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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정치판
[비나리의 초록공명] 이명박과 박근혜 보다 천정배와 심상정에 주목하라
 
우석훈   기사입력  2007/05/08 [12:22]
난 5년에 한 판 벌리는 우리나라의 대선에 대체적으로 익숙해진 편이다. 하여간 화끈한 건 우리나라 사람 기질에 잘 맞는 것 같다.
 
자기들끼리는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그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같은 것을 들이대면 대충 극우와 우파의 싸움 비슷하다.
 
하여간 여기에서 싸움이 너무 시시하게 결판이 나버리니까 자기들끼리 싸우느라고 난리다. 양쪽 다 자기들끼리 싸우느라고 난리다.
 
한 쪽은 이기기만 하면 바로 대통령이고, 다른 쪽은 대선에 나가고 싶은 쪽과 대선에는 아무런 관심없이 총선에만 관심 있어보이는 인간들이 서로 뒤엉켜 싸우는데, 개판도 이런 개판이 별로 없다.
 
박근혜와 이명박은 이해가 간다.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한데, 하여간 이 싸움은 진짜 싸움이고, 걸린 것이 크니까 왜 그런지는 이해가 될 법하다.
 
정세균이나 김한길은 말은 그렇게 안해도 대선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어보인다. 아무나 이기는 편이 우리편, 그리고 우리는 총선을 향하여 전진... 여기에 지역당이든 구태든 무슨 말을 붙이든 구경꾼 마음이겠지만, 하여간 이 사람들은 대선에 별 관심없고 자기들 어법대로 "좋은 사람"을 모셔서 대충 대선 치루든 말든 하고 총선에 나선다가 복안인 것 같다.
 
노대통령도... 대선에는 아무 관심없는 것 같다. 새끼 정치인 하나 내세워서 대선을 치루면 좋고, 아니면 말고...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원내교섭단체 이거 딱 하나인 것 같다. 정당이면 좋고, 아니면 말고... 마침 다 나간다고 하니까 다 내보내고 기존의 보조금 챙겨서 원내교섭단체에 정당까지 챙기면 그야말로 노무현 어법대로 최고로 남는 장사인 셈이다.
 
여기에 자칭 선진화세력이라고 하는 작심 친 FTA세력들까지 붙어서, 그야말로 자기들끼리 물어뜯고 헐뜯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다.
 
한 쪽은 대선에 집중하고, 한 쪽은 대선에는 전혀 관심없고... 이게 도저히 아무리 우파 정치라도 별로 정치 같아 보이지 않는다. 한 쪽은 대선에 관심이 너무 많아서 문제고, 또 다른 쪽은 대선에 너무 관심이 없어서 문제고...
 
반면, 한미FTA 반대 진영에 선 민주노동당은 너무 점잖다. 기왕 그렇게 점잖게 할 거면 경선이라도 후다닥 해치우고 총력 모드로 들어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아보이기는 하는데, 총선도 뒤로 미루어놓고 나니까 이게 도대체 좌파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얌전했다고 다들 모범생 모드이다.
 
내 사견이지만 지금처럼 점잖을 뿐더러, 확 깨는 새로운 틀 없이 얌전떨고 모범생 모드로 가서는 대선에는 관심없는 대통령한테도 당한다.
 
현 구도에서 키를 쥐고 있는 독자 변수는 딱 두 사람이다.
 
이명박은 절대로 당을 나갈 생각이 없기 때문에 나가는 쪽은 아무래도 박근혜인 것 같은데, 사실 박근혜 입장에서야 자기 본당을 괜히 내줄 이유는 없으니까 무조건 버틸 것이다. 나가서 정국을 크게 흔들 키는 박근혜가 쥐고 있다. 나가면 떨어지잖아? 그건 내가 알바 아니지만, 박근혜가 자신이 예전에 "자기야말로 중도"라고 했던 것처럼 아예 한나라당을 나가서 더 좌파 쪽으로 오면, 우리나라에서도 우파와 극우파의 자연스러운 선진국형 분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명박이가 더 좌파성형인가, 박근혜가 더 좌파성형인가? 글쎄 올씨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로는 둘 다 극우파다. 극우파도 좌파들의 정책 카드를 받을 수 있는 건 선거라서 그런데, 이명박도 한 번 했는데, 박근혜도 한 번 할 수는 있다.
 
하여간 이 구도에서는 이명박은 lock-in된 상태이고, 조금 자유로운 것은 오히려 박근혜 쪽인 것 같다.
 
대선에는 별로 상관없는 애매한 우파들인 소위 열린우리당 쪽은?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천정배가 자유로와 보이기는 하지만, 그도 그 주위에 별 거 없기 때문에 사실 자유도가 높은 카드는 아니다.
 
민주노동당 쪽에서는 심상정이 자유로운 카드이다. 뭐 별로 잃을 게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늘 이런 자유로운 사람이 새로운 틀을 얘기할 수 있기 때문에, 나도 내용이 뭔지는 모르지만 정국을 크게 흔들 수 있는 여지는 오히려 심상정에게 높다.
 
애매한 진보라는 말 벗어던지고, 이미 뉴라이트도 나오고, 프랑스 대선에서도 우파라는 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즈음 차라리 좌우 대립으로 확실하게 가지고 가는 것이 생각해볼 수 있는 카드이기는 한데, 이러면 형상은 재미있어지지만 심상정한테도 유리한 일이 벌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그야말로 개인의 정치적 소신에 의한 결단의 문제이기는 하다 (향후를 생각한다면 좌파에서 우파의 설명력을 흡수하는 편이 길게 보면 나아보인다... 나 같으면 그렇게 하겠다.)
 
이제 애매한 진보/보수라는 말을 벗어던질 때가 되기도 했는데, 이 정도 큰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이... 어지간한 배포 없으면 곤란하다.
 
하여간 상황은 개판 5분 전인데, 공교롭게도 두 명의 여성동지가 자유카드 같은 것을 쥐고 있는 셈이다.
 
대선 정국인데, 대선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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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5/08 [12:2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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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ung1an 2007/05/08 [14:57] 수정 | 삭제
  • 심심하구 심심하구 또 심심하시면요...
    우리 카페에 함 놀러오셔요... ^^

    http://cafe.daum.net/minsimj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