대자보(2003. 6. 29)

공신력을 가지는 언론들이 그 공신력을 무기로 삼아, 경제상황을 왜곡시키는 것이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노무현 정권과의 불편한 관계로 인해 잘못된 무기의 사용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한편 정부의 정책 혼선이 끼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발생했던 여러 가지 잡음들에 대해서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최근 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점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보수 언론들의 하이에나 같은 맹공만을 탓하기에는 노무현 정부의 실수도 너무 잦은 편이다. 이에 따른 국민들의 신뢰하락은 당연히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중요한 과제는 내수부진의 탈피다. 내수부진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주식시장의 활황도, 부동산 시장의 안정도 장래를 약속할 수 없다. 만약 내수부진이 계속해서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가다가 국외의 악재라도 불거져 수출시장에 타격을 준다면, 우리 경제는 겉잡을 수 없는 불황의 나락으로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내수 소비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경제정책 등 여러 면에서 신뢰와 안정감을 주도록 노력해야 하고, 일부 언론들도 경제를 볼모로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파렴치한 행위를 그만둬야 할 것이다.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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