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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보다 더 미국스러운 <조선일보>
[에큐메니안의 눈] 속 보이는 ‘애도’ 그만하고 진정한 '애도'를 해라
 
박지훈   기사입력  2007/04/20 [13:02]
“지금 우리 국민이 이러저런 걱정을 하고 미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의 사람 도리라고 할 것이다”
 
<조선일보>는 19일 사설에서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이같이 보도했다. 사설에는 '애도'를 넘어 한국은 미국에 '사죄'해야 한다는 뜻이 강하게 담겨 있다.
 
<조선>은 또, 이번 사건이 한국계 학생이 저지른 것으로 밝혀지자 발 빠르게 자사의 인터넷 사이트에 '총기난사 추모게시판'을 개설했다.
 
▲조선일보의 조승희 씨 관련보도. 사건의 배경이나 사회적 문제는 도외시 한 채 희대의 살인마로 묘사하고 있다.     ©조선일보 4월 20일자 PDF
 
여기서 잠시 과거를 들춰볼 필요가 있다. 2002년 6월13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날 경기도 양주군에서 미2사단 44공병대 소속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 신효순양과 심미선양이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당시 <조선일보>는 이번 총기난사 사건과 같이 추모의 뜻을 나타내는 '추모게시판'을 개설하지 않았을 뿐더러 사설이나 기사를 통해 제대로 된 보도도 하지 않았다. 당시 기사는 두 여중생을 추모하기 위해 개최된 촛불집회로 인해 도로교통이 극심한 혼잡을 빚는다는 내용 뿐 이었다.
 
이와 함께 다음해인 2003년 6월10일 미선이·효순이 1주기가 다가오자 이 신문은 "이제는 효순이와 미선이를 놓아 보내자"며 사회 전반에 불어닥칠 반미 감정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미국이 '가해자'일때는 잠잠하더니 미국이 '피해자(?)'가 되자 이같이 발 빠르게 애도를 넘어 '사죄'까지 거론하는 것일까.
 
이는 일부 언론 보도와 대한민국 정부의 모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이 터지자 일보 언론은 한미FTA 체결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전반적인 한미 양국 관계가 악화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도 이런 우려와 맞물려 애도와 조의를 표한다며 조문사절단 파견을 검토했으나 미국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더라도 그들은 모두 '미국인'이라며 이는 미국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호들갑'떨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미 정부 뿐 아니라 미국 언론도 조씨가 한국계라는 것보다 미국 내 총기 허용 여부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 또, 이들에게서 이번 사건으로 한국과의 관계가 틀어질 것이라는 보도는 발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와 <조선일보>가 미국이 요청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스스로 나서면서까지 '호들갑'떠는 이유는 미 국민에 대한 '애도'보다 한미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선적으로 걱정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 신문은 '추모게시판'을 마련하고 대한민국 국민이 '사죄'까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읽힌다.
 
지난 15일 "한미FTA 폐지"를 외치고 분신한 허세욱씨가 숨졌다. 허씨는 분신 직전 남긴 글에서 "의정부 여중생을 우롱하듯 감투 쓰고 죽이고 두 번 죽이지 말라. 여중생 한을 풀자. 숭고한 민중을 우롱하지 말자. 언론을 오도하고 국민을 우롱치 말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노무현 대통령은 그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는가. 단지 '침묵'만 있었을 뿐이다. 앞서 지난 2월11일 발생한 여수화재참사에서도 대한민국 정부는 무엇을 했나.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내쫓다시피 하지 않았던가.
 
자국민과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이들의 고통에 조차 귀 기울이지 않는 이들이 어찌 타 국민의 아픔을 느끼고 애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속 들여다보이는 ‘애도’ 말고 ‘진정한 애도’를 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 본 기사는 개혁적 기독교 인터넷언론인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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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4/20 [13:0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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